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와 나 <초단편>
오십을 갓 넘긴 남자가 땡볕 아래 옥상에서 비비탄 총을 들고 설친다.
이 건물의 주인, 우리 이사장이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저 양반, 정신이 어떻게 된 건가” 하고 혀를 찰 게 분명한 모양새다.
비둘기들을 쫓겠다고 한 시간째 꼼짝없이 서 있다.
창문에 선팅을 해놓은 방 안에서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간이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고, 그 광경을 구경하다 보면 웃음이 절로 나왔다.
아— 자기소개가 늦었다.
나는 이 옥상 간이 건물에 세 들어 사는, 전도유망한(?) 서른넷 청년 윤길주다.
두어 시간쯤 미친 사람처럼 비비탄을 난사하던 이사장이 땀을 비 오듯 쏟아내며 내 방문을 쾅쾅 두드렸다.
“창문은 뭐 한다고 선팅을 저렇게 시커멓게… 들여다보는 사람 누가 있다고!”
볼 때마다 잔소리를 달고 산다.
“땀을 왜 그렇게 흘리십니까?”
나는 그가 방금 전까지 난리를 치던 걸 못 본 사람처럼 시치미를 뗐다.
“망할 비둘기들… 쫓아도 끝이 없어.”
“해충박멸해 주는 업체에도 비둘기 퇴치 있던데요.”
시원한 물을 건네며 말했다. 그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따, 돈이 썩어 나는 가베? 이런 데 돈을 들여?”
그는 물을 들이켜고 한숨을 쉬었다.
“그건 그렇고, 자네 이사 갈 집은 구했나?”
“고향 내려갈 생각입니다. 여기선 할 일도 없고요.”
“요새 젊은 사람들은 말이야… 힘든 일은 안 하려고만 하지.”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애매하게 수긍했다.
“자네 나가면 바로 공사 시작해야지. 일주일 남았어. 알지?”
한 달 전, 이사장이 방을 빼달라고 찾아왔다.
옥상조경이 어쩌고 저쩌고, 나무를 심고 잔디를 깔고 휴게시설을 꾸민단다.
요즘 유행이라는 건 들어봤지만, 그게 내 머리 위로 이렇게 떨어질 줄은 몰랐다.
서른넷. 부모님 집에 얹혀살기엔 눈치 보이고, 어떤 일자리를 찾을지 매번 고민만 하는 나이.
근근이 아르바이트로 살아온 내게 이사장의 “방 비워”는 곧 “노숙 준비해라”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고향에 내려가면 동네 어른들 시선을 피하느라 숨도 제대로 못 쉴 텐데.
그보다 더 끔찍한 건, 멀쩡한 놈이 빈둥거리며 있는 걸 보고 속 터져할 어머니 얼굴이다.
이사장 입장에선 건물값 올리는 자연스러운 선택일지 몰라도, 내겐 잔인함 그 자체였다.
이사장이 땀을 식히는 동안 비둘기 한 마리가 고개를 앞뒤로 끄덕이며 유유히 걷는다.
옆에는 새똥 천지. 바람만 불어도 비둘기 깃털이 내 창문 앞까지 날아온다.
매일 비비탄을 난사해도 그때뿐. 금방 돌아와 앉아 이사장을 조롱하듯 끄덕이는 꼴이라니.
사실 그의 적중률은 제로에 가깝다. 비둘기들이 위협을 느낄 리가 없다.
“자네가 한 번 해볼 텐가? 옥상은 자네 앞마당이나 마찬가지잖나.”
첫날부터 새 공포증을 핑계로 피했건만, 그는 여전히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뭐… 어차피 곧 떠나야 하는 공간이긴 하다.
그런데 떠나기 전까진, 이사장이 비둘기와 벌이는 사투를 지켜보는 이 시간이 그리 나쁜 건 아니었다.
내 삶도, 그의 삶도
가만히 제자리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것 같아서.
웃기고 씁쓸한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