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히어로!

8화 모난 돌

by 맹구

8화. 모난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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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등록번호 제 C-2021-401800 호)


41. 구청 앞. 오전


이른 아침 출근한 순자, 정문을 지나가는데, 요란한 스피커 소리가 울린다.


#스피커 소리 (자동 반복)

삐익… '구청은 청소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라, 직접 고용하라. 나라 건물 청소하는 우리도 공무원이다.'

'구청은 청소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라, 직접 고용하라. 나라 건물 청소하는 우리도 공무원이다.'

'구청은 청소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라, 직접 고용하라. 나라 건물 청소하는 우리도 공무원이다.'


스피커 소리와 함께 천막에서 부스스하게 하나둘 나와 체조를 하는 청소노동자들. 밤새 추웠는지 몸을 움츠리고 있다. 순자, 청소노동자들에게 꾸벅 인사하고 구청 안으로 들어간다.




42. 구청 축산과 사무실. 오전


아무도 없는 사무실. 순자, 쓰레기통이 가득 차 있는 걸 발견한다(밖에서는 여전히 청소노동자들의 스피커가 울려 퍼지고 있다). 사무실을 청소하기 시작하는 순자. 빗자루를 손에 쥐고 바닥을 쓸고··· 물통에 첨벙첨벙 대걸레를 연신 빨아 대고···대걸레로 바닥을 투명하게 닦는다. 청소가 끝나고 비워진 쓰레기통을 바닥에 내려놓는 순자, 크게 숨을 내뱉는다.




43. 구청 내 유기동물 보호소. 오전


(*구청 직원이 주말 동안 주민들의 민원을 받고 포획한 유기동물을 임시 보호해 놓는 장소) 주말에 잡혀 온 유기 동물이 케이지에 갇혀있다. 순자, 사료를 주기 위해 케이지 앞으로 다가가는데, 케이지 앞에 앉아있는 기준을 본다.


순자

선배님.


기준이 고개를 돌려 순자에게 인사한다.


기준

순자씨 일찍 왔네요?

순자

네.


순자와 기준 쪼그려 앉아, 측은하게 유기동물들을 바라보다 기준은 케이지 안, 작은 강아지 한 마리를 꺼내 안는다.


기준

순자씨, 여긴 길 잃은 친구들도 있고,

버려진 친구들도 있어요.

(이야기하는 내내 새끼강아지를 아기처럼 바라본다.)

길 잃은 애들은 주인이 찾아올 수도 있지만,

버려진 친구들은··· 불쌍하죠···

순자

더 좋은 가족들 만나야죠.

기준

그래야 할 텐데.


기준, 잠시 말을 멈칫하다, 다시 이어간다.


기준

순자씨. 저랑 같이 어디 좀 가죠.

순자

어디요?




44. 기준의 차 안. 낮


뒷좌석에 포획동물 케이지가 가득하다. 고양이 케이지 위로 덮인 새 스카프, 케이지 옆으로 거의 구겨진 채 실려 가는 순자.


순자

선배님···

그런데 이렇게 연락도 없이 찾아가도 되나요?


기준은 묵묵부답이다. 차는 빠르게 움직인다.




45. 축산과 사무실. 낮


축산과장이 기준과 순자의 자리를 본다. 아무도 자리에 없는 것을 확인한다.


한과장

이 인간들이 다 어디 간 거야?




46. 유기동물보호센터 뒤편 창고


기준과 순자는 한 건물 뒤편에 차를 멈추고 차 안에서 건물을 바라본다. 기준,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차 문을 열고 창고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순자도 기준을 따라 움직인다. 창고로 가는 길목에 분리수거장에서 폐지함을 발견한 기준, 폐지함을 뒤적거리다, 무언가를 발견한다.


기준

(기준, 주머니를 뒤지는데 휴대폰이 없다.)

순자씨, 이거 좀 찍어주세요.


순자 영문도 모른 채, 폐지함에 찢긴 문서를 핸드폰으로 촬영한다. 순자가 사진을 찍는 사이 창고 문을 좌우로 흔들어 보는 기준 문이 굳게 잠겨있고, CCTV에 시선이 멈추는 기준. 기준, 수첩(순자가 기준을 처음 소개받을 때 봤던 수첩이다. 기준은 전화를 받으며 그 수첩에 무언가 쓰고 있었다)을 꺼내 거기에 적힌 숫자를 창고 보안 패드에 번호를 입력한다.




47. 구청 내 임시 보호시설. 낮


구청 안으로 동물보호센터 차량이 들어서고 작업복을 입은 보호센터 직원들이 차에서 내린다.

구청 내 유기동물 임시보호시설에 다다른 보호센터 직원들. 비어있는 케이지들을 바라보고 있다.


보호센터 직원1

오늘 월요일 아니야?

보호센터 직원2

맞는데, 왜 아무것도 없지?


그때, 직원1의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유기동물보호센터의 감지 센서 경고 문자를 확인하는 직원1.


문자 - 센터 지킴이가 문 열림을 감지하였습니다.


보호센터 직원1

(직원2에게 핸드폰을 보여주며) 좆, 됐다.


직원1의 핸드폰 화면 속 - 보호센터 컨테이너 창고가 열리고, 기준과 순자가 창고 안으로 들어간다.

직원들은 황급히 차에 올라탄다. 조수석에 앉은 직원이 휴대폰으로 전화를 건다.




48. 유기 동물보호센터 뒤편 창고. 낮


어두컴컴한 창고 안으로 들어서는 기준, 순자. 순자가 핸드폰 랜턴을 켜는 순간, 문이 쾅 닫힌다.

놀라는 순자와 기준. 순자가 핸드폰 랜턴으로 창고 곳곳을 비춰본다. 대용량 건식 사료와 통조림 형태의 습식 사료 등 각종 유기동물 용품들이 깔끔하게 정돈된 채 쌓여있다. 기준, 두리번거리며 창고 내부를 둘러본다. 다소 긴장이 풀린 얼굴이다.


기준

그렇지··· 없어야지.

순자

서, 선배님···


순자, 구석에 보이는 포대자루를 손으로 가리킨다. 놀라는 기준, 마른침을 삼키고 포대자루를 바라본다. 포대자루 주변으로 파리가 윙윙 거린다. 자루에 점점 다가가자 악취가 풍기고 코를 감싸 쥐는 순자. 그때, 창고문이 활짝 열리며 누군가 창고 안으로 들어온다. 깜짝 놀란 순자와 기준이 뒤를 돌아보는데, 원장이다. 형광등을 켜는 원장. 상황을 살펴보다가 포대자루를 발견하고 놀란다.


원장

아니, 지금 뭐 하시는···


원장, 포대자루로 급하게 다가선다. 기준, 원장을 옆으로 밀쳐낸다. 원장 바닥에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고꾸라진다. 아랑곳하지 않고 기준은 자루를 거꾸로 들고 흔든다. 유기동물 배설물에 쩐 이불과 수건이 바닥에 쏟아진다. 기준, 당황해서 원장을 바라본다. 원장, 기준을 노려보고 한숨을 푹 내쉰다.


원장

나, 이거 참. 이게 무슨 꼴이람.




49. 유기동물보호센터 내 사무실. 낮


기준, 원장에게 파스를 붙여주고 있다.


원장

아··· 아··· 거기 말고 옆에, 옆에. 거기, 거기.

아니, 파스도 제대로 못 부쳐요?


기준은 파스를 이리저리 부쳤다, 땠다 하며 원장의 눈치를 본다. 순자 낑낑대며 유기 동물들이 들어있는 케이지를 힘겹게 들고 사무실로 들어온다.


원장

됐어요. 그냥 두세요. 뭘 옮기겠다고.


뻘쭘한 순자. 목소리를 높인다.


순자

아닙니다. 저 힘셉니다.


원장 다시 기준을 바라보며 이야기한다.


원장

아니, 전화를 주고 오시지.

그리고 오늘 직원들이 갔을 텐데,

뭣 하러 여기까지 오셨어요?

기준

아니, 순자씨도 한 번 봐야 하고,

제가 안내도 해야 하니까요.


순자 옆에 서서 기준의 이야기를 거든다.


순자

네, 맞아요. 제가 와보고 싶다고 했어요.

원장

케이지는 그냥 두세요. 직원들 지금 오고 있어요.


그때 보호센터 직원들이 사무실로 들어온다. 원장은 직원들을 향해 화를 낸다.


원장

너희들 뭐 하는데, 주사님들이 여기까지 오시게 해!


순간 얼어붙은 직원들, 원장을 두려워한다.


원장

그런데 주사님(기준) 과장님한테 말을 하고 온 거예요?

기준

그것보다, 원장님, 저기 파일을 한 번, 볼 수 있을까요?

유기동물들··· 그 과정을 확인···

원장

(말을 끊으며) 정말 왜 이러실까?


그때 순자의 전화가 울린다. 과장의 전화다.


순자

저 선배님, 과장님 전환데.




50. 구청 축산과. 오후


사무실 창고. 한과장은 기준과 순자를 세워놓고 훈계를 하고 있다. 기준은 듣기 싫은 표정으로 먼 곳을 바라보고, 순자는 시선을 둘 곳 없이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한과장

야, 너 허기준, 갑질하니? 예산 반 토막만 받고도

군말 없이 성과 내는데 왜 괴롭혀? 네가 기자야?

공무원이야?

기준

아니. 거기 유기동물들 소리가 많이 나고, 좀 수상한

그러니까. 뭔가··· 순자씨 뭐 들리지 않았어요?

순자

네, 그러니까. 고약한 냄새도 좀 나고···

한과장

둘이 무슨 탐정놀이 해?

문제가 있는 것 같으면 잡음 없이 처리해야지.

사고를 왜 치냐고?

기준

그래도 다행이잖아요. 뭐가 없었으니까.

한과장

이것 봐라.


포획수를 그래프로 기록해 놓은 실적보고서를 책상 위에 던져놓는 축산과장.

다른 업체에 비해 원장이 운영하는 센터의 포획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한과장

작년부터 예산 줄었어. 딱 절반으로. 그치?

근데 군말 없이 할당량 채워주고 있어. 안 고맙냐?

기준

고맙죠. 그런데 고마운 건 고마운 거고···

한과장

근데 거길 왜 털어? 너 그거 갑질이다.

위생 불량 지적하려고 그 짓을 해?

솔직히 말해 봐.


한과장이 기준쪽으로 목소리를 높이며 다가서자, 국장이 창고 문을 열고 들어온다.


국장

거기 서들 뭐 해?

뭐, 재미있는 거 하면, 나도 같이하자.


한과장, 국장의 목소리를 듣고 황급히 고개를 돌려 문을 바라본다.


한과장

국장님, 아무것도 아닙니다.

국장

에이. 뭐 하는데? 기준이 표정이 이상한데?

살살해요, 과장님. 그러다가 큰일 나.

요즘 세상에 군기 너무 세게 잡으면 안 돼.

한과장

네, 국장님.

국장

그나저나, 한과장님, 서류 좀 가지고 내 방으로 오세요.

이야기 좀 합시다.

한과장

네, 금방 방으로 가겠습니다.

(국장 문을 닫고 나가자, 기준을 노려보는 과장)

아유, 이걸 자르지도 못하고, 미치겠다.

너 사기업이었으면 그냥 잘랐어.


과장은 자신의 말을 다 하고, 창고 문을 닫고 나선다. 도통 영문을 모르겠다는 순자의 표정.




51. 구청 축산과. 저녁


직원들 모두 퇴근한 사무실 기준과 순자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기준

순자씨, 얼른 들어가세요.

순자

선배님, 다음 주에 육아휴직 가시는 거죠?

기준

제가 인수인계 서류 다 정리해서, 내일까지 드릴게요.

순자

그런데요, 선배님, 오늘 보호센터에 뭐 찾으시러

가신 거예요? 아니면 불시검문 같은, 그런 건가요?

기준

아니에요, 그냥 시보기간 동안 잘 지내고 계세요.

그냥 오늘은 인수인계 차원에서 다녀온 거예요.

순자

인수인계치고는 너무. 너무 스파이 영화 같았는데.

기준

(웃음) 그랬나요? 얼른 들어가세요.


순자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짐을 싸고 밖으로 나가다 기준을 바라본다. 순자, 기준과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순자가 문밖으로 나간 것을 확인하는 기준. 과장의 책상 서랍을 열려 하지만 서랍은 굳게 잠겨있다.



52. 버스 안. 밤


퇴근길, 기준에게 받은 포획 규정 관련 매뉴얼 북을 살펴보는 순자. 동물을 안심시키는 방법, 포획동물을 통 덫에 넣는 방법 등 다양한 포획 매뉴얼을 바라보고 있다. 그때 순자의 전화기가 울리고 엄마와 통화하는 순자.


순자

엄마.

명숙

순자야, 회사는 잘 다니지?

아이고 우리 딸 생각만 하면 엄마가

자다가도 일어나서 춤을 춘다.

다른 건 아니고 엄마, 수술이 조금 미뤄졌어.

순자

왜? 수술이 미뤄져?

명숙

시골 병원이 그렇지 뭐, 수술에 쓰는 약이

도착을 안 했데.

순자

아니, 무슨 병원이 그래?

명숙

아무튼 그래서 여기 안 와도 되니까.

수술 날짜 잡히면 엄마가 다시 전화할게.

우리 딸, 잘 지내고, 엄마가 또 연락할게.

순자

어, 알았어, 엄마도 수술 전까지 일한다고

돌아다니지 말고.


순자, 전화를 끊고 버스 밖으로 보이는 아파트들을 바라본다. 창밖을 보던 순자가 불현듯 휴대폰을 꺼내 자신이 돌보던 길고양이들의 사진을 바라본다.


‘너희들 잘 지내고 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