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히어로!

7화 첫 출근

by 맹구

7화. 첫 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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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등록번호 제 C-2021-401800 호)



35. 구청 임용식. 낮


줄 맞춰 늘어선 신입 공무원들,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 외숙모가 준 정장을 입은 순자가 진지한 표정으로 애국가를 부른다. 단상 중앙에 구청장이 서 있고 ‘신입 공무원 임용식’이라고 쓴 플랜카드가 걸려있다. 길게 일렬로 늘어선 신입 공무원들 돌아가며 구청장에게 임명장을 받는다. 순자도 임명장을 받고 구청장과 악수한다.




36. 구청 내부. 낮


# 국장실

국장과 마주 앉은 순자. 다소 긴장된 표정이다. 문 앞에 부동자세로 선, 한영숙 축산과장(이하 한과장)이 순자를 바라보고 있다.


국장

순자씨, 유기동물 관리하는 축산과에

지원해서 왔다고?

순자

네.

국장

축산과 일이… (축산과 한과장을 바라보며)

에이, 내가 이야기 많이 하면 잔소리지 뭐.

한과장이 어차피 잘 이야기해 줄 거고.

나랑은 그냥 말동무나 하다 가요.

그런데 순자씨는 어디 학교 나왔어?

순자

중앙…

국장

(반색하며) 중앙대 나왔어? 나도 중앙대 나왔는데…

순자

아니, 저는 중앙여고 나왔는데요, 문경에 있는…

국장

아, 중앙여고…

그렇지, 문경, 중앙여고, 한과장(축산과장),

문경은 뭐가 유명하지? (생각)

한과장

문경에는…


한과장은 국장의 질문에 답변을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국장이 먼저 이야기를 꺼낸다.


국장

맞다, 오미자. 오미자가 유명해, 그런데 이 오미자는

일일이 다 까서 하니까, 일이 참 많아,

그런데 순자씨는 오미자 많이 먹나?

순자

네, 어머니가 항상···

국장

오미자가 말이야, 건강에 좋아서, 잘 먹으면 약이야.

남자한테도 좋고 여자한테도 좋고.

한과장

네, 맞습니다. 건강에 좋죠, 오미자.


국장은 오미자 이야기를 하며 행복하다.




37. 구청 내부 복도. 낮


복도에서 한과장의 뒤를 어린아이처럼 졸졸 따라가는 순자. 그때 한과장이 발길을 멈추고 뒤돌아서 순자를 바라본다. 순자 갑자기 멈칫하고 한과장을 바라본다.


한과장

순자 씨, 공무원의 미덕이 뭔 줄 알아?

순자

미덕… 이요?

한과장

응. 미덕···

모난 돌이 되지 말자. 쉽지?

꼭, 기억하라고. 꼭!!

순자

(고개를 끄덕인다) 네.


자신의 말이 끝나자 다시 발길을 돌리는 한과장. 순자도 한과장의 뒤를 따라 걷는다.




38. 구청 축산과. 낮


한과장이 팀원들에게 순자를 소개한다. 순자, 깍듯하게 인사한다.



순자

안녕하세요, 새로 발령받은 장순자입니다.

2팀장

와우, 이제 기준(허기준)씨 부사수 들어왔네.

반가워요, 저는 축산 2팀장 김동하입니다.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는 순자, 총총걸음으로 한과장을 따라간다. 한과장, 구석 자리에 앉아있는 기준(선임) 앞에 선다. 한과장은 기준에게 순자를 소개한다. 기준, 전화통화를 하며 메모를 하고 있다. 하지만 눈은 순자를 바라본다. 순자와 눈을 마주친 기준, 목인사만 살짝 한 후, 다시 전화를 받는다.


한과장

기준 씨, 뭐가 그렇게 바빠.


한과장의 이야기에 마지못해 입모양으로 자신의 상황을 전달하는 기준.


기준

(입모양) 민원인이요. 민원인.


한과장 고개를 돌려 순자에게 기준을 설명한다.


한과장

순자씨 선임이야. 잘 보고 배워.

우리 팀 모난 돌이니까.

순자

아, 네.


전화를 끊은 기준이 급하게 메모를 하고 순자에게 조심스럽게 인사한다.


기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 반갑습니다.

순자

(밝게)네. 선배님 반갑습니다.

한과장

기준씨는 이제 금방 육아휴직이라

순자씨가 빨리 배워야 할 거야.

자. 순자씨 자리는 저기.


순자, 배정받은 창가 자리로 이동해 자신의 자리에 앉는다. 해가 잘 들어오는 사무실을 바라보는 순자. 입에서 자꾸 새어 나오는 뿌듯한 미소.




39. 고깃집. 밤


고깃집, 기준과 순자는 한과장을 따라 고깃집으로 들어선다.


순자

선배님(기준) 저희 회식하는 건가요?

기준

아, 그냥 가벼운 식사라고 생각하세요.


기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과장의 뒤를 따른다. 그 뒤를 따라가는 순자.

한과장이 식당 구석에 위치한 방문을 열자, 낯선 남자가 고기를 굽고 있다.


원장

아이고, 일찍 오셨네요, 자 다들 들어오세요.


한과장, 원장의 옆자리에 앉고 건너편 자리에 기준과 순자가 앉는다.


원장

제가 새로 오신 주사님과 육아휴직 가시는 허주사님

위해서 이렇게 고기를 굽고 있었습니다.

기준

아유, 뭐 이렇게까지. (기준의 표정이 좋지 않다.)

접대도 5만 원 넘으면··· 위반인데···

한과장

(기준을 흘겨보며) 기준씨. 협력업체 격려도 못 해?

원장님이 작은 예산으로 얼마나 열심히 해주시니.

기준

아니, 장기 입찰 앞두고 있으니까.

두 분 생각해서…

한과장

이거 내가 사는 거야. 어디서 오지랖이야.

오늘 부서 회식까지는 힘들어도,

순자 씨도 새로 왔잖아.

기준씨 (날카롭게)그냥 맛있게 먹고 가자.

원장

아이고 과장님, 아닙니다.

제가 괜한 자리를 만들어서, 여기 새로 오신

주사님(순자)이 저를 이상하게 생각하시겠어요?

기준

(소심하게) 아, 네, 제가 또 잘 못 했네요.

저는… 모난돌이니까…


원장은 잘 익은 삼겹살을 큼지막하게 가위로 잘라 기준(허주사)의 앞 접시에 올려놓는다. 기준은 고기를 바라보다가 상추를 들어 고기만 빼고 마늘에 된장을 발라 입에 넣는다. 영문을 모르는 순자는 눈치만 보고 있다. 그때 한과장이 순자에게 원장을 소개한다.


한과장

순자씨, 인사하세요. 여기는 우리 지역에서 유기동물

보호센터를 운영하시는 한동백 원장님.

순자

(자리에서 일어서며) 반갑습니다. 원장님.

잘 부탁드립니다.

원장

(함께 자리에 일어서며) 아이고, 주사님.

제가 잘 부탁드려야죠. 반갑습니다.


순자에게 명함을 건네는 원장. 순자 원장의 명함을 본다.


순자

제가 잘 못 들은 줄 알았는데, 원장님 이름이

꽃 이름이네요. ‘동백’

원장

네, 맞습니다. (웃음)

오랜만에 들어보네요. 꽃 이름이란 소리.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은 순자와 원장. 한과장이 술잔을 들어 올리며 건배를 제시한다.


한과장

자. 우리 순자씨도 새로 왔고 내년 과업을 위해

건배합시다.


무뚝뚝한 표정을 짓고 있는 기준, 그런 기준을 바라보는 과장이 기준에게 잔소리를 한다.

한과장

허기준, 너 진짜 그럴래?

기준

제가 한약을 먹고 있어서.

한과장

역시 모난 돌. 실망을 안 시키는구나.

원장

그러지 말고. 짠이라도 하시죠.


못마땅한 기준의 표정이 술잔이 부딪치며 가려진다.

Cut to

한과장과 원장은 자리에 보이지 않고 얼굴이 벌게진 순자가 기준을 바라본다.


기준

괜찮아요? 순자씨.

순자

아닙니다, 제가 원래 술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벌게져서요.

기준

아이고 재미없다. 이런 회식···

순자

선배님 그런데 왜 고기를 안 드세요?

기준

제가 사실 비건이라서요.


순간 당황한 순자는 상추 몇 장을 들어 불판 위의 고기를 가린다.


기준

괜찮아요, 순자씨.

괜히 저 때문에 신경 쓰지 마세요.

순자

말씀을 하시지. 그럼 다른 데 가자고 할 텐데.

기준

저 사람들도 다 알아요.

일부러 여기 온 거예요.


의아해하는 순자의 표정. 기준은 가방에서 책을 한 권 꺼낸다.


기준

제가 없어서 더 바쁠 거고, 과장이 정신없이 일을 막 시킬 거예요.

생각할 틈 안 주고, 현장에 나가게 할 거고.

이거 유기동물 포획 관련 가이드북인데, 잘 보세요.

순자

(책을 촤르르, 넘기며) 감사합니다.




40. 고깃집 앞. 밤


화장실을 가려고 고깃집을 나오는 순자.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원장과 과장을 발견한다.


원장

요새 왕진이 많아져서 정말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다 과장님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원장은 요새 왕진이 잦아졌다고 너스레를 떨며 좋아한다. 왕진...



자정이 되어가는 늦은 시간. 순자가 노곤하고 벌게진 얼굴로 버스에 앉아 차창 밖을 바라본다. 첫 근무의 두려움과 설렘으로 많이 긴장했는지 무척 피곤해 보인다. 무릎 위에는 기준이 건넨 유기동물 포획 가이드 북이 들려있다. 버스는 집으로 향하고 순자의 눈이 스르르 잠긴다. 늦은 시간의 버스는 어두운 도심을 빠른 속도로 가로지르고 서울의 화려한 불빛도 조금씩 사라진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