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아쉽게 한해를 보내지만 크리스마스가 있어 행복하다. 예전과 같이 거리에서 캐롤송이 울리지는 않지만 곳곳에 성탄트리가 빛을 밝힌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도 관광서 건물에도 가족들이 모여서 성탄트리를 장식한다. 며칠남지 않은 성탄절을 남겨두고 분천산타마을을 다녀왔다. 백두대간협곡열차를 타고 간다. 협곡열차는 강원도 철암역과 경북 분천역을 왕복하는 관광열차이다. 산악지역의 협곡과 오지마을을 열차를 타고 관람할 수 있다.
철암역에서 11시30분 출발하는 협곡열차를 승차했다. 월요일이지만 산타복장을 한 관광객들이 많다. 산타마을로 가는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철암역을 출발한 열차는 석포를 지나면서 점점 협곡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며칠째 강추위는 협곡사이로 흐르는 강물 위에 얼음판을 만들고 있다.
협곡열차는 느리게 간다. 협곡의 경치를 모두 담고 천천히 움직인다. 승부역에 도착했다. 승부역에는 '하늘세평 땅도세평'이라는 글이 보인다. 승부역에서 근무하던 어느 역무원이 '승부역은 하늘도 세평이요. 꽃밭도 세평이니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맥이다'라고 담벼락에 적어둔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하늘도 땅도 세평인 승부역에 관광객들의 즐거운 비명소리가 들린다. 출발한지 얼마되지 않고 도착한 승부역이다. 주민들이 판매하는 감자떡과 따뜻한 오뎅이 추위를 녹인다.
호르라기 소리가 들린다. 잊어 버렸던 소리다. 잠시후 열차가 출발한다는 신호다. 호루라기 소리가 급박하게 들리면서 바빠진다. 사진찍는것도 호호 불면서 먹던 오뎅도 급하게 넘긴다. 관광객을 다시 태운 열차는 덜컹거리면 기적소리를 울리면 계곡을 빠져 간다. 오지의 강위에 떠있는 살얼음이 햇살에 빛난다. ‘여행은 목적지을 향해 가지만 여행지에서 느낀 마음을 오래도록 간직하면 된다' 하늘도 세평 땅도 세평인 오지에서 먹어본 맛과 백두백간 기관차 앞에서 찍은 손자와의 사진은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기차는 영화속에 나온 양원역을 향해 간다. 양원역은 주민들이 만든 민자역으로 전국에서 가장 작은역이다. 오래전에 '기적'이라는 영화를 본적이 있다. 양원역을 무대로 한 우리 아버지의 이야기다. 나는 '기적'영화를 보고 가슴이 뭉클하고 눈가에 눈물이 맺힌것을 기억한다.
열차는 분천 산타마을에 도착했다. 분천역을 내리자 산타마을 분위기가 압도한다. 분천역 내부는 빨간 벽면과 체크무늬 커튼, 나무 의자가 어우러진 대합실 은 마치 동화 속에 들어온것 같다, 분천 역광장은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가득 차 있다. 루돌프가 끄는 산타 썰매, 알록달록한 기차, 하트 모양의자 등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을수 있다, 산타우체국은 분천산타마을에서 레트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여기서는 내년 크리스마스에 받을 엽서를 미리 보낼 수 있다 . 산타사진관에는 분천역의 역사를 볼 수 있다. 귀여운 모습으로 호랑이가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산타 옷을 입고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어린 시절로 돌아가서 즐겁게 보낼 수 있다.
분천역 앞에 있는 마을은 빨간 지붕으로 덮여있다. 눈이라도 내리면 빨간색은 더욱 붉게 타오르것 같다. 손자와 함께 산타썰매를 타고 마을을 돌아 본다. 산타모양의 캐릭터와 포토죤들이 줄지어 있다. 주민들과 청년들이 운영하는 공간들도 있고 공방도 있다. 오랜 세월 마을을 지키고 서있는 고목은 분천이 산타마을로 바뀌게 될 지 알았을까? 겨울바람을 맞고 서있다. 아기자기한 선물가게가 재미 있다. 기념품이 가득한 카페도 산타마을과 잘 어울린다.
마을길을 따라 걸어본다. 어느농부가 심어놓은 콩일까? 추수를 하지 않고 밭에 있다. 무슨 사연이 있을 것 같다. 허물어져 가는 시골집은 마당도 넓다. 마을 가운데 있는데 사람은 살지 않은것 같다. 분천산타마을이 생기고 관광객들이 모여드는데 시골집 서까래는 기울고 벽은 허물어 지고 있다. 나도 농촌공동체사업을 하면서 잃어 버린것이 있는지 다시 살펴보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