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아무 의미도 없는 서른
모두가 잠든 새벽 다섯이 반에 일어나 글을 쓰는 지금, 아침에 일어나 몸무게를 어김없이 쟀다.
아닌데, 더 빠져야 하는데.
요즘 통 입맛이 없었다.
먹는 즐거움이 사라지자 내 일상도 건조해졌다.
최근 4개월간, 그러니까 지난해 11월부터 늘어난 정신과 약 때문에 내 몸무게는 6kg이 늘어나 버렸고
10대 후반부터 끈질기게 날 속박하던 몸무게 강박증은 내 인생 최고조에 달하고 있었다.
서른이 되면 나를 옥죄던 것에서부터 자유로워질 줄 알았다.
비단 몸무게뿐만 아니라.
남들과 비교하던 내 하찮은 모습까지 품어줄 수 있는 어떤 아량이랄까.
어른은 아니더라도 조금 더 나은 내 모습이 되어있을 줄 알았다.
개뿔.
믿을 수 없겠지만 난 더 어려졌다.
지난 연말에 나는 정신과 병동에 입원을 했다.
퇴원을 하고 나니 밴자민의 시계가 나에게도 적용이 된 걸까. 어째 내 시간은 거꾸로 흘러가는 듯했다.
엄마, 아빠 그리고 남편의 관심이 더 필요해졌고, 혼자 두면 안 되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서른의 서있는 나 이대로 괜찮은 걸까?
불어난 몸무게, 예전 같지 않은 업무(?) 처리 능력(여기서 말하는 업무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의 어떤 것), 집안일
0점짜리 나
0점짜리 딸
0점짜리 아내
볼품없이 말라비틀어진 자존감이 바닥에 굴러다닌다.
어젯밤 잠들기 전, 공황과 함께 잠이 들었다.
붕 떠있는 느낌과 동시에 침대 밑으로 누가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
내가 더 이상 내가 아닌 느낌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느낌
남편은 이런 내 옆에서 잠시라도 현실을 느끼게 해 주려고 내 살갗에 손을 쓰다듬어 주었다.
언제쯤 이 터널의 끝에서 이것이 꽤 긴 터널이었음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직은 터널 끝의 빛이 보이지 않아서 나에게는 서른이 반갑지도 서글프지도 않고 아무 의미로도 다가오지 않는다.
누가 잠시라도 내 서른에 숨을 불어넣어 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