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과 위선
지하상가로 내려가는 계단은 늘 축축하고 서늘한 공기가 감돌았다. 그곳에는 언제나 같은 자리에, 누군가에게 머리를 조아린 채 낮은 자세로 엎드린 한 사람이 있었다. 해진 옷가지와 굽은 등. 그 앞을 지날 때면, 정해진 약속처럼 주머니 속에서 천 원짜리 지폐 한 장을 꺼냈다.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었다. 가벼워진 손을 털며 계단을 마저 내려가려는데, 곁에 있던 그가 조용히 말했다.
“하지 마. 자기만족일 뿐이야. 근본적으로 도움이 안 돼.”
그 말은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날아온 화살처럼 가슴에 박혔다. 당혹감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온전한 선의였다면 부끄러웠을까. 다정함이, 선의가, 자기만족용 가식이었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반발심이 올라왔지만 입을 다물었다. 나름의 논리로 따질 수도 있었지만, 깊이 들여다볼수록 그의 말이 옳았다. 알량한 푼돈으로 손쉽게 위안을 사려했다.
그날의 당혹감은 오랫동안 잔상으로 남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그 기억을 다시 꺼내어 본다. 순수한 이타심이 아니라는 이유로 손을 거두는 것보다, 비록 내 만족이 섞여 있을지언정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행위 그 자체를 인정해주고 싶다.
그때보다 훨씬 인색해진 지금에서야 그 시절의 위선이 조금은 순수했음을 알게 됐다.
완벽한 지선보다 다정한 위선도 쓸모가 있다는 것을.
#지선#위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