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장미 받은 여자야
일단, 도를 찾으러 산으로 들어간 건 아닌 모양이었다. 시장 일대를 돌아다니며 나름의 밥벌이를 하고 있다니 걱정을 한시름 덜긴 했다.
시장 상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누굴 물고 다니는 것 같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 ‘귀티 나는 하얀 털’을 앞세워 어묵 하나, 생선 대가리 하나를 살살 녹는 눈빛으로 갈취(?)하고 다닌다는 소문뿐이었다.
“혹시, 내 냄새 맡고 피해 다니는 거 아냐?”
이 주임은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평소 사무실에서 진돌이를 붙잡고 "손!", "앉아!", "이 주임님이 좋아, 사료가 좋아?"라며 귀찮게 굴었던 과거의 자신을 비난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더니, 이럴 줄 알았다면 평소에 그냥 잘해주기만 할걸.
이 주임은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바로
‘후각 위장술’
그녀는 곧장 근처 ‘다있지’로 달려가 가장 향이 강한 저가형 향수를 샀다. 평소 뿌리던 은은하고 세련된 우디 향 대신, 장미 백 송이를 압착해 농축시킨 듯 유독 향이 강한 플로럴 향수를 골랐다.
칙, 칙-!
공기 중에 뿌려진 향수는 분무기 수준이었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나 오늘 장미 받은 여자야.’
이 주임은 몸에서 진한 장미 냄새를 풍기며 썩은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면 개코라도 못 알아챌걸.”
하긴, 대면한다고 해도 녀석이 작정하고 도망가면 잡을 방법이 없었다. 이제 남은 건 미끼였다. 개무시하던 진돌이의 꼬리를 헬리콥터 마냥 돌아가게 했던 ‘한우 힘줄 수제 개껌’에 운명을 맡겨 보기로 했다. 인간에게 디저트 배가 따로 있듯, 개들에게도 개껌이 들어갈 배는 따로 있는 법이었다.
이 주임은 스스로가 대단한 전략가라도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조금 전 골목에서 들개 형님들에게 ‘도련님 냄새’ 난다고 구박받던 진돌이가, 지금 그 무엇보다 간절하게 그리워하는 것이 바로 이 ‘자본주의 개껌 향기’라는 사실을.
‘아오, 내가 이렇게 정성을 들였으면 벌써 시집을 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