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기 가득한 애송이의 위기
시장에서 획득한 핫바의 기름진 풍미가 입가에 기분 좋게 남아 있었다. 혓바닥으로 입술을 쓱 핥으니, 짭조름한 어묵의 흔적이 꼬리 끝까지 행복을 전달하는 기분이다.
배가 부르니 긴장이 풀리고, 긴장이 풀리면 잠이 오는 게 인지상정. 생각해 보니 가출 이후 줄곧 코를 땅에 박고 모험을 하느라 제대로 된 휴식을 즐기지 못했다.
‘위대한 탐험가는 휴식조차 전략적으로 취해야 하는 법.’
나는 이제 낯선 길을 헤매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아니, 길을 잃었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나는 단지 이 ‘광활한 코스모스’를 개척하는 중일뿐이니까. 본능에 몸을 맡긴 채, 가장 안락하게 배를 깔고 누울 만한 명당을 찾아 나섰다.
‘목표 지점 발견.’
낡은 주택가 막다른 골목, 수령을 알 수 없는 고목나무가 덩그러니 서 있는 옴팡진 구석 자리였다. 그곳엔 오후의 햇살이 마치 나를 위해 보온이라도 해둔 듯 진하게 머물고 있었다.
킁킁. 낯선 장소에서 익숙하지 않은 냄새가 났다. 고요하고 건조한 먼지 냄새 사이로 풍겨오는 이 싸한 기운. 한두 마리가 남긴 흔적이 아니다. 살짝 쫄리긴 했지만, 나 진돗개야. 왜 이래.
‘뭐, 쎈 놈들이라도 왔었나 보지. 하지만 지금은 내가 주인이다.’
나는 그 명당자리에 몸을 구겨 넣었다. 햇볕 아래 앞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묵직해진 턱을 그 위에 올렸다.
“하아-”
깊은 날숨과 함께 온몸의 근육이 엿가락처럼 늘어졌다. 적당히 데워진 시멘트 바닥의 온기가 뱃가죽을 타고 올라와 심장까지 뜨끈하게 적셨다. 눈꺼풀이 천근만근 무거워졌다. 담벼락 너머로 이름 모를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렸지만, 더 이상 귀를 쫑긋 세우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딱딱한 시멘트 바닥은 세상에서 가장 포근한 담요요, 무한한 하늘은 나의 이불이었다.
꿈속에서 나는 다시 그 핫바 아주머니를 만났고, 아까 만난 담벼락 위 고양이 대장과 함께 성대한 ‘멸치 대가리 파티’를 열었다. 자유의 냄새는 더 이상 낯설거나 두렵지 않았다. 그것은 내가 원할 때 언제든 맡을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아늑한 ‘나의 냄새’가 되어가고 있었다.
나의 위대한 가출, 해가 주황빛 홍시처럼 맛있게 저물며 완벽한 엔딩을 장식했다면 참 좋았으련만...
나른한 졸음을 깨운 것은 아주머니의 호의도, 고양이의 여유도 아니었다. 코끝을 찌르는 서늘한 ‘타견(他犬)’의 냄새. 나는 번쩍 눈을 떴다. 어느덧 내려앉은 어둠을 뚫고, 두 개의 검은 실루엣이 천천히 골목 안으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패기만 있고, 경험은 없는 애송이의 말로가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