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한달살이가 인기가 있다. 한달살이는 새로운 트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농촌 한달살이는 최근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트렌드가 되었다. 베이붐 세대가 은퇴를 하면서 농촌에 대한 향수를 불러내고 있다. 도시 생활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심신의 안정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이유도 있다. 농촌한달살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농촌공동체에서 진행되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구문소농촌체험휴양마을에서도 한달살아보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한달살이보기는 그 지역에서 생활하면서 문화 일상을 깊이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가지고 있다. 구문소마을 한달살기에 재방문으로 오는 분들도 있다. 원선생님도 그중 한사람이다. 원선생님은 통영사람이다. 일년 전 마을에 살면서 통영 앞바다 쪽빛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다. 한달살이를 하고 가면서 꼭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다. 가을이 깊어질 무렵 낙엽이 보고 싶다며 다시 구문소 마을로 왔다. 승합차를 개조한 캠핑카를 여전히 몰고 다닌다. 번거로울 것 같은 짐을 차에 가득 싣고 다닌다. 헤어지면서 하던 말이 생각난다. ‘이젠 여행 짐도 줄이고 편하게 여행하시면 좋겠다’했다. 여전히 무거운 짐을 싣고 다닌다. ‘여행 다니면서 언제든지 가고 싶은 곳을 자유롭게 다니고 싶어서’ 라고 한다. 여행은 삶과 이어진 것 같다. 여행을 사랑하고 있었다.
마을에서 일상은 자유롭다. 주변 정리를 하는 것도 오랫동안 혼자 사는 것도 몸에 익었다. 마을 둘레길을 산책한다. 가을걷이가 끝난 밭에서 수확하고 남은 양배추를 주워와서 자랑도 한다. 동네 어르신들은 만난 이야기도 재미있게 풀어 놓는다. 마을의 역사를 좋아한다. 삶의 흔적들은 물어보고 기록한다. 매일 글쓰기를 한다. 작년에 와서 ‘하루 일상 밥 먹고 똥 누는 이야기를 다시 읽어 보았더니 좋았더라’고 하면서 자랑삼아 이야기한다. 일기처럼 매일 기록을 남기는 것은 싶지 않다. 특별하지도 않은 것들은 남기는 것이 쉬운 일인가 싶다. 나는 ‘원선생님 삶의 모습이 책으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냥 또 웃으면서 넘긴다.
낙엽도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았다. 높은 산으로 둘러 쌓인 산골마을 해는 빨리 뗠어진다. 겨울이 성큼 성큼 다가오고 있다. 원선생님이 구문소마을에 온지도 2달이 다가온다. 통리에 함께 가자고 한다. 얼마 전 통리장을 함께 다녀왔다. 겨울철 별미 붕어빵을 먹었다. 호호 불면 오뎅을 함께 먹었던 기억이 좋아서일까? 어물전 구경하고 동해안에서 올라온 회를 사서 함께 먹던 추억이 그리워서 일까? 통리가 보고 싶다고 한다. 원선생님은 사라져 버린 강삭철도가 궁금해서였다. 태백 탄전지대는 해발고도가 놓은 곳에 있다. 통리역에서 도계역으로 가기 위해 운행하던 사라진 강삭철도을 찾아가 보자고 한다.
심포리와 통리 구간에는 국내 유일의 강삭철도(鋼索鐵道, Cable-Railway)였던 로프형 철도가 있었다. 스위치백 철도보다도 더 경사가 많이 진 경우에 만든 것이다. 국내 유일인 스위치백 구간과 국내 유일인 강삭철도 구간이 모두 도계와 통리 사이의 철길이었으니 국내의 이색적인 철도 모형을 모두 볼 수 있는 곳이 도계와 통리의 중간인 '심포리'였다. 강삭철도는 레일 위에 설치된 차량을 밧줄로 견인하여 운행하는 철도이다. 물체가 매우 큰 경우 차량을 운전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로프에 차량을 팽팽하게 연결하고 권양기를 이용하여 쇠줄로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종종 '인클라인 철도(Incline Railway)' 또는 '케이블카(Cable Car)'로 불리기도 한다. 예전 사람들은 '강색선', 또는 '마끼'라고 불렀다. 이런 시설은 1877년 스위스에서 처음 건설돼 등산이나 관광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심포리와 통리 1.1km 구간에는 1940년에 설치되어 1963년 5월 20일까지 운행되었다.
통리역으로 갔다. 석탄산업이 한창일 무렵 통리역은 사람과 물자가 넘쳐 났다. 탄광이 문을 닫고 통리역을 경유하던 철도 운행이 중지되면서 폐역이 되었다. 폐역이 되고 대합실은 조용하다. 녹슨 철로 위를 비틀비틀 걸어본다. 통리역 주변에 강삭철도을 끌어 올리던 흔적이 있었다. 관광상품을 만들기 위해 설치한 철도와 인클라인 관광열차를 찾았다. 잡초가 덮여 있고 철도는 녹슬어 있다. 운행을 중지한 인클라인 열차는 빨간색 빛이 바래지고 있다. 강삭철도가 출발하는 심포리를 찾아간다. 통리에서 심포리를 가면서 멀리 도계를 내려다 보았다. 구불구불 험난한 인생길이 펼쳐있다.
심포리에서 옛날 열차를 운전하던 기관사를 만났다. 지금은 정년하고 강원랜드 자회사 추추파크에서 스위치백 열차를 운전한다. 강삭철도에 대해 물어 보았다. 기관사도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새롭다고 한다. 강삭철도는 통리역과 심포리역에 설치된 경사진 철도였다. 영주 쪽에서 오는 영동선 열차는 통리역이 종착역이다, 강릉 쪽에서 열차는 심포리역이 종착역이 되었다. 승객을 태운 열차는 무거워 끌어올릴 수 없었다. 승객들은 통리역이나 심포리역에서 내려야 한다. 가파른 비탈길을 걸어 오르고 걸어 내려야 했다.
언덕길에 짐이 많은 승객은 짐꾼을 불러야 했다. 지게꾼이 등장하게 되었고 승객들과 함께 언덕 오르내리기를 하며 생계를 꾸려갔다. 겨울이 되면 산간 지역은 눈이 많이 내렸다. 비탈진 언덕길은 미끄러웠다. 어린아이 노인들을 지게로 져다 주기도 했다. 짐꾼도 오르내리는 사람들도 눈밭은 험난한 고갯길이다. 신발 밑창에 아이젠과 비슷한 신발을 대여해 주기도 했다. 신발을 빌릴 형편이 못 되는 사람들도 많았던 시절이다. 신발에 새끼줄을 감고 언덕길을 오르내렸다. 언덕에는 떨어진 새끼줄이 널려 있었다. 어렵고 힘든 시절이다. 슬픈 눈이 쌓이는 아품이 날린다.
추추파크에는 기차 이야기가 많다. 역사책에 나올것 같은 증기 열차가 있다. 세월이 지났지만 금방이라도 기적소리를 내면서 움직일것 같다. 강삭철도가 사라지고 스위치백 철도가 생겼다. 스위치백(switchback) 철도는 기차가 갈지(之) 자 형태의 철도를 따라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면 산악지역을 오르내린다. 원선생님과 관광상품으로 남아 있는 스위치백 열차를 예매했다. 심포리에서 삭도 마을까지 왕복하는 관광열차가 생겼다. 심포리에서 흥전역을 향해 달린다. 열차 난간에 기대 긴 터널을 들어간다. 깜깜한 터널 속을 경험해 본다. 거친 숨을 헐떡이면 협곡을 달리던 열차가 흥전역에서 멈춘다. 철도 방향을 바꿔서 나한정역까지 뒷걸음치면 간다. 갈지(之)자로 왔다 갔다 한다. 다시 방향을 틀어 삭도 마을에 도착했다.
통리역과 도계역 사이에는 철도의 역사가 있었다. 탄광의 역사가 있었다. 삶의 흔적 있었다. 지금은 사라져 버린 것들이다. 여행의 즐거움과 함께 사라져가는 것들이 너무나 소중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