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도 안 하고 양심이 있나
바야흐로 김장의 계절이다.
올해는 개인적인 일정 때문에 김장 당일에도 참여하지 못했다.
덕분에 김장은 안 하고 김치만 얻어 오는, 불속성 효녀가 됐다.
동생네와 엄마에게 미리 연락을 해 두었다.
하지만 한 번 정하면 해야 직성이 풀리는 엄마.
딸이 못 온다니 며느리만 시키기도 미안했는지,
그 많은 김장을 결국 혼자서 다 해버렸다.
김장이란 게 하루 이틀 만에 이뤄지는 일이 아니다.
마트에서 파는 젓갈을 사서 쓰면 될 텐데,
굳이 손수 젓갈용 멸치를 사서 만들고
싱싱한 새우젓도 또 준비한다.
배추를 절이고,
마늘을 까고,
무를 쓸고,
갖은 재료를 손질해 양념장을 만든다.
그러면 우리는 주말에 가서
절인 배추에 양념을 바르는 일만 하면 됐다.
건강한 몸으로도 한나절 양념을 치대고 나면 허리가 쑤셨다.
엄마는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픈데
어떻게 그 많은 일을 며칠씩 해낼 수 있을까.
엄마 같은 엄마가 되라면, 솔직히 자신이 없다.
미안한 마음에 삼겹살을 사 들고
김장이 끝난 다음 주에 엄마에게 갔다.
그 와중에 금세 새로 만든 김치를 먹어 보라며
몇 포기를 또 따로 절여 두셨다.
야외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고,
챙겨 간 과일을 먹으며 즐거워하는 엄마를 보면
자주 와야지 싶다가도,
참, 안 된다.
내 시간이 더 소중해서.
괜히 미안해 웃으며 말했다.
엄마, 원래 사랑은 내리사랑이래.
엄마는 나를 사랑하고,
나는 우리 애들을 사랑하는 거지.
그래, 원래 그런 거다.
라고 말해 주셨지만
원래 그런 게 어디 있나.
오늘 아침, 친구에게 메시지가 왔다.
아는 선생님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살아 계실 때 전화라도 자주 드리자며.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걸 안다.
일 년이 천년 같고 태산 같던 어린 시절이 아니라서,
십 년이 어느새 코앞에 와 있다는 걸
이제는 조금 알게 돼서
그날을 셈하다 보면 마음이 울컥해진다.
그럼에도 하루는 짧고,
나는 오늘도 내가 소중했다.
그래도 엄마,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