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33년간 마셔 온 술을 끊는 비법

세상은 왜 부하직원 편만 드는가!

by 정글


인생은 결국, 어디서 멈추고 어디서 다시 시작하느냐에 달렸다. 나는 멈췄다. 그리고 다시 시작했다. 그 시작은 술잔을 내려놓는 작은 선택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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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변할 수 있다. 그것도 완전히. 나는 33년간 마셔온 술을 끊었고, 거지 같았던 과거의 나를 벗어던졌다. 많은 이들이 '40대 이상인 사람을 바꾸는 건 달리는 KTX 바퀴를 바꾸는 것보다 어렵다'라고 말했지만, 나는 바뀌었다. 술판을 주도하는 분위기 메이커에서 삶을 주도하는 디자이너로. 이 글은 그 여정의 기록이다.


나는 술판에서 분위기를 띄우는 사람이었다. ‘분위기 맨, 이벤트 왕, 힘센 놈, 새벽 남자’라는 별명처럼 화장지를 머리에 두르고, 소화기를 카메라처럼 어깨에 메었으며, 탁자 위에서 춤을 추기도 했다. 축하 자리라면 양초, 폭죽, 풍선, 꽃가루, 케이크 등 닥치는 대로 사 와 분위기를 띄웠다. 모두가 즐거울 때까지 술판을 만들었고, 그 덕에 술자리엔 늘 내가 빠지지 않았다. 새벽이 되어서야 집에 갈 때가 많았다.


그러다 어느 날, 술을 끊기로 결심했다. 회사 회식 자리에서 “아 됐다. 내 술 끊었다”라고 말하자 모두 미친 사람 보듯 쳐다보았다.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죽는다”는 말까지 들으며 한동안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내 앞에 술병 대신 사이다병이 놓이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 지금은 술 끊은 지 8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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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끊기로 마음먹은 계기는 비 오는 금요일 밤이었다. 퇴근하고 탁구장에 들러 땀을 쏟은 뒤 회원들과 술을 마셨다. 정신줄을 놓았다. 다음 날 머리가 깨질 듯 아파 화장실로 가서 거울을 보았다. 헝클어진 흰머리, 야윈 얼굴, 날카로운 눈빛, 베개 자국이 있는 괴물이 있었다. 내가 죽도록 싫었다. 아내와 아들이 원망스러웠다. 직장에서는 행복해 보였지만, 가정은 엉망이 되어 있었다. 지난날이 후회스러웠다. 술은 곧 나였고, 아무런 꿈도 목표도 없이 살아온 날들이 한심했다. 퇴직이 6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지난 삶은 허수아비 같았다.


세월은 되돌릴 수 없다. 내가 변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 생각했다. ‘나의 문제=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술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금주 선언문>을 만들었다. “나 정인구는 2017. 6. 30. 04:30부로 술을 끊는다. 만약 내가 술을 마시면 일천만 원을 불우이웃에 기부하겠으며, 내가 술 마시는 걸 보거나 신고한 사람에게 일천만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A4로 출력해 코팅한 뒤 책상 앞 벽과 현관문에 붙였다. 아내가 현관문에 붙여 놓은 선언문을 SNS에 올리는 바람에 많은 지인의 문의 전화를 받았다. "어디 안 좋은 병에 걸렸나? 진짜 일천만 원 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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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 일천만 원을 안 주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 계속되었다. 처음엔 딱 하루만, 이틀만, 사흘만, 일주일만, 21일만 한 모금도 먹지 말자며 단계별로 성공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하루하루 실천했다. 21일 성공 후, 다시 100일 목표를 세웠다. 자기 계발서를 읽으면서 습관을 들이는 데 21일이 걸리고, 세포까지 변하려면 66일에서 100일이 걸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00일 동안 한 모금도 마시지 않는 데 성공했다. 덤벙대는 내 성격에 이만큼 꼼꼼하고 치열하게 뭔가를 이루려고 한 적이 없었다. 성공한 나 자신에게 삼성 노트북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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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끊고 처음 며칠은 괴로웠다. 술 생각이 날 때마다 손끝이 근질거렸고, 시간은 달팽이처럼 느리게 갔다. 책을 읽으며 조금씩 달라졌다. 활자를 따라가다 보면 술 생각이 줄어들었다. 한 권, 두 권… 책이 쌓일수록 내 안에 작은 자신감이 쌓였다. 독서 모임을 만들었다. 감사 일기를 썼다. 새벽에 일어나 글을 썼다. 내 하루는 이전보다 길어졌고, 생각은 깊어졌다. 나를 괴롭히던 불안이 조금씩 옅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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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도 했다. 교육비로 2천만 원 넘게 썼다. 통장을 확인할 때마다 손이 덜덜 떨렸다. ‘이 돈이면 차를 바꿀 수도 있잖아.’ 그 선택은 내 인생을 바꾼 최고의 투자였다. 배운 것을 실천하면서 나는 점점 나로 되어가고 있었다.


긴가민가하던 아내도 차츰 나와 함께 하기 시작했다. 혼자 배울 때보다 돈이 두 배로 들었지만, ‘멀리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간다’는 말처럼 아내와 함께하니 외롭지 않았다. 어느 겨울날 서울에서 교육을 받고 새벽 1시 30분에 부산역에 도착했다. 아내의 손을 잡아 내 외투 속주머니에 넣었다. 아내는 팔짱을 끼고 내게 바싹 붙었다. 부산에서 서울 오고 가는 길이 그날처럼 짧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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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참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뭔가 좋은 것을 습득하면 혼자만 알고 남에게 으스대기만 했다. 독서코치과정을 배우면서 ‘공부해서 남을 주자’라는 슬로건을 가진 '독서포럼 나비'를 알게 되었다. 부산큰솔나비 독서모임을 만들었다. 서울에서 배운 내용을 독서 모임 회원들에게 나누기 시작했다. 회원이 점점 늘어나 모임 장소를 옮겨야 했다. 부산큰솔아카데미를 만들어 재능 기부 강의를 하면서 서로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달리는 KTX 바퀴를 바꾸는 것은 어렵지만 KTX를 타고 있는 나는 바꿀 수 있다.


'달리는 경부선 열차 풍경'처럼 우리 부부는 변하고 있었다. 어느 날, 아내가 휴대전화를 찾아달라고 헤맬 때 아내 휴대폰으로 전화했다. 내 옆 좌석 의자에 있었다. 아내 휴대전화 LED 창, '하나뿐인 내 사랑'이 진동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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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끊고, 새벽에 일어나 미라클 모닝을 하고 책 읽고 글을 쓴다. 나는 더 이상 술잔 속에서 위안을 찾지 않는다. 책에서, 글에서, 사람과의 대화에서 삶의 답을 찾는다.


“우리는 모두 두 번 태어난다. 한 번은 세상에 태어날 때, 또 한 번은 스스로의 선택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할 때다.” 내 두 번째 탄생은 술잔을 내려놓는 순간에서 시작되었다. 그 작은 선택이 나를 구했다.


오늘도 최고로 행복하세요. "당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희망이 됩니다."


내일 17화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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