기록하는 기억 ㅣ기억적기
생각해보니 토비는 참 똘똘했다. 아파트에 살면서 짖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짖지 못하고 목청이 좋지 않던 강아지도 아니었다. 어쩌면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알았다. 그곳에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그런 때와 장소를 가리는 강아지였다.
내가 처음 토비의 짖어대는 그 목청을 들었던 때는 105동 아저씨가 우리집에 놀러 왔을 때이다. 105동 아저씨는 내겐 너무나도 기억에 남는 분이셨는데 파일럿이셨고 선글라스를 즐겨 착용하셨다. 아저씨가 파일럿다운 레이벤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현관에 들어섰을 때 토비는 짖었다.
아주 우렁차게 짖었다.
그래 토비는 짖을 수 있는데 짖지 않고 그동안 우리 가족이 이웃주민의 눈총을 받지 않고 아파트에서 잘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었다. 토비에겐 낯선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105동 아저씨는 위협적이었나 보다. 나는 이따금씩 아주 작은 강아지가 최선을 다해 짖거나 으르렁 거리는 모습을 볼 때면 그날의 토비가 생각난다.
그 뒤로 강아지 성대 수술이라는 게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굳이 짖지 말아야 한다고 알려주지도 않았던 나의 토비는 그 크나큰 목청을 잘 간직하고 할머니 집에서 살 때는 잘도 짖어댔었다.
나의 토비와 같은 강아지는 다신 만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리고 이와 같은 기억을 또 만들어 낼 강아지가 있을진 모르겠다.
아마 더 좋은 추억이나 기억을 쌓을 순 있겠지만
토비와 함께했던 내 어린 시절은 돌이킬 수도 없고 돌아갈 수도 없다.
그때 토비는 나를 우리 가족 중에서 가장 아래의 서열로 봤었지만,
난 너와 함께 친구였다고 생각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