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모양

시간을 머물게 하는 법

by 하이진


오늘은 어떤 감동이 있었을까.


어릴 때보다 어른이 된 지금, 시간이 훨씬 더 빨리 흐른다.
처음엔 그저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거라 생각했다.


어렸을 때는 일 년이 참 길게 느껴졌다.

그래서 한 해를 보내는 일이 의미 있었고, 새해의 소원도 특별했고,

설에 먹는 떡국 한 그릇도 대단하게 느껴졌다.
‘일 년에 한 번’이라는 말이 진짜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추석도 설도 너무 자주 돌아오는 것만 같다.
언제부턴가 새해 소원도 빌지 않고, 신년 계획은 작심삼일일 게 뻔하니 세우지도 않는다.
해돋이를 보러 갔던 게 언제였더라.
카운트다운을 세며 제야의 종소리를 기다렸던 적은 또 언제였지.


생각해 보니, 그래서였다.
시간이 이토록 빠르게 지나가는 이유.


무감해졌기 때문에.
하루하루에 정성을 쏟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흘려보냈기 때문에, 시간도 나를 스쳐 지나가기만 했던 건 아닐까.


분명 내일도 정신없이 반복되는 일들 속에서 해 질 녘을 맞이하겠지만
그래도 잠깐은 멈춰 서야겠다.
머물러 있는 듯한 시간의 숨소리에
가만히 귀를 기울여야겠다.


맴도는 시간을 잡아서
천천히 보내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할 것 같다.


길가에 핀 민들레는
보는 이가 없어 존재가 지워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이는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민들레 홀씨를 찾아낸다.
후— 하고 한 번 불면, 하늘로 흩어지는 홀씨를 바라보며 “예쁘네.”라고 말한다.
그 순간, 사라졌던 의미가 다시 피어난다.


시간도 그렇지 않을까.
지우기만 하지 않고, 그 안에서 의미를 발견해 간다면
단 하루에도 천 년의 숨결이 담길 수 있는 게 아닐까.


대단한 건 대단하다고,
소소한 건 소소하다고 말하자.
행복은 각자의 모양으로 존재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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