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나로부터 비롯되는 변화

by 정글

나는 33년간 회사 생활을 하며 술과 회식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집과 회사, 술집만 오가는 다람쥐 쳇바퀴 같은 삶이었다. 아이들 학교행사에 제대로 가본 적이 없었다. 막내는 중학교까지 이모 집에서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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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는 3학년 2학기 대학 입시 막판에야 과외를 붙였고, 간신히 부산의 겸손한(?) 대학에 입학했다.


아들은 공부에 흥미를 잃고 성적은 바닥을 기었다. 성적표에는 F가 두 개나 찍혀 있었다. 평점 1.7점. 아내가 성적표를 들고 와서 심각한 얼굴로 내게 내밀었다. 부모로서 제대로 가르치는 못해 마음이 무거웠지만, 맨날 술만 마시고 가정을 돌보지 않았으면서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할 자격이 있겠는가?


2017년 6월 30일 술을 끊고 난 후부터는 새벽 4시가 되면 어김없이 일어났다. 찬물로 샤워했다. 냉기가 살을 파고들었지만 마음은 이상하게 후련했다. 매일 아침, 책 읽고, 일기 쓰고, 글 쓰며 미라클 모닝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서울행 KTX에 몸을 싣던 날도 생생하다. 새벽 4시에 집을 나서 부산역 청사 안으로 가는 길. 예전이 나처럼 역 근처 포장마차에서 술 마시는 사람들이 보인다. 왜 저렇게 살았을까? 후회하면서 가방끈에 힘이 들어갔다. 다시는 저런 삶을 살지 않으리!


서울에 도착했다. <3P 자기경영연구소> 강의실로 들어서면 마음이 뜨거워졌다. 강사는 독서법 “본/깨/적 기록해 보세요”라는 말에 책 여백에 열심히 적었다. 하나씩 알아가는 게 기쁘고 즐거웠다.


아내와의 관계도 좋아졌다. 아침마다 거실 책상 위에서 마주 보며 글을 썼다. 초고를 공유하며 고치고 웃고 다투기도 하면서, 쇼윈도 부부 같던 사이가 점점 좋아졌다.


글쓰기 수업에 처음 등록했을 때는 두려움이 앞섰다. 강사가 “그냥 써 보세요”라고 말할 때마다. 무슨 말인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때는 열정에 불탔다. 새벽 4시에 일어나 7시까지 꾸역꾸역 초고를 쓰고, 단톡방에 올린 뒤 출근했다. 머리카락이 빠질 만큼 스트레스도 심했지만, 빠진 머리카락만큼이나 글이 채워졌다. 그 모든 과정이 책 한 권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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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가 하는 이상한 짓(?)을 보고 처음 긴가민가 하던 아들에게도 변화가 일어났다. 게임만 하던 아들이 어느 날 내 책상에 있던 책들 들고 "아빠, 이 책 내가 읽어도 되나?"라고 했다. 처음 귀를 의심했다. 아들은 그때부터 책을 읽기 시작했다. 밤늦도록 불을 켜놓고 무언가를 쓰는 모습이 믿어지지 않았다.


몇 달 후, 아들방에서 괴성이 울렸다. 우리 부부는 후다닥 아들 방으로 달려갔다. 뭔가 일이 터진 것 같았다. 또 지난번처럼 비트코인 하다가 돈 날린 것 아닌가 걱정부터 앞섰다. 아들 방 컴퓨터 모니터에는 ‘전액 장학금’ 글귀가 대문짝만 하게 보였다. 아내와 나, 막내는 서로 번갈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회사에서도 달라졌다. 국장실 벽에 걸린 <국장으로서 복무 10조>를 매일 아침 읽고 근무를 시작했다. 인터폰 대신 직접 현장으로 나가 직원들과 소통했다. 집배원들과 국장실에서 치킨 먹는 날을 정해 애로사항을 듣고 친해지려 애썼다. 웃음소리가 복도까지 흘러나왔고, 서로 돕는 분위기가 조금씩 자리 잡았다. 어느 순간부터 직원들이 먼저 찾아와 “국장님, 이런 아이디어는 어떨까요?”라며 의견을 내기도 했다. 실적은 자연스레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술잔 대신 책을 들고 새벽마다 책장을 넘긴다. 노트북 키보드 소리가 조용히 울린다. 아내는 탁자 맞은편에서 글을 읽고, 아들은 토익 시험장을 향해 집을 나서는 삶이 되었다. 회사 직원들과 함께 배우고 나누며 소통했다.


“국장님, 오늘 운동 영상은 어떤 걸로 할까요?”

“오늘은 마음 근육 키우는 영상 어때요?”


함께 영상을 보고 생각을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려고 노력했다.

나를 바꾸자 아들도 직원들도 내 주변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맛을 계속 잊지 않으려 애쓴다.






내일 21화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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