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가라

한강 - 문학과 지성사

by 하이진


[한숨도 자지 않았던 지난 나흘이 폭약처럼 응축됐다 터지는 것 같았다.]

'몽고반점'이라는 단편으로 작가님의 소설을 처음 접했다.

그때의 충격과 거부감이 아직도 남아있다.

그때는 혐오감이 들 정도로 강한 고통이었다.

내 기준에는 판타지와 다를 바 없는 상황임에도 감정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 뒤로 ‘채식주의자’가 나오고 ‘소년이 온다’도 출간되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으셨다는 기사도 보았다.

그럼에도 나는 선뜻 작가님의 글을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바람이 분다, 가라 ‘는 입구부터 묵직한 밀도를 드러낸다.

그러면서 덤덤하게 읽는 사람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너무 오랜만인데도 익숙한 분위기와 질감이 느껴졌다.

희끗하게 얼어 있다는 보도블록부터 불안하게 했다.


견뎌야 할 감정을 상상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갑갑해서 길게 한숨을 반복해서 쉬었다.

화가 나기도 했다.

중간에 몇 번이나 책을 덮었는지 모르겠다.

일주일이 지났는데 겨우 반을 읽었다.

남은 이야기는 주인공인 정희가 모르는,

인주의 모습이 나오고 알아가는 과정이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그리고 아마도 좋게는 안 끝날 것 같다. 파국일까?


한숨도 자지 못한 나흘은 어떤 심정일지.

몇 번이나 이 문장을 다시 읽었다. 제대로 읽었나 해서.

그리고 작가님은 괜찮은 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읽는 것만으로도 이런 기분이 되는데 쓸 때는 어떨까 싶어서.

엉뚱하게도 작가님도 쇼츠같은 거 볼까? 궁금해졌다.


나는 작가님의 인터뷰나 관련 영상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실제의 삶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다.

어쩌면 판타지로 남기고 싶어서 안 보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어쨌건 글과 상관없이 그녀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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