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히어로!

6화 전환점

by 맹구

6화. 전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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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등록번호 제 C-2021-401800 호)


(위 이미지는 챗지피티의 생성형 Ai 이미지입니다.)


26. 독서실. 밤


거의 자정에 가까운 마감 시간. 휴게실을 청소 중인 순자. 바닥을 쓸어내고 정수기 물통도 비우고… 그때 누군가 휴게실 앞에 나타난다. 상철이다. 상철은 잠바 주머니 깊숙한 품 안에서 리본으로 묶은 컴퓨터 사인펜을

꺼내 순자에게 건넨다.


상철

짠! 지난번 9급 시험에 수석 합격한 선배가 썼던 거야.

돈 주고도 못 사, 이런 건. 내가 장수생들 다 제압하고

챙겨 왔어, 자기, 주려고.


상철은 자신의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도 풀러 순자의 손목에 채워준다.


상철

시험장에 시계 없는 거 알지? 시간 조절도 전략이야.

순자

오빠는?

상철

(허세)나 정도 되면 시계는 필요 없지. 순자야,

오늘 맛있는 거 먹자, 정리 잘하고 들어와.

순자

알았어. 오빠… 고마워.


상철, 뒤돌아 걸어가며 멋지게 손을 흔들고 사라진다.

상철을 바라보던 순자가 상철에게서 받은 펜을 조심조심

필통에 넣는다.




27. 시험장. 낮


긴장된 분위기의 시험장. 요점정리 노트를 들여다보는 공시생… 기도하는 공시생… 관자놀이 마사지를 하는 공시생… 맨 뒷좌석 자리에 앉아 있는 순자, 길게 심호흡한다. 상철이 준 컴퓨터 사인펜과 손목시계가 책상 위에 놓여있다. 감독관이 시험지를 가지고 들어오고, 이내 시험지가 배부된다. 순자, 시험지를 쓱 살펴보고 풀기 시작한다. 순자의 눈이 반짝인다.




28. 아파트 단지 주변 골목. 아침


시험이 끝나고 며칠 후 가장 먼저 돌보던 길고양이들을 찾기 시작하는 순자. 낡은 크로스백에 전단지가 가득하고, 전봇대에 길고양이들의 실종 전단지를 붙이고 있다. 출근하는 사람들을 슬쩍 바라보고 다른 전봇대로 향하는 순자.




29. 독서실. 밤


독서실 입구 접수대에 앉아있는 순자. 유심히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노트북 화면에는 응시자 번호를 입력하는 화면이 켜져 있다. 긴장된 표정의 순자. 휴게실에서도 공시생들이 합격 유, 무를 확인하는 모습이 보인다.


공새생 1

제발, 제발, 제발…


테이블에 얼굴을 처박는 공시생, 다시 고개를 들어 천장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공시생 1

하! 좆됐어! 어떡하지?

이번에는 집에 가고 싶은데.


공시생 1, 2 서로의 어깨를 토닥인다. 순자, 시선을 돌려, 두 눈을 크게 뜨고 노트북 화면을 유심히 바라보다,

잠시 고민하더니… 수험번호와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한다. 순간 순자의 동공이 넓어진다.




30. 원룸. 밤


원룸 문을 활짝 열고 들어오는 순자.


순자

오빠!


원룸 안, 짙게 깔린 어둠. 분양 아파트 조감도 화면이 띄워진 컴퓨터 화면. 서서히 카메라 상철에게로 가다간다. 카메라 멈추고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상철에게 줌인, 옅은 빛 사이로 비친 상철의 눈가에 흐르는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른다. 슬픈 표정의 상철.




31. 독서실. 밤


순자가 앉아있던 독서실 총무 자리에 상철이 앉아 있다. 상철은 슬픈 표정으로 새 노트북의 쓰다듬으며

전원을 켠다. 사장이 상철 앞을 지나치며 흘끔 바라보다 말을 건넨다.


사장

역시 명당이야, 명당.


상철, 한숨을 푹 내쉬며 노트북을 매만진다.




32. 연수원 숙소. 오전


# 32-1

연수원 주차장, 오전 버스에서 우르르 내리는 신입 공무원들, 그 틈에 순자도 보인다.


# 32-2

연수원 강당

조별로 같은 색깔의 유니폼을 입은 신입 공무원들. 번호와 이름이 쓰인 목걸이 명찰을 목에 매고 있다.

레크리에이션 강사가 단상에 서 있다. 조별로 팀을 이뤄 게임을 한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누구보다 열심히 게임에 참여하는 순자. 얼굴이 상기되고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순자의 행복이 고스란히

땀을 타고 흐른다. 순자의 밝은 표정 속에 또다시 레크리에이션이 시작된다.




33. 문경 시내 병원 / CT 촬영실. 낮


긴 테이블 위에 환자복을 입은 명숙(엄마)이 누워있다. 보호자실 투명 창으로 명숙을 바라보는 순자. 둥글고 커다란 굴속으로 테이블이 이동한다. 명숙, 순자를 향해 여유 있게 손을 흔든다.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 순자와 명숙.




34. 문경 시골집. 밤


부엌과 방이 따로 분리되어 있는 오래된 기와집 구조. 부엌에서 저녁을 준비하는 명숙.


명숙

수술한다니까 영숙이가 복권 당첨됐냐고 묻더라.


순자, 안방 벽에 죽 늘어선 사진을 둘러보고 있다.


순자

그래서?

명숙

우리 딸이 복권이라고 했지. (웃음)


명숙, 그득하게 차린 상을 가지고 들어온다. 순자는 아빠, 진돗개(진달래)와 함께 찍은 자신의 어린 시절(초등학생)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명숙

왜? 보고 싶어?

순자

그럼~ 집에 올 때마다 생각나네.

명숙

네 아빠도 너 이렇게 잘 되는 거 보고 죽었어야 하는데,

팔자다, 팔자. 100세 시대에 오십도 안 돼서 죽어버리고.

순자

엄마는 아빠 안 보고 싶어?

명숙

아이고, 괜한 소리 하지 말고, 밥 먹자, 밥 먹어.


씁쓸한 표정의 순자.


명숙

우리 순자 때문에 이제 발 뻗고 자겠다.

공무원은 아무나 되냐? 우리 딸. 얼른 많이 먹어.

순자

…내가 그때 개장수 찾아간다고, 울며불며 아빠한테

매달리지 않았으면, 아빠 살아있겠지?


수저를 내려놓는 명숙. '탁!'


#과거

(순자의 어린 시절 8살)

울며불며 진달래(진돗개)를 찾아 달라며 아빠에게 매달리는 순자.


순자

(울면서) 아빠, 아저씨들이 진달래 잡아갔어.

아빠

순자야. 기다려.

아빠가 금방 진달래 데리고 올게.


아빠는 순자를 달래고, 곧이어 트럭에 시동을 걸고 출발한다.

먼지가 가득한 길 위, 아빠의 차를 따라 뛰는 순자.

- 시간 경과 -

먼지를 뒤집어쓰고 진달래(진돗개)와 나타난 순자, 옷과 피부가 까맣게 그을려 있다.


#다시 현재

명숙, 표정이 무겁다, 하지만 이 내 숟가락을 들고 무뚝뚝하게 순자에게 말을 건넨다.


명숙

그런데, 그 녀석은 언제 데리고 올 거야? 상철이?

그 녀석은 이번 시험에 떨어져서 마음고생이 심하겠네.


순자 아빠와 진돗개(진달래) 사진에서 눈을 떼고 밥상에 앉는다.


순자

원래, 낙관적인 사람이라, 금방 회복하고 공부할 거야.

허풍이 심하긴 하지만, 그게 나랑 달라서 좋아.(웃음)

그런데 엄마, 무릎 다 낳으면 우리 같이 제주도 갔다 올까?

명숙

아이코~ 무릎 수술에 돈도 많이 들 텐데.

무슨 여행까지... 안돼 돈 쓰지 말아.

엄마는 지금도 여행 간 것처럼 기분이 좋~으니까.




어둠 속 반짝이는 시골집 풍경. 오랜만에 밥상에 앉은 모녀는 맛있는 식사를 함께 한다. 항상 혼자 밥을 먹던 엄마도 순자와 함께 식사를 하며 오랜만에 웃음꽃을 피운다.

이제 곧 무릎수술 일정이 잡히고 수술을 하면 다시 건강하게 걸을 수 있을 거라며 엄마는 순자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순자는 엄마에게 무릎이 완쾌되면 함께 제주도에 가자고 이야기한다. 두 모녀는 벌써 여행을 간 것처럼 행복한 표정이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