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 별주부전 8

이달의 판매왕

by 하이진

당근라이프 대회의실. 지난달 성과 보고회가 열리는 현장의 열기는 흡사 광신도들의 집회장 같았다. 이번 달 ‘판매왕’의 영예는 이례적으로 바다 건너온 신입 사원에게 돌아갔다. 쓰나미처럼 밀려든 주문서가 온 사무실을 붉은 비트 빛으로 물들인 결과였다.


나비넥타이로 맵시를 뽐낸 토끼 회장이 마이크를 잡고 포효했다.


“여러분! 불가능은 없습니다! 저 시퍼런 바다 밑바닥, 정보의 불모지인 용궁까지 우리 비트즙의 붉은 물결을 전파한 집념의 세일즈맨! 오션(Ocean) 지사장 별주부 씨를 무대 위로 모십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와 시샘 어린 선망이 쏟아졌다. 한껏 우쭐해진 별주부의 목이 평소보다 5cm는 더 길게 빠져나와 있었다. 그는 등껍질에 ‘당근라이프’ 홍보 띠를 두르고, 느릿하지만 누구보다 당당하게 단상 위로 올랐다.


토끼는 별주부의 앞발을 꽉 잡고 번쩍 들어 올리며, 영롱하게 빛나는 [황금 비트 상패]를 수여했다.


“흠흠, 감사합니다. 이 모든 영광을 저의 위대한 스승이신 토끼 회장님과, 과도한 음주로 스스로 건강을 망치신 용왕님께 돌립니다.”


별주부는 목청을 가다듬고 세일즈의 본질을 꿰뚫는 ‘전설의 소감’을 이어갔다.


“동기 여러분! 우리는 지금 즙을 파는 게 아닙니다. 가족과 친구의 생명을 구하는 ‘건강 전도사’입니다! 지인들의 안부 전화를 망설이지 마십시오. 만약 지난달 실적이 저조했다면, 그건 시장 상황 탓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사랑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사랑한다면 결제하게 하십시오!


광기 어린 박수 소리가 회의실 천장을 뚫을 듯 울려 퍼졌다. 입꼬리를 귀에 걸고 화답하던 별주부였지만, 사실 그는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 등딱지 안쪽 포켓에 쑤셔 넣은 달주부의 ‘8대 2 협박 서신’이 고구마처럼 그의 명치를 틀어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달주부, 이 영악한 자식... 내가 순순히 빨대 꽂힐 줄 알았다면 오산이다.’


별주부는 박수를 치는 군중 속에서 홀로 이를 갈았다. 그는 이미 머릿속으로 이중장부를 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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