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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나의 환경이 곧 나의 세계다

왜 세상은 부하직원 편만 드는가!

by 정글


“뱀이 허물을 벗지 못하면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되듯 인간도 한 조직문화라는 허물에 갇히면 발전하지 못하고 썩기 시작해서 결국 도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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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30여 년을 우체국이라는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았다. 내 세상은 온통 우체국이었다. 출근해서 종일 우체국 직원들과 지냈다. 퇴근 후에는 동료들과 술을 마셨다. 주말에도 상사와 동료들과 들로 산으로 쏘다녔다.


우물 안은 안락했다. 월급은 꼬박꼬박 들어왔고, 연공서열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 승진이 보장되어 있었다. 열심히 성과를 낸다고 연공서열을 바꾸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남들보다 잘 할 필요도 없다. 책 한 권 읽지 않아도 직장 생활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이런 삶을 벗어나려고 한 번 도 깊이 고민해 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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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회의, 낡은 관행.

어제는 본청 주관 부산, 경남, 울산지역 우체국장 회의가 있었다. 평소 집합 회의였으나 코로나로 인하여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80여 명의 국장과 간부들이 참석했다. 올해 사업 추진사항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10년, 20년 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는 회의는 지루하기만 했고, '왜 이런 회의를 하는가' 하는 회의감마저 들었다. 일주일 넘게 자료를 만들고 취합하느라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썼지만, 내용은 예전 보고서를 베끼는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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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또한 마찬가지였다. 9월 말인데도 목표를 100% 훌쩍 넘긴 우체국이 있는 반면, 70%도 달성하지 못한 곳이 있었다. 100% 초과 달성한 우수국 사례를 들어보면 특별히 노력해서 실적이 좋은 국은 거의 없고 대부분 신흥도시 등 사업 여건이 좋은 국이었다. 부진국은 고액 예금주나 택배 물량이 다른 곳으로 이탈하는 등 목표 달성이 어려운 환경에 놓인 곳들이었다. 이미 연초부터 순위가 정해진 거나 다름없었다. 인사 발령을 어디로 받느냐에 따라 우수 국장이 되기도 하고 부진 국장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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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뻔한 결과를 위해 본청과 각 우체국에서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각 시군 총괄국에 회의자료 작성 지시. 총괄국에서는 부서별 추진사항 집계. 본청 보고. 본청은 각 총괄국 자료 수합, 최종 보고서 출력, 회의 참석. 회의를 마친 후 총괄국장은 소속 부서장에게 회의 내용을 전달하는 것으로 회의가 끝났다. 회의가 끝나도 바뀌는 건 없었다. 회의를 위한 회의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경우가 많았다.


한 사람의 변화가 불러온 깨달음.

그러던 중, 동래우체국 영업과장으로 근무할 때였다. 주임 시절 계장으로 모셨던 오후기 국장이 부임해 왔다. 20여 년 전, 매일 밤 술에 취해 정신을 놓았던 그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술을 끊고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된 그는 업무 방식도 꼼꼼하게 바꾸었고, 늘 손에 책을 들고 직원들에게 나눠주며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었다. 나 또한 그에게 받은 책을 읽으며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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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오 국장이 나를 불렀다. 특강에서 만났다며 명함을 건넸다. '강민구 부산지방법원장'이라는 뜻밖의 이름이었다. 그분이 추천하는 책 리스트 목록과 자기 계발 관련 pdf 파일 수십 개가 들어 있는 자료를 받았다. 그는 60세의 나이에도 디지털 도구를 능숙하게 다뤘다. ‘아름다운 법정’을 만들고 ‘법원 통신’주간지를 만드는 등 개혁적이고 진취적이었다. 나는 그를 닮고 싶었다. 유튜브에 있는 그의 강의를 모두 찾아봤다. 지난 30여 년간의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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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물 밖으로 나선 용기

그때부터 나의 ‘우물 밖 여정’이 시작되었다. 추천받은 책들을 읽고,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3P 마스터 과정’, ‘독서코치과정’ 등 자기 계발 수업을 들었다. '부산큰솔나비 독서모임'을 만들었다. 발령받는 우체국마다 독서와 자기 계발 문화를 전파했다. 회의 시작 전에는 '감사 나눔' 시간을 가지며 직원들과 마음을 나누려 노력했다. 작은 시도였지만 주변이 조금씩 바뀌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꼈다. 덕분에 자존감도 높아졌다.


우체국이라는 우물 안에서 벗어나 보니, 그곳에는 더 넓은 연못이 있었고, 저 멀리에는 드넓은 바다도 보였다.


의 환경이 곧 나의 삶을 결정한다. 오래된 관행에서 벗어나려는 의식의 한계가 우리가 살아갈 세계의 한계를 결정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늘도 최고로 행복하세요


내일 12화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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