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구매하는 데 신중한 편이다. 그만큼 한번 산 물건은 오래쓴다. 지금 쓰고 있는 휴대폰도 5년이 넘었고, 휴대폰 케이스도 그쯤 되었다. 그렇다고 물욕이 없는 건 아니다. “바꿀까?“ 싶다가도 ”아직 쓸만한데, 나중에 사자“로 미룬다.
이런 나를 두고 주변 사람들은 ‘불쌍하다’는 표현을 한다.
“내가 사줄까..?”
작년에 한창 들고 다닌 책가방이 있다. 그 가방은 언니가 고등학교 때 쓰던 가방으로 스트랩 부분 실밥이 튀어나와 있다. 버릴만한 상태는 아니라고 생각되어 메고 다녔을 뿐이었다.
(이러한 태도는 물건을 잘 버리지 않는 관성으로 이어진다. 건너편 방에는 초딩시절부터 간직해온 보물상자가 있다. 메이플 딱지, 달란트 시장에서 산 ABC지우개, 친구따라 간 태권도 학원에서 준 초콜릿 지우개, 5학년 때 어울렸던 친구가 싱가포르 다녀와 사온 열쇠고리 등. 증발되고 만 추억들 마저 유물의 형태로 남아있다. 심지어 그것들을 품고 있는 상자로 말할 것 같으면, 화장품 포장용도로 달려온 박스인데 17년 정도 되었다.)
불시에 엄마는 가지고 있는 양말을 모두 처분하라고 하셨다. 새로운 양말을 사오셨다고. 분홍색 라인에 푸마로고가 앙증맞게 박혀있다. 더 이상 짝퉁 구찌 양말을 신을 일은 없는 것이다.
방송인 김어준은 스물 다섯 무렵, 하얀 티셔츠를 입고 배낭여행을 갔다고 했다. 티셔츠의 색을 분간할 수 없게 되었을 즈음에 길을 가다가, 양복점을 발견했다. 두 달의 여행이 남아있었고 수중에는 120만원 뿐이었지만, 그는 양복을 구매한다. 거울 속에 있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멋졌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그 옷을 입은 채로 노숙을 한다. 입은 양복은 BOSS였다.
그는 호텔에서 관광객을 데리고 오는 삐끼 아르바이트를 했다. 1시간만에 30명을 데리고 왔다고 한다. 수중에는 50만원이 생겼고, 나중엔 1000만원이 남았다고 한다.
왜? 보스를 입었으니까.
푸마 양말을 신은 나는 달라졌다.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 생겼다고나 할까. 발에 씌운 장신구가 무엇이라고 사소한 것이 마인드를 바꾼다. 덤으로 운동화와 가방을 교체해주었다. 가장 시급해야 했을 휴대폰도 손을 봐야겠다.
참고자료
1. ‘나는 언제 행복한 사람인가?’ - 김어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