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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아무개 Nov 15. 2018

where are you

-가수 사비나앤드론즈 ‘Where are you’를 듣고-


 터프한 남자 같은 드럼, 하얗고 길쭉한 손을 가진 여자 같은 피아노 그리고 아슬아슬한 슬립 드레스를 입은 외로운 여자 같은 목소리. 이 음악에서 나오는 세 가지 요소다. 너무 다른 특징을 가진 세 가지 소리는 한 곡 속에서 섞이지 않고 따로따로 놀 것 같다. 그런데 이 세 가지로 이뤄진 사비나앤드론즈의 ‘Where are you’는 어떤 누군가에게 취향 저격이 될 수 있는 노래다. 2016년 2월 나는 이 노래에 푹 빠져 지냈다.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흑백 영화의 필름 돌아가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한음 한음 외롭게 떨어지는 피아노 소리. 그 후 무언가를 고조시키는 드럼의 벅찬 비트. 이 곡의 시작 부분을 묘사한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도입부부터 피아노와 드럼의 역할은 정해져 있는 듯하다. 외로움과 벅참. 맑고 고운 피아노 소리가 한음 한음 떨어지니 그렇게 고독하고 외로울 수가 없다. 체르니 삼십 번을 무려 17년 전에 손을 뗀 나로서는 이 곡을 음악적 이론을 들어 설명하기 힘들지만 그렇기에 이 곡의 감정의 흐름을 더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노래의 주인공은 단연 가수의 목소리다. 이 곡의 도입부는 주인공을 맞이하기에 좋은 곡이다. 마치 레드카펫을 걸음에 맞춰 깔아 주는 듯이.



 가수의 목소리가 나오면 재즈를 부르는 듯 쇳소리가 섞여 섹시함마저 느껴진다. 대중적인 목소리는 아니다. 독특한 음색을 찾아 헤맨 이들에게 강한 쾌거를 줄 수도 있을 목소리다. 나 또한 취향 저격당한 1인이다. 약 2년이 지난 오늘 다시 빠져 지낼 것 같다. 최근 신혼집으로 이사를 했다. 아직 남편이 들어오기 전이다. 먼저 들어와 지내기 때문에 집안의 공백이 때때로 느껴진다. 그때 이 노래를 들으면 딱 맞겠다. ‘왜얼알유’ 당신은 어디 있나요? 


 

 드럼, 피아노, 가수의 목소리 이 세 가지 조합은 익숙하지 않은 것들의 화음이다. 늘 익숙한 것만 좋아하는 나에게 이 노래는 새로운 충격이다. 마치 도전에 성공한 노래 같다. 늘 마시던 음료만, 늘 가던 식당만, 늘 보던 드라마만 고집하는 나에게 무슨 깨달음이라도 주려는 걸까. 회사 앞 라떼 아포가토를 파는 카페가 있다. 보통 아포가토는 쓴 에스프레소와 달콤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섞어 먹는 음료다. 그런데 그곳에는 우유가 한껏 섞인 라떼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인심 좋게 넣어준다. 익숙한 것들이 만들어낸 어색한 조합이다. 소심한 나는 익숙한 식당에 가서 처음 시키는 메뉴를 먹어보는 정도의 도전이 되겠다. 이 노래처럼 전혀 다른 조합으로 성공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조금씩 익숙하지 않은 것들로 채워보는 하루도 가져봐야겠다. 그것이 지금의 심정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어 줄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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