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관례와 형식은 안녕!

by 정글

"문을 여는 순간 마음도 열린다. 진정한 리더는 높은 자리에 앉아 명령하는 사람이 아니라, 낮은 곳으로 내려가 함께 걷는 사람이다."


'문'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은 때론 보이지 않는 '벽'을 세운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님이 관습을 깨고 새로운 방식으로 학생들을 대했듯이, 리더십은 화려한 직함이나 권위적인 자리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자발적으로 최선을 다하도록 돕는 힘에서 나온다.


우체국장 취임 첫날, 나는 결단했다. 국장실 문을 항상 열어두기로. 부하직원 시절, 국장실 문 앞에서 긴장되었던 순간이 떠올랐다. 노크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울렸고, 문고리를 잡는 손은 떨렸다. 결재판을 들고 국장실 문 앞에 가기까지 보고서를 몇 번씩 수정했다.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달달 외웠던 그 답답한 시간들. 나는 그 경험을 바꾸고 싶었다.


문을 열자 조직이 변하기 시작했다. 직원들의 발걸음이 가벼워졌고, 표정이 밝아졌다. 커피 한 잔 들고 자연스레 찾아와 이야기하는 모습이 일상이 되었다. 국장실은 긴장의 공간이 아니, 소통의 공간으로 바뀌었다.

보고와 결재 방식도 바꾸었다. 직원들이 나를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현장으로 찾아가는 방식으로. 오전에는 영업과, 오후에는 우편물류과와 지원과를 방문했다.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직원들과 친구처럼 지내고 싶었다. 집배원들과의 소통을 위해 '치킨데이' 간담회를 시작했다. 150여 명을 10개 팀으로 나누었다. 국장실 원탁에 15명의 집배원이 둘러앉았다. 방금 일을 마치고 온 듯, K 집배원은 장갑을 벗고 얼굴에 땀을 닦았다. 상의는 하늘색 하의는 감색 집배원 복을 입었다.


국장실 빔프로젝터에는 집배 팀별 명칭과 이름이 가나다순으로 적혀있다. 제일 위에서 "가정과 일터를 즐겁게"라는 우리 국 슬로건이 적혀있다. 탁자 위에는 갓 튀겨온 통닭과 콜라, 사이다, 차가 종류별로 있다. 창밖에는 석양노을이 붉게 물들어있다.

"여러분과 친해지고 싶어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빔프로젝터에 적혀 있는 이름순으로 한 마디씩 하면 좋겠습니다. 자 먼저 김진곤 집배원 손들어 보세요? 배달하는 지역, 최근 감사했던 일, 국장한테 바라는 점 한 가지씩만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자 여러분 김진곤에게 힘 세 번 주겠습니다. 김진곤, 김진곤, 김진곤 힘!" 이름을 복창하며 간담회를 시작했다. 어색한 분위기가 확 달아났다. 힘을 받은 집배원은 미소를 지으며 말문을 열었다.


한 집배원의 고백이 잊히지 않는다. "30년 넘게 근무하면서 국장님과 이렇게 가까이서 대화할 기회는 처음입니다. 우리들 사이에는 국장은 취임식 때 한 번 보고, 퇴임식 때 한 번 본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순간 내가 시작한 작은 변화의 의미를 깨달았다. 간담회를 개최하고 난 후 집배실을 방문할 때마다 "국장님 내려오셨습니다. 박수 치세요!"라며 환영하는 모습에서 조직 문화의 변화를 실감했다.

비정규직 FC(Financial Consultant, 우체국 보험 관리사)들도 소외되지 않도록 매주 월요일마다 FC 실을 방문했다. 생일 축하, 실적 우수자를 축하하고 격려했다. 유튜브 영상이나 독서하면서 얻은 지식으로 15분 PPT 자료를 만들어 마인드 교육을 했다. 외부 초청 강의도 진행했다. 마술사를 초빙해 고객 접근 노하우를 배우기도 하고, 재무 관련 강의와 주식강의도 병행했다. 국내 유명 관광지에 1박 2일 워크숍에 따라가기도 했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도록 신경 썼다.


오래된 관행을 정리했다. 출퇴근 시 경비실 앞에서 맞이하고 배웅하는 의례, 과장. 실장 등 간부들이 휴가를 받을 때 국장실에 찾아와 휴가 사유 등 보고하는 관행도 없앴다.


이러한 형식과 관례를 허무는 작은 변화를 통해 예금, 보험, 우편 사업 실적 성장은 물론, 직원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고객 만족도 역시 향상되었다. 무엇보다 각 부서 간 격의 없는 소통이 이루어졌습니다.


리더십은 권력이 아닌 공감에서, 명령이 아닌 경청에서, 통제가 아닌 신뢰에서 피어난다. 닫힌 문을 열면 마음도 열린다. 국장(리더) 직위는 유효기간이 있지만, 마음의 문을 열면 유효기간이 없어진다. 권위 대신 공감을, 형식 대신 소통을 택했을 때, 조직이 성장하고 직원들이 행복해지는 것을 보았다. 내가 문을 여는 순간, 조직은 조금 더 따뜻해지고, 소통은 조금 더 깊어졌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21화24화, 점심시간 놀면 뭐 하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