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원, 그 절박함에 대하여
“진돌아, 내가 너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주말에 출근하고 싶을 만큼은 아니야.”
“이주임, 내일 나와?”
“네… 너무 슬퍼요.”
“일이 많아?”
“결산 시즌이라서요. 통장 잔고가 10원이 안 맞아요. 통장 전부 뽑아서 하나씩 맞춰보고,
그래도 안 맞으면… 은행 가서 더 긁어와야죠.”
“십 원쯤은 내가 줄까?”
그랬다.
모두가 증오하고, 숫자만 좋아하는.
결산과 감사의 계절이었다.
이 시기, 이주임은 회사에서 가장 바쁜 인간이 된다.
법인세 신고부터 각종 신고까지 줄줄이,
덤으로 정기 결산까지.
재고조사는 직접 하지는 않지만,
그 재고조사 “서류”는 누가 만들겠는가.
이주임이었다.
이 시기 회사의 풍경은 이랬다.
과장님들.
대리님들.
마음 단단히 잡수세요.
숫자 안 맞으면 이주임 성질… 다들 아시잖아요?
부장님의 신임과 권력을 등에 업은 이주임은
이 기간만큼은 당당히 ‘갑’이 되었다.
과장님들과 대리님들이 얼마나 좋은 분들이셨는지,
그리고 이주임이 얼마나 가소롭고 귀여웠을지(…),
그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된다.
생각하면 이불킥감이었다.
평소엔 착하고 성실한 이미지로 포장을 꽤 잘했는데
바빠지자 결국 본성이 드러났다.
토요일, 결국 출근을 했다.
경비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진돌이와 눈이 마주쳤다.
주말에 보니까 그렇게 반갑니?
진돌이는 깜짝 놀라 얼어붙었고,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게 또 얼마나 귀엽던지.
하지만 문제는, 이주임이 동물의 마음을 못 읽는다는 거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도 못 읽지만,
그녀는 유독 눈치가 없었다.
사회생활은 눈치라는데…
이 중요한 걸 왜 빼먹고 태어난 걸까.
그렇지만 지금은 눈치 따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냥 진돌이 머리나 한 번 쓱 쓰다듬고, 곧장 사무실로 향했다.
“오늘 오전에 다 끝내버리겠어.”
이런 말을 스스로에게 멋지게 던져 보지만 사실 알고 있었다.
이 일엔 끝이 없다는 걸.
그래도, 십 원은 반드시 찾아낸다.
오늘도 이주임은 그렇게 숫자와 사투를 벌였다.
고생해, 이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