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히어로!

12화 순자. 강을 건너다.

by 맹구


12화. 순자. 강을 건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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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등록번호 제 C-2021-401800 호)


(위 이미지는 챗지피티 Ai 생성 이미지입니다)


74. 카페 안. 밤


사람들이 없는 카페 안, 기준이 서류들을 바라보고 있다. 옆에는 기준의 딸이 앉아 유기견,

유기묘들의 사진들을 함께 바라보고 있다. 순자의 몰골이 말이 아니다.


기준

순자씨 괜찮아요?

순자

네 괜찮아요.

기준 딸

(아빠 말을 끊으며) 와, 예쁘다. 아빠,

귀여운 동물들이 이렇게 많아.

그런데 눈들이 왜 이렇게 슬프지?

기준

그건 아빠가 나중에 이야기해줄게.

아빠가 지금 일하고 있어서.

기준 딸

아빠, 휴가 중 아니야?

순자

너 몇 살이야? 그런 것도 알아?

기준 딸

저 다 컷 어요. 7살인데.

순자

아, 미안해.


순자와 딸아이의 대화에 끼어 대화를 이어가는 기준.


기준

순자씨, 우선 미안해요. 내가 말을 하기가…

지금 순자씨 시보 기간에 이런 일 만들어봐야,

좋을 것도 없어요.

순자

선배님, 한 번만 보시고 이야기 좀 해주세요.

그냥 눈 감을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서류를 유심히 살피다 순자를 바라보는 기준.


기준

순자씨가 준 민원자료를 보니까,

주말마다 포획된 길고양이들이 늘어난 이유가 설명이 되네요.

불법 포획에 이중 공고로 안락사 부풀리기, 유기견 불법 판매…

사실 저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 얼마 전에 알게 됐어요.


순자, #50에서 과장이 보여준 실적 보고서(포획량 그래프)를 보여준다.


순자

다 이것 때문이겠죠. 보호센터는 할당량만 채우면 되니까요.

어떻게 보호센터에서…

기준

그 사람들한테는 그냥 사업일 뿐이에요.


기준의 딸이 유기동물들의 사진을 보고, 귀엽다고 좋아한다.


기준 딸

귀여워.


하지만 기준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진다.


순자

선배님, 제가 돌보던 길고양이들도 사라져서

찾을 수가 없어요. 아마도 불법 포획된 것 같아요.

기준

그 친구들 센터에 있어요?

순자

안락사됐다고 하는데, 아직 아닐 수도 있어요.


석시콜린 입고양과 입고날짜(매주 월요일)가 기록된 문서를 기준에게 건네는 순자.


순자

처음 선배님과 센터에 간 날, 분리수거장에서 찍은 사진이에요.

보시면 매주 월요일에 일주일 치를 한꺼번에 받아요.

근데 이번 주에는 약물 입고가 안 됐어요.


#56씬 대화 장면

간호사

원장님, 석시콜린 다 떨어져가는데요.

원장

(짜증) 그걸 왜 지금 이야기하나?

원장

그거 오래 걸리는 걸 알면서 주문을 안 해!

요새 왕진 많은 거 뻔히 알면서 말이야.

2주치 주문해…

(소리 작아지며) 다음 왕진 때 한꺼번에

해결해야 하니까.


순자

제 추측이지만, 아마 2주치를 한꺼번에 주문하느라,

안락사를 못 했을 거예요. 그렇다면 친구들이

분명히 살아 있을 텐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요.

기준

…사실 그때 보호센터 창고에 가게 된 건

해고된 직원의 익명 제보 때문이었어요.


Insert #몽타주 보호센터 유기동물들의 컷

쓰러져 있는 강아지, 떨고 있는 고양이,

이상 반응을 보이는 동물들의 모습들이 보인다.


기준(V.O)

유기동물들을 컨테이너에서 방치한 채

치료도 받지 못하고, 보호도 받지 못하고,

굶주리고 있다는 제보였죠.


Insert #68-4 센터 뒤, 주차장

순자, 허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본다.

직원2가 순자의 눈치를 보며 급하게 컨테이너 창고의 문을 닫는다.


기준(V.O)

분명 그 컨테이너 창고에서 불법 안락사가

진행된다고 해서 찾아가게 된 건데…

원장이 눈치를 챘는지 깨끗했죠.


Insert #68-4 센터 뒤, 주차장

자물쇠와 쇠사슬로 컨테이너의 입구를 잠그는

직원2, ‘철컥’ 소리와 함께 자물쇠를 바라보는 순자의 시선.


순자

(눈이 커지며) 잠시만요, 선배님, 거기 있어여.

제가 찾는 아이들이 살아있어요.


기준, 아무 소용 없다는 듯, 순자를 맥없이 바라본다.


기준

그런데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요.

다들 조용조용 넘어가고 싶어 하고…

시끄러워지면 진급에 문제 생길까, 걱정이잖아요.

순자

단지…

그것 때문에 이 잔인한 일들을 덮고 간다고요?

그래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되잖아요.


기준, 딸의 눈치를 보며 목소리를 낮추며 이야기한다.


기준

그럴 수도 있겠죠?

그런데 우리가 사법기관도 아니고

압수수색 할 거예요?

저도 고민이 많아요, 순자씨.


순자,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난다.

기준, 놀라 순자를 바라본다.

순자 허리를 숙여 기준의 딸을 바라보며 이야기한다.


순자

더는 슬픈 눈 보지 않게 해줄게… 동물 친구들.


순자, 기준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선다.

순자가 밖으로 나가자,

기준은 머리를 감싸고 괴로워한다.

기준딸 아빠를 바라본다,


기준 딸

아빠. 언니랑 같이 가야 하는 거 아니야.

기준

(고개를 들며) 아빠, 휴가잖아.

기준 딸

그럼 처음부터 말을 그렇게 하면 안 되지.

기준

너, 어른들이 무슨 말 하는지 다 알아?


기준 딸

아(탄식) 나 7살이거든.

언니가 슬픈 동물들 구해주자고 온 거잖아.


기준 더욱 괴로워한다.




75. 한과장의 집. 밤


늙은 노모 앞에 앉아 있는 한과장.

노모는 초기 치매 증상을 보인다.

한과장은 한 어린 소년(5세)의 모습이 담긴 오래된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한과장 노모

아직도 셋째는 안 온 거야?

한과장

엄마, 셋째가 아니고 둘째는 아직 일이

안 끝났어. 일 끝나면 금방 올 거 에요.


노모, 갑자기 한과장의 사진을 빼앗아 소년의 사진을 바라본다. 노모는 가슴에 사진을 끌어안고 울기 시작한다.


한과장 노모

아이고, 그놈의 개장수들이 개만 데리고 가지

왜, 내, 아들놈까지 데리고 가냐.

한과장

엄마, 좋은 날 왜 울어요.

엄마 생일이잖아.


한과장이 노모를 안아 주려고 한다.

그러자 노모가 한과장의 팔을 탁 걷어치운다.


한과장 노모

누구요? 우리 아들들 올 시간인데.

한과장

엄마…




76. 유기동물 보호센터. 밤


어두운 보호센터 컨테이너 창고로 서서히 다가가는 순자.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문 앞에 도착해 문틈으로 내부를 확인하는 순자. 순자의 시선에 원장과 간호사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주사기를 원장에게 건네는 간호사의 손과 겁에 질린 강아지가 보인다. 당황한 순자, 문을 박차고 들어가 원장을 덮친다.


순자

안 돼!

원장

(팔을 잡으며) 악!


순자, 원장과 함께 바닥에 고꾸라지고, 원장의 손에 들린 마취약이 넘어지며 원장의

팔에 꽂힌다. 원장 마취약에 취해 시선이

몽롱해지며 미소를 띠며 뒤로 넘어진다.

콘테이너 간이 진료실에 진료를 받던 강아지 보호자, 강아지를 안고 겁에 질려 순자를 바라본다.


순자

강아지 괜찮아요?

강아지 보호자

(겁에 질려) 네 방금 전까지는…


간호사가 쓰러진 원장에게 다가가 원장의 뺨을 톡톡치며 깨우지만 원장 싱글벙글 웃고 있다.


간호사

진료 중에 뭐 하시는 거예요?

순자

진료 중이요? (고개를 돌려 강아지를 바라본다.)

강아지 보호자

(순자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순자 다시 원장을 바라본다. 원장 행복한 표정이다.




77. 구청 축산과 창고. 낮


순자 고개를 숙이고 있다. 천천히 순자에게로 다가가는 한과장.


한과장

순자씨, 시보 기간이 뭔지 알지?

순자

네.

한과장

사건 경위서, 시말서 오늘까지 제출하고…

다시 과거로 돌아가게 해줄게.

조직이 장난이야? 너는 공무원 자격이 없어.

순자

과장님, 저… 공무원 계속할 거고요.

친구들(유기동물)도 지킬 거에요.

한과장

(비아냥대며) 지금 상황 판단이 안 돼?

원하시면 그냥 활동가나 하세요.

일주일 동안 대기 발령이니까,

그만두고 뭐 하면서 살지 고민하라고.


과장은 순자를 노려본 후, 문을 열어

창고 밖으로 나선다.

어둠 속에서 홀로 남겨진 순자.



78. 문경 시골집. 밤


78-1 마당. 밤

순자, 별이 빼곡한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평상에 앉아 무언가 고민에 빠진 순자. 멍한 표정을 짓고 있다.


78-2 집 안. 밤

무릎에 붕대를 감은 채, 앉아 있는 명숙. 오미자를 까고 있다.

순자, 빨간 오미자가 담긴 바구니를 치운다.


순자

엄마. 아픈데, 이런 것 좀 하지 마.

명숙

얘 왜 이래? 안 하던 짓을 하고.

엄마는 이런 거 안 하면 몸이 더 아파.


수술 후 요양 중에도 오미자를 까는 엄마의 모습을 불만스럽게 바라보는 순자.


명숙

장모 될 사람이 이렇게 수술까지 했는데,

사위 될 녀석이, 와봐야 되는 거 아니냐?

순자

그러지 좀 마.


명숙은 기분 좋게 웃으며 다시 바구니를

자신의 앞으로 가져온다.

오미자를 까는 손이 빨갛게 물들어 있다.


명숙

그런데, 공무원까지 되신 우리 딸 얼굴이

왜 그렇게 까칠해? 엄마한테 이야기해봐.

순자

…엄마가 아파서 그렇지.

명숙

수술해서 좋아질 일만 남았는데…

귀신을 속여라.


순자, 난처해하다가…

말을 돌리려고 과거 이야기를 한다.


순자

아빠가 나 때문에 개장수 따라갔잖아…

진달래 구하려고…

명숙

(성을 내며) 죽은 사람 이야기를 왜 하니?

엄마가 다 팔자라고 이야기했잖아.


말은 그렇게 하지만 눈물이 글썽이는 명숙.




79. 과거. 개 사육장. 밤


낑낑데는 강아지 소리가 들려오고 토치에

불을 붙이고 있는 두 사내.

강아지의 낑낑데는 소리는 더 커지고, 미소를 띤 두 사내의 입꼬리는 더욱 길게 올라간다. 그때 순자의 아빠가 소리를 지르며 두 사내에게 뛰어든다.

실랑이 중인 두 명의 사내와 순자 아빠. 사내 중 한 명이 몽둥이를 들어 순자의 아빠를 후려친다. 비틀거리며 토치를 손에 든 사내를 끌어안고 쓰러지는 순자의 아빠. 사내가 손에서 토치를 놓치고… 토치의 불이 비닐하우스로 옮겨붙는다.

불길은 삽시간에 퍼지고, 순자의 아빠가 힘겹게 일어나 파이프에 매달린 강아지(진달래)를 풀어준다. 진달래는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쓰러진 아빠의 얼굴을 핥아준다.


뒤늦게 사육장에 도착한 순자. 아빠에게 다가가려고 하지만 불은 더욱 크게 번져 간다. 아빠와 진달래가 밖으로 나오려는 순간, 구조물이 와르르 무너지고 간신히 홀로 불길을 빠져나온 진달래. 불길 앞에서 안절부절 하며 크게 짖고 있다. 어린 순자, 불길 속으로 달려가지만, 진달래가 순자의 바지춤을 물어 끌어당긴다. 주저앉아 울고 있는 순자.


순자

아빠. 아빠.


불길은 점점 더 커지고, 순자의 주변을 돌며 순자를 지키며 짖는 진달래.



#80 현재. 문경 시골집. 밤


80-1 방안. 밤

순자가 아빠와 진달래 그리고 자신이 함께 찍힌 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슬픈 표정을 짓고 있던 명숙은 이내 표정을 바꿔 크게 웃으며 말을 이어간다.


명숙

아이고 그 사진을 숨겨 놔야겠다.

그놈의 사진만 보면 순자가 우울해져서 안 되겠다.

순자

안 돼.

명숙

괜히 나 때문에 이 시골까지 내려오게 해서

미안해 딸.

순자

뭘 그런 소리를 해?

명숙

그래도 이렇게 수술이 늦어져서

우리 딸이 옆에 있으니까, 엄마가 든든하네.

그런데 막 입사했는데. 이렇게 휴가를 써도 되니?

순자


휴가 이야기에 당황한 순자.


순자

그런데 왜 수술이 늦어졌어?

명숙

이런 깡촌 병원이 그렇지 뭐.

약이 없어서 수술을 못 한다고 미뤄졌지 뭐야.

순자

아무리 시골이라도 사람 사는 곳인데,

어떻게 그래?

명숙

뭐 어쩌겠니? 시골 사람 팔자지.

있는 병원도 없어지는 데.

그나마 병원이 있는 게 어디냐?

순자

아니, 뭐가 안 좋아지면 따져야지

자꾸 팔자, 팔자 하면 어떻게?

명숙

순자야, 세상 안 바뀌어. 너무 애쓰면서 살지 마.


순자 답답한 표정을 짓는데, 명숙은 여전히 태연하다.


80-2 방안. 밤

불 꺼진 방안에서 명숙이 자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순자.

명숙의 머리맡에는 약봉지가 한 움큼 담겨있다.

순자 무언가 생각난 듯하다.


#39씬 회상

원장

요새 왕진이 많아져서 정말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56씬 회상

원장

그거 오래 걸리는 걸 알면서 주문을 안 해. 요새

왕진 많은 거, 뻔히 알면서 말이야.

2주치 주문해, 다음 왕진 때 한꺼번에 해결해야 하니까.


두 눈이 번쩍거리는 순자.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근육이완제 도착이 늦어져 안락사가 진행이 안 됨을 직감적으로 느낀다.




81. 감사실. 낮


업무 과실에 대한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순자 아무 말 하지 않고 이야기를 듣는다.


감사실장

순자씨, 조직을 알아요?

조직 생활을 안 해보셨죠?

고시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상상력이 막 풍부해져서 그럴 수 있어요.

현실감각 떨어지고,

그런데 이제 현실에 적응하셔야죠.

인생 실전이에요.

감사 보고서 넘길 거고 이번 달 안에

결과 통보될 거예요.




82. 대회의실 복도(실내). 낮

대회의실 창 너머로 국장과 한과장, 보호센터 원장이 계약서에 서명을 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비장한 표정으로 조인식을 바라보는 순자. 심장이 크게 뛰기 시작한다. 순자 전화기를 들어 어디론가 전화한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