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씨의 하루 3

감사씨의 마지막 에피소드

by 하이진


호호.


입김을 불어가며, 부드러운 천으로 요술램프를 문질렀다.
물 주전자로 쓸 일은 없겠지만, 장식장 한 자리는 내주고 싶었다.
닦을수록 윤이 살아나는 게, 마치 정말 소원이라도 들어줄 것만 같았다.


할머니는 풍물 시장을 돌며 장사하시는 분일까.
감사씨는 인상착의를 떠올려 보려 했지만, 끝내 흐릿한 그림자밖에 남지 않았다.


“아 아! 아바?”


아이가 기어 왔다.

관심을 보이기에 주전자를 바닥에 놓아주었다.


조막손으로 두드리고, 밀어보고, 입으로 가져가려는 걸 급히 막았다.
제지당한 아이는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내며 불만을 토로했다.


“궁금한 건 알지. 그래도 입은 안 돼.”


아이는 불만이라는 듯 주둥이를 붙잡고 바닥에 탁 내리쳤다.
뽀송한 매트 위로 뚜껑이 멀리 튀어 올랐다.
아이가 그쪽을 향해 우사인 볼트처럼 기어갔다.


"육상 선수 시켜야 하나.’


뚜껑을 손에 쥔 아이가 “어어—” 하고 외치자,
감사씨는 뚜껑을 끼우는 시범을 보여주었다.
아이의 눈이 반짝했다.

열었다 닫았다를 끝없이 반복하다가, 결국 지친 건 감사씨였다.


그가 자리를 뜨자마자, 아이는 조용히 뚜껑을 입으로 가져갔다.
우물우물, 침을 묻혀가며 문지르는 폼이 제법 진지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 순간—
주전자 속의 불평씨 머리 위로 차가운 어떤 것이 떨어지고 있었다.
시원하고 맑은 감각.
모래의 열기가 거품처럼 꺼지던 바로 그 시각.


거의 동시에—
아내의 비명, 아이의 울음, 그리고 감사씨에게 쏟아지는 잔소리가
문틈 사이로 집 밖까지 흘러나갔다.


“아이한테 아무거나 던져주고 자리 비우지 말라구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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