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 한라산 갈래?

ep1. 저에게 설산 제안은 플러팅입니다만

by 민영

민영, 한라산 갈래?


캐나다 가기 전에 한라산 설산은 꼭 등반해보고 가야지싶었는데, 마침 잘 된 제안이었다. 원래는 부모님과 갈 예정이었지만, 공교롭게도 두 분 모두 일정이 생겨 혼자 다녀올까 고민하던 찰나에 다은의 초대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다은에게 다시 한 번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지난 여행을 떠올려본다.


그렇게 시작된 동갑내기 설산 여행. 이번 여행의 테마는 [Wellness, Together in 한라산]

공항에 도착하니, 기대와 설렘이 가득한 다은의 얼굴을보고 덩달아 신이 나기 시작했다. 다은의 웃는 모습은 보는 이를 기분 좋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녀의 큰 장점이자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둘 다 MBTI E형 인간(ESFP 민영 / ENFP 다은)이지만, 나는 상대적으로 말수가 적고, 생각보다 차분(?)한 편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반면, 다은은 나보다 상대적으로 조금 더 밝고 활기찬, 조금 더 하이텐션의 소유자로, 우리 둘의 밸런스가 의외로 잘 맞았다. (물론 이것도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사실, 제주 일기예보가 좋지 않아 입산 가능 여부조차 불투명했지만, 정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입산 허락만 받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간절히 빌며 출발했다. 제주 시내에 도착해 체크인만 하고 곧바로 저녁으로 갈치구이 정식을 먹으러 갔다. 맛있는 건 또 못 참지! 작년에 저장해 둔 제주 먹킷리스트가 이번 여행에서 빛을 발했다.

[충민정]

제주 시내에서 정갈하게 갈치구이 정식을 내는 곳으로, 여기가 딱이었다. 맛있는 갈치와 10가지가 넘는 밑반찬이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특히 나물 반찬! 짭조름한 생선과의 환상적인 조합에 밥도둑 그 자체였다. 빨간 갈치조림도 고민했지만, 다음 날 꽤 힘든 산행이 예정돼 있어 순한 메뉴로 선택! 현명한 메뉴 선정 칭찬해~


저녁을 마치고 산행에 필요한 물품들을 챙기기 위해 이동했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 둘 다 MBTI P형이어서 계획보다는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타입. 덕분에 잠들기 전까지 무려 세 번의 이동이 있었다.


[식당 → 마트1 → 편의점 → 숙소(짐 정리 및 준비) → 대형마트]


가장 웃겼던 순간은, 숙소에서 짐 정리와 준비를 마치고 잠옷까지 갈아입은 상태에서

**“보조배터리!”**를 둘 다 챙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였다.


“다은! 헐, 나 보조배터리 안 가져왔어.”

‘다은은 챙겼겠지?’ 하는 마음으로 물었는데...

“헐, 나도.”

“......”

우리는 분명 출발 전날까지 보조배터리 이야기를 했어 lol

둘 다 한참을 웃으며 급하게 근처 대형마트에 다녀왔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3시, 눈을 떠 빠르게 씻고 나갈 채비를 마쳤다.

[새벽 3시 40분에 여는 독새기김밥]

한라산 가시는 분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김밥 맛집! 전날 미리 김밥 두 줄을 예약해두고 픽업 시간을 알려드리면 된다. 우리는 4시 30분쯤 김밥을 픽업한 뒤, 바로 성판악 주차장으로 향했다. 이번 여행에서는 대부분 운전을 내가 맡았고, 다은은 훌륭한 주크박스 역할을 해주었다. 겨울 새벽의 한라산 가는 길은 의외로 적막하고 무서웠지만, 서로가 있어 다행이라고 말하며 잔잔한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이 참 좋았다. DJ 다은이 선곡한 곡들은 새벽 감성과 완벽히 어우러졌고, 그녀가 짧게 설명해준 가수와 노래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다은이 말하길,

"박소은의 나는 너의 문학이라는 노래 들어봐. 가사가 참 좋아. 마치 서울대 국문학과 학생이 고백하는 듯해. [출처] “나랑 같이 여행 갈래?” ㅡ 70시간의 여정, 30개의 대화|작성자 단단"

그 비유가 너무 재밌고 신선했다. 나는 N형 인간들과의 대화에서 이런 찰떡같은 비유를 들을 때마다 감탄하곤 한다. 이 글에서 MBTI 이야기를 자주 곁들이지만, **"N형이라서 이렇다"**라는 이분법적 해석보다는 내 주변 친구들의 특징으로 이해해주면 좋겠다. "대화를 할 때 비유를 기가 막히게 잘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런 지인들이 대개 N 성향을 지닌 경우가 많더라." 그 정도의 맥락으로 읽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