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생존과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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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이미지는 챗지피티의 생성형 Ai 이미지입니다.)
비좁은 사무실. 순자, 의자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순자 옆에는 정장이 담긴 종이가방이 놓여있다. 벽에 걸려있는 사진을 살펴보는 순자.
액자 속 사진 - 합격한 독서실 고시생들 곁에 나란히 서서 환하게 웃는 사장의 얼굴.
벽에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고시생(총무)들의 사진이 늘어져 있고, 사장은 그들과 함께 환한 미소를 띠고 있다. 순자가 사진을 죽 바라보는데, 독서실 사장이 사무실에 들어오고 사진을 바라보던 순자의 시선을 의식한 듯, 자랑스럽게 사장도 사진을 쓱 훑어본다. 그때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자.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는 순자와 독서실 사장.
사장
몇 년 차야?
순자
네?
사장
당신, 공시생 생활 시작한 지 얼마나 됐냐고?
순자
1년 좀 넘었는데요.
사장
한 참 어리바리 고생할 때네. 우리 독서실 총무 보던 애들
죄다 합격해서 공무원 된 거 알아요?
뿌듯하게 다시 벽에 걸린 사진들을 다시 바라보는 사장.
순자
아...
사장
우리 독서실이 명당이야…
여기. 어떻게 생각해요?
순자
네? 뭘요?
사장
아니, 이렇게 좋은 명당에서 일하며 공부하는데.
내가 돈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순자
(놀라며) 네? 무슨 말씀인지.
사장
(웃음) 고급농담을 못 알아듣네.
농담이야. 농담.
(관상을 보듯 다시 순자의 얼굴을
천천히 유심히 들여다본다)
그래도 일은 잘하겠네.
순자
감사합니다.
사장
내가, 말 편하게 해도 되지?
순자
아까부터 편하게 하셨는데.
사장
(모른 척) 독서실에서 제일 좋은 자리 내줄 테니까, 청소랑 간단한 업무 끝내면
나머지 시간은 공부해도 돼.
분실사고 취사 이런 거 잘 관리하고
일은 바로 할 수 있는 거지?
순자
네 바로 할 수 있습니다.
저… 그런데 사장님. 혹시 노트북 쓸 수 있나요?
사장
(지난번 총무가 썼던 신형 노트북을 건넨다)
당연하지, 실컷 써. 이거 신형이야.
손가락이 닿기도 전에 윈도우가
켜지는. (자랑을 하며 웃는 사장)
순자
감사합니다.
사장
사정이 급하다니,
계좌에 이번 달 급여 선불로 넣었어.
순자
감사합니다.
사장
원래 안 되는 거 알지?
우리 독서실 고객이기도 했고, 사정 봐서 해주는 거야.
아까 이야기했듯. 급여는 고정급이고,
월 30만 원. 이 근방에서 우리가 제일 많이 줘.
푼돈에 연연하지 말고 목표를 크게 가지라고.
그래야 운도 따르는 법이야.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자.
맥주 캔 여러 개가 싱크대 위에 놓여있고
책상 위에는 고급 자동차 카탈로그가 놓여있다.
잠시 후 화장실에서 나오는 상철.
순자가 가져온 종이가방을 들춘다.
상철
송편이나 전 안 싸 왔어?
이건 웬 정장이야?
순자
면접 볼 때 입으려고.
상철
(피식 웃는다) 필기 합격하고 사도 되는데.
상철, 책상에 앉아 카탈로그를 바라본다.
상철
순자야. 우리 첫차는 그랜저로 하자.
성공에 상징 그랜저~ 아반떼나 소나타는 너무 작아.
순자
오빠, 이번에 합격 못 하면 어쩌려고 그래?
상철
필기 문턱 넘는 게 한 번이 어렵지.
그다음부터는 쉬워.
순자
또 면접에서 떨어질 수도 있잖아.
상철
내가 바보냐?
지난번에는 첫 면접이라 긴장했었어.
상철, 카탈로그를 순자에게 보여준다.
상철
무슨 색이 제일 예뻐? 응?
순자
…나 내일부터 독서실 총무 하기로 했어
상철
총무?
순자
응.
상철
네가 그걸 왜 해?
순자
통장 잔고 다 떨어졌어.
상철
내가 합격하면 다 해 준다니까.
프리패스도 식권도 독서실비도…
그러니까 총무는 당장 그만…
순자
괜찮아. 내 생활비는 내가 벌어야지.
그리고 우리 앞날 아무도 몰라.
우리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상철
너. 나 못 믿는구나? 그치?
순자
못 믿는 게 아니라.
상철
못 믿으니까, 생활비 걱정하고 그런 말 하지.
순자, 상철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이야기한다.
순자
그래, 못 믿어, 어떻게 믿어?
좀 현실적인 고민을 해.
오빠, 그러다가 진짜, 시험 떨어지면 어쩌려고 그래.
상철, 화가 난 듯, 겉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서며 순자에게 이야기한다.
상철
이번 시험 꼭 합격할 거야. 보여주겠어.
그리고 내가 너 책임진다.
순자가 황당한 표정으로 상철을 바라본다.
#원룸
책상에 앉아 책을 들여다보는 순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냉장고 문을 열어보는 순자, 비어있는 냉장고.
다시 자리에 앉아 공부를 이어가는 순자.
#학원
가장 앞자리에 앉아서 강의를 듣는 순자.
여전히 비어있는 옆자리. 크게 소리 내어 강사의 말을 따라 한다.
강사의 우렁찬 목소리. '공시 준비는 끈기와 반복이에요. 반복! 반복! 반복!'
#식당
구석에 앉아 밥을 먹는 순자.
밥을 먹으면서도 눈으로는 수첩에 적어놓은 영어단어를 쫓는다.
사료 코너에 서 있는 순자, 가격표를 살펴본다. 잠시 고민하다가, 크고 무거운 최고가 사료를 집어 드는 순자.
후문 초소
초소 창문에 붙여놓은 전단지를 떼며 구시렁거리는 경비. 흘끔 경비의 눈치를 살피며, 후문을 통과하는 순자.
최고가 사료를 옆구리에 끼고 있다.
단지 뒤편
풀숲으로 향하던 순자, 누군가 발견하고 멈춘다. 크로스백을 멘 혜옥, 길고양이들의 은신처를 들춰보고 있다.
이윽고 혜옥이 사라지고, 순자가 길고양이들의 은신처를 살펴본다. 하지만 길고양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순자
순자야… 순자야…
코스모스, 해바라기…
밥그릇, 물그릇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길고양이들의 은신처.
후문 초소
초소 앞에 서 있는 혜옥에게 다가가는 순자.
혜옥, 초췌하고 무언가 넋이 나간 표정이다.
순자
실례하니다.
혜옥
깜짝이야.
순자
혹시 길고양이 친구들 못 보셨어요?
혜옥
그걸 왜 나한테 물어요? 정신없어 죽겠는데.
순자
아이들이 안 보여서요. 혹시…
혜옥
잘 됐네, 그렇지 않아도 찝찝했는데.
그때 순찰을 마치고 초소로 돌아오는 경비.
혜옥 다짜고짜 경비에게 짜증을 낸다.
혜옥
아저씨가 일을 제대로 안 하니까,
이런 사태가 발생하잖아요.
경비, 순자의 손에 들린 사료를 바라본다.
순자가 경비원의 시선에 고양이 사료를 급하게 등 뒤로 숨긴다.
경비
고양이들한테 밥 줬어요?
순자
...(긴장한 표정으로 경비 아저씨를 바라본다)
경비
(손을 올리며) 복 받으시겠네.
순자는 경계하고 긴장했던 몸을 푼다.
둘을 바라보던 혜옥이 경비 아저씨에게 와락 소리를 지른다.
혜옥
아저씨, 이 사람 저희 주민 아니잖아요!
경비, 순자에게 방문 대장과 볼펜을 내밀며.
경비
아, 네. 방문 목적만 적어주세요.
경비, 수거해 온 전단지를 책상 위에 두고 서랍을 뒤지기 시작한다.
혜옥, 경비가 수거해 온 전단지를 발견한다.
혜옥
이게 다 뭐예요?
경비
아파트 환경정리를 했습니다, 미관상 좋지 않잖아요?
혜옥
(초소 창문에 남은 테이프 흔적을 가리키며)
이것도 아저씨가 떼셨어요?
경비
네. 누가 붙였는지 양심 없이 청테이프를 사용해서…
엄청 고생했어요.
혜옥
그 전단지, 원래 있던 자리에 다시 붙어놔요…
경비
네? 전에는 전단지만 보면 떼라고 난리시더니…
혜옥
당장요!!
혜옥,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처럼 그렁그렁한 얼굴이다. 경비, 혜옥의 눈치를 살피며 꼬깃꼬깃 구겨진 전단지를 피며 초소 창문에 다시 붙이기 시작한다. 순자가 구겨진 전단지를 확인한다.
전단지
‘우리 마틴을 찾아주세요!’라고 쓰인 호소문과
하얀 품종견의 사진이 중앙에 크게 박혀있다.
전단지가 가득 들어찬 고가의 크로스백을 메고, 밖으로 나서는 혜옥 곧 두 사람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혜옥의 목소리만이 들려온다.
혜옥
마틴… 마틴… 엄마 여기있어! 마틴~~
...
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