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다른 세상으로 살아가는 힘이다.
글쓰기 이전에 현장에 없던 것을
발견하는 것, 바로 거기에 글쓰기의 희열이 있습니다.
-아니 에르노
은유.《쓰기의 말들》. 필사. 96. P213
글쓰기는 다르게 보려는 F1 자동차 경주다.
"여보, 우리 오늘 좋은 데 놀러 갈까? 종우 선배 부부도 놀러 갔던 데......"
부부 독서모임 단톡방에 올라온 사진을 본 모양이다.
순간 밀린 일들이 떠올랐다. 정리해야 할 글쓰기 수업자료, 준비해야 할 강의, 올려야 할 강의 후기, 부부 독서모임 진행 PPT, 읽어야 할 책.
거절하면 뒷감당이 안된다. 대답을 망설여서도 안된다.
"어~ 어. 그래 가자"
부산 기장으로 향하는 길 맛집을 검색했다. '공극 샌트 커피' 바다 경치가 보기 좋고 이름이 특이해서 선택했다. 거의 도착할 즈음 점심 먹을 곳을 찾았다. 곰장어 집이 많이 눈에 띄었다. 미역 전문집도 있었다. 최종 선택지 '제주항 갈치 고등어 쌈 정식' 집. '고등어 갈치 순살 통찜'으로 주문했다.
벽면에 붙어 있는 안내 메모 문구가 눈에 거슬렀다. 실제 낚싯바늘이 메모 문구에 꽂혀 있어 섬뜩했다. '갈치순살 통찜'이라 그런지 갈치 머리는 보이지 않았다.
벽면에 붙어 있는 안내 메모 문구가 눈에 거슬렸다. 실제 낚싯바늘이 메모 문구에 꽂혀 있어 섬뜩했다. 갈치 머리를 찾았으나 없었다. 갈치순살 통찜이라 그런지 갈치 머리는 보이지 않았다.
주인은 왜 벽면에 이 메모지를 붙여두었을까? 생각해 봤다.
예전에 직원들과 함께 진해 앞바다에 갈치잡이 배를 타고 밤낚시를 간 적이 있다. 갈치는 불빛을 보고 온다. 오징어 배처럼 배 사방에 등불 켜두면 고등어가 몰려든다. 낚시에 걸린 갈치를 건져 올리면 긴 장검 같은 하얀 은빛 갈치가 불빛에 아른거렸다. 지느러미는 허공에서 마치 날갯짓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을 잊을 수 없었다.
갈치 머리에 낚싯바늘이 있다는 건 우리 집은 '낚시로 잡은 싱싱한 재료'를 쓴다는 주인의 의도가 숨겨져 있다.
식사 후 들른 곳은 '공극 샌드 커피'. 바다가 탁 트려 보이는 널찍한 공간에 주차장까지 넉넉했다. 바다를 보며 두 팔 벌려 심호흡을 했다.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카페 야외에도 즐길 수 있는 의자와 파라솔이 비치되어 있었다.
우리는 2층에 자리를 잡았다. 콘센트가 자리마다 있어 마음에 들었다. 눈이 바다 쪽으로만 갔다.
카페에서 노트북을 켜고 일하는 나 같은 사람은 카페에선 와이파이와 콘센트부터 찾는다.
콘센트, 와이파이 빵빵. 바다 조망 다 좋다. 다만, 실내가 너무 춥다. 팔에 닭살이 돋았다. 일하는 직원에게 온도를 높여달라고 부탁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차만 마시고 오래 있지 말라는 뜻인지.'
카페 이름이 입에 붙지 않았다. '공극 샌드 커피'. 아내도 영상을 만들면서 헷갈려했다. '곰극'이가 '긍극'인지 묻는 걸 보면. 그러다 2층 계단을 올라가는 벽에서 카페 이름의 뜻을 발견했다.
아주 작은 알갱이인 모래는
알갱이와 알갱이 사이에 제 부피의 반 이상의
공극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래 위에서는 아무리 넘어져도 괜찮습니다.
샌드 커피는 이러한 "공극"의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넘어지고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괜찮습니다.
지금 이곳에서 따뜻한 커피와 잔잔한 바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서로의 언어를 나누며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오늘 새로운 단어를 배웠다.
'공극'
모래 알갱이 사이 빈틈처럼, 우리 삶에도 때로는 틈이 필요하다. 그 틈이 이어야 쉬어갈 수 있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
글을 쓰면서 '낚시'를 보며 함께 밤낚시 갔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공극'의 단어를 읽으며 살아가는 데는 모래 알갱이 사이처럼 때론 틈이 있어야 하고 쉬어가야 한다는 걸 배웠다.
낚싯바늘이 꽃인 갈치 집에서, '공극'의 의미를 새긴 카페에서 나는 오늘 새로운 것을 배웠다. 보려고 해야 보이고 특별하지 않으면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
글쓰기는 다른 시선으로 살아가는 힘이다. 나는 지금 세상을 다르게 읽는 연습 중이다. 이런 날들이 많아지면 삶이 더 단단해지고 풍성해지리라 믿는다. 억지스럽게라도 메시지를 길어 올리느라 애쓴 나에게 응원의 박수 보낸다.
"야호! 오늘도 글 한 편 썼어 대견 해 인구!"
오늘도 최고로 행복하세요.
당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희망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