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켜줬으니 갈 길 가세요.

사뿐사뿐

by 하이진

반짝반짝 특별한 어린이는
언제나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어 한다.
당신도 그랬겠지.
나도 그랬고.


엄마는 결사반대였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어린 마음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마음에 조금씩 다가가게 된다.


끝까지 져야 하는 책임,
돌봐야 하는 수고.
그러기에 너무 고된 일상,
생명의 존엄함이 어쩌면 부담스러웠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나는 고양이를 사랑했다.
강아지를 사랑했다.
보는 만큼만 사랑했다.
그만큼이었다.
내 사랑이 얼마나 알량한 것인지 깨달았다.


아이를 피아노 학원에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
아파트 입구에서 고동색 털에 검정이 섞인 고양이를 만났다.
집채만 한 파도처럼 달려드는 자동차 앞에서,
동그랗게 커진 눈.
우리는 서로 놀랐다.
잠깐의 정적과 머무름.


정신을 차린 고양이가 냥발로
사뿐사뿐 길을 비켜섰다.
그리고 다시 눈을 맞춘다.


“비켜줬으니, 갈 길 가세요.”


휴대폰을 꺼내는 대신
마음에 사진을 찍었다.
찰칵—
순간 포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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