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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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내부. 소박하지만 정갈하게 꾸며놓은 거실. 외삼촌 내외와 이모 등 친척들이 자개 상에 둘러앉아 식사 중이다. 순자는 말석에 끼어 앉아 있다. 상에 그득하게 차려진 음식들은 바닥을 보이고있다. 순자의 사촌동생(8세, 남)이 장난감 기관총을 벽에 겨냥하고 쏘아댄다. 사촌동생, 빈 총과 총알을 들고 아빠(이모부)에게 달려온다.
사촌동생
장전해 줘.
이모부
아들(사촌동생) 총은 그만 쏘고 이제 밥 좀 먹어.
엄마가 다 먹고 있잖아.
사촌동생 자신의 아빠에게 눈 한쪽을 가려 총을 겨눈다.
이모부가 무서운 듯 손바닥으로 총구를 가린다.
이모부
알았어. 알았어.
이모부, 익숙하게 총알을 장전해준다. 사촌동생, 아까 그 벽에 가서 또다시 총알을 쏘아댄다. 이모는 배가 부른 듯, 음식에 젓가락을 깨작대며, 품평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이모
갈비찜은 짜… 잡채는 싱겁고…
이건 설탕으로 간 했어?
올리고당으로 해야 감칠맛이 사는데…
외삼촌과 외숙모의 표정이 좋지 않다.
이모
순자야. 그나저나 우리 언니 무릎은 괜찮니?
빨리 수술 좀 해 드려. 그런 건 자식이 해줘야
빨리 낫는다.
순자
조만간 해 드려야죠. 저도 그럴 생각이었어요.
이모
근데 순자 요새 뭐 하고 사니?
친척들, 순자를 바라본다. 그러던 중 외숙모가 난처해하는 순자를 대신해 이야기를 한다.
외숙모
뭐 하는지 몰라 물어요? 고모는 꼭 그런 걸 묻더라.
그러니까 애들이 명절에 안 오려고 하죠.
이모
(표독스럽게) 아니, 물어 볼 수도 있죠.
외삼촌
이제 좀 진심을 담아서 질문을 좀 해.
너 때문에 고생한 순자한테,
어떻게 매년 같은 질문이냐?
내가 지겨워서 못 듣겠어.
질문이 새로워야 이야기를 하던가 하지.
이모
오빠는 왜 말을 그렇게 해?
이모가 조카 안부도 못 물어봐?
(숟가락을 탁! 소리 나게 내려놓는다)
나 밥 안 먹어.
외삼촌
배부르니까. 안 먹는거지.
이모부
형님, 저희 집사람(이모)이 그런 뜻이 아니라.
이모
여보도 그만 먹어, 이런 거 먹으면 암 걸려.
외삼촌
(콧방귀) 웃기네... 너 담배는 끊고 그런 이야기 하냐?
암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이모
(당황하며) 어머, 어머, 어머, 미쳤나봐.
내가 무슨 담배를 피운다고 그래.
사촌동생
(순진하게) 엄마 담배 피워?
이모부
(난처해 하며) 아들. 무슨 그런 소리를 해. 아니야.
그리고 자기야, 암이 뭐야? 암이…
그냥 음식이 좀 짠 거지. 빨리 사과드려.
총을 쏘던 사촌동생이 아빠에게 달려간다.
사촌동생
아빠, 그런데 암이 뭐야?
이모부
죽을 수도 있는 건데, 엄마는 절대 안죽어.
네버 다이! 걱정하지마.
사촌 동생
어! 나 아까 밥 많이 먹었는데.
이모부
아들, 걱정하지마. 안 죽어, 안 죽어.
순자, 당황한 표정으로 친척들을 번갈아 쳐다본다.
외숙모, 이모의 밥그릇을 상에서 빼낸다.
외숙모
아가씨, 다 드셨죠?
이모
아이고 무서워, 오빠랑 새언니 무섭네.
오빠 책임이야! 내가 이런 대접 받는 거!
그런데 순자야. 네가 대답해 봐. 이모가 조카한테
뭐 하고 사는지 묻는 게 그렇게 잘못이냐?
밥도 안 줄 만큼?
외삼촌
밥은 다 먹고...
무슨 암 걸린다고 네가 안 먹는다고
했잖아! 왜, 순자한테 물어봐?
이모
순자야. 말 좀 해봐라, 말 좀.
외삼촌
순자야. 말하지 마. 넌 밥 먹어.
이 인간들 오랜만에 보는 조카한테
왜 이렇게 배려가 없어.
이모
오빠는 빠지라고, 내가 순자랑 이야기하잖아.
이모부
(또다시 기관총의 총알을 장전해주면서)
순자 조카, 그냥 얼른 말하고 끝내자.
외삼촌
하지 마, 말하지 마.
이모
오빠는 빠지라고.
이모부
순자 조카, 말해 빨리 말해.
친척들 사이로 몹시 난감한 표정의 순자.
순자
(큰 소리로) 저 괜찮아요!!
친척들, 일순간 침묵. 조용히 순자를 바라본다.
순자
저 공무원 준비 잘하고 있고… 그리고…
열심히 잘살고 있어요, ...아직까지.
사촌동생, 외삼촌을 향해 기관총을 겨눈다.
이모부, 사촌동생(아들)의 총을 빼앗는다.
이모부
사람한테 그러는 거 아니야.
총을 빼앗긴 사촌동생, 총을 달라며 떼를 쓰기 시작한다. 순자,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간다. 종이 가방에금박지로 싼 선물상자가 그대로 놓여있다. 순자, 직접 포장을 뜯고 상자에 담긴 오미자청을 꺼내 차를 탄다.
사촌동생, 울먹거리며 순자에게 다가온다. 순자, 사촌동생을 토닥이며, 오미자차를 준다.
사촌동생
(오미자차를 홀짝이더니) 맛없어.
순자, 오미자차를 쟁반에 담아 거실로 나오는데…
이모부 내외가 이미 짐을 챙겨 떠나려고 한다.
이모
괜히 왔어, 그냥 오지 말걸.
이모부
왜 그래? 명절에…
외삼촌
아이고, 누가 오라고 했니?
얼른 가라, 얼른 가.
순자, 쟁반을 들고 어정쩡하게 서서 친척들 바라본다.
사촌동생
(순자의 카드 내용을 읽는 사촌동생)…
‘외삼촌, 항상 잘 챙겨주셔서 감사드리고…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스럽지만…
아빠, 송구가 뭐야? 송구도 죽는 거야?
얼굴이 붉어진 순자, 사촌동생을 붙잡으려고 하지만, 요리조리 피해가며, 순자가 쓴 명절카드를 읽어 내려가는 사촌.
사촌동생
외삼촌… 저, 사실 부탁드릴 게 있어요…
돈 좀 빌려주실 수 있을까요?
다음 달에 꼭 갚겠습니다.
저희 어머니에게는 꼭 비밀로 해 주시고…
순자, 쟁반을 식탁에 내려놓다가 오미자차를 바닥에 쏟는다. 사촌동생, 순자를 바라보고… 그 순간, 사촌의 손에서 명절카드를 뺏는 순자. 친척들, 멀뚱히 순자를 바라본다. 그때 외삼촌 딸(순자의 친한 사촌, 유진)이 현관문을 열어 들어온다. 유진은 순자에게 달려가 순자를 와락 껴안는다.
유진
뭐야! 오면 온다고 미리 좀 알려주지,
그럼 일찍 왔잖아. (주위를 둘러보는 유진)
그런데, 집 안 분위기가 왜 이래? 또 싸웠어?
유진은 싱글침대에, 순자는 이불을 깔고 바닥에 누워있다.
유진
언니, 안 추워?
순자
전기장판 없어도 따듯한데.
유진
언니 온다고 아빠가 보일러 틀었나 봐.
순자
원래 보일러 잘 안 틀어?
유진
지금 아빠 사정이 좀 그렇거든.
순자
왜?
유진
작은고모(순자에게는 이모)가 좋은 정보 있다고 해서,
아빠가 퇴직금까지 미리 끌어다 주식 했는데…
망했어. 내가 코인에 투자해야 한다고
그렇게 이야기했는데. 망할…
암튼 고모하고 그래서 안 좋아. 엄마도 예민하고.
순자
아. 그런 거구나.
유진
가족이라고, 또 명절 때 저렇게 만나는 거 보면,
참 신기해, 얼마 전까지 죽이네, 살리네 했는데.
순자
그래도 삼촌이 이모 엄청 예뻐했잖아. 막내라고.
이모 결혼할 때도 엄청 울었고…
유진
아이고, 다 옛날 말이야, 이제 먹고 살기 바빠서
아빠는 내 걱정도 안 하고 노후 걱정만 해.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순자와 유진, 유진이 침대 밑 순자를 바라본다.
유진
근데 언니, 침대로 올라오면 안 돼?
순자
응?
유진
예전처럼 같이 누워서 자자.
순자, 베개를 들고 침대로 올라간다.
좁은 침대에 나란히 눕는 순자와 유진.
유진
좋다.
순자
응, 좋네.
유진
언니, 공무원 준비할 만해?
순자
힘들기도 한데, 공무원 되면 하고 싶은 게 있거든.
그리고 제일 안정적이잖아.
유진
삼포, 사포, 오포 난 다 포기했어,
아빠가 공무원 준비하라고 작년까지 엄청
닦달했는데, 난 그냥 하루 벌어 하루 살며 즐기면서 살려고.
방안에 적막이 흐르고 유진 다시 수다스럽게 순자에게 말을 건넨다.
유진
언니, 그런데 공무원 되면 뭘 처음 하고 싶어?
순자
엄마 무릎 수술 시켜 드리고…
사료도 돈 걱정 안 하고 사고 싶어.
유진
사료? 언니 강아지도 키워?
순자
아니, 길고양이들 돌봐주거든.
유진
…순자답네, 다른 건?
순자
많지, 집도 사고 여행도 다니고 이것저것 하고 싶은 거.
유진
그런데 그 오빠랑 결혼할 거야? (웃음)
순자
모르지,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고.
유진
동거하는 거 나밖에 모르지? (웃음)
으, 야해. 어떻게 남자랑 같이 살아? (웃음)
그런데 사실, 나도 사랑하는 사람 생기면 동거하고 싶어
결혼은 너무 비현실적이고, 동거가 더 현실적이지.
언니, (음탕하게 순자의 가슴을 만지며)
그런데 같이 살면 맨날…
순자
(깜짝 놀래며) 미쳤나봐! 아니야(웃음),
좋아도 하지만 경제적인 것 때문에
함께 지내는 거야, 이상한 상상 하지 마.
유진
음, 재미없어. 난 또 특별한 이야기 해 줄지 알았지.
난 정말 언니가, 남자랑 산다고 했을 때,
세상 종말 오는구나 했지.
서로를 바라보며 키득거리는 순자와 유진.
화장실 안.
세면대 수도꼭지에서 물이 졸졸 나온다. 소리가 날까, 수압을 일부러 낮게 틀어놓고 세수하는 순자.
세면을 마치고 화장실 밖으로 나오는 순자. 외숙모가 안방에서 얼굴을 내밀고 순자를 향해 멋쩍게 웃는다.
Cut to
각종 잡동사니와 안 쓰는 물건들이 쌓여있는 방. 구석에 놓인 전신거울 앞에 서 있는 순자. 하얀 셔츠에 검은색 정장 바지를 입고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어색하게 바라본다. 외숙모가 옷가게 점원처럼 순자에게 겉옷을 입혀준다.
외숙모
딱 맞네. 그럴 줄 알았다니까.
이거 살 때 유진이가 10킬로그램 덜 나갔거든.
순자
진짜 괜찮은데…
외숙모
순자 너 오면 주려고 했어.
새것이야, 진짜 한 번도 안 입었어.
순자
그래도 유진이가 찾지 않을까요?
외숙모
유진이는 이거 한 번도 안 입었다니까.
순자
… (거울을 바라보는 순자)
외숙모
아이고, 이제 옷이 주인을 찾았네.
고급스럽다.
‘잘 어울린다.’라는 말을 계속 내뱉으며 구겨진 소매를 쭉쭉 잡아 펴주는 외숙모. 어깨를 두어 번 토닥거린다.
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