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 주간회의를 축제로!

세상은 왜 부하직원 편만 드는가!

by 정글

"회의실에서 웃음소리가 들리면 그 조직은 살아있는 의미다. 보고서보다는 박수 소리가, 긴장보다는 응원 소리가 조직을 움직인다. 월요일 아침, 회의 대신 축제를 준비하라!"


하루가 급변하게 변하는 시대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도 빠르게 바뀌고 있는데 내가 다니는 우체국 회의 문화만큼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고 있다.


우체국을 감독하는 감독관청에서 근무할 때, 대표적인 회의인 <주간경영전략회의>를 잠시 소개한다.


보고를 위한 보고의 굴레

매주 월요일 청장 주관 경영전략회의가 있었다. 각 부서 담당자는 지난주 추진 업무와 다음 주 계획을 작성해 부서 서무에게 보냈다. 서무는 이를 집계하여 부서장에게 보고했다. 부서장은 검토 후 수정사항이나 보완사항을 각 담당자를 불러 지시한다. 부서장 지시사항을 보완하여 금요일 오전까지 총무부서로 보냈다. 총무부서는 각 부서에서 올라온 보고자료를 종합 집계한 주간경영전략회의 자료를 각 부서에 배포했다. 부서장은 이 자료를 출력해 월요일 경영전략회의에 참석했다.

월요일 아침, 청장 주관의 주간 경영전략회의가 열렸다. 각 부서장은 차례대로 해당 부서 자료를 발표했다. 매번 새로울 것이 없는 보고가 반복되었다. 일방적인 청장 지시가 이어진다. 회의가 끝나면 각 부서장들은 다시 부서별 주간회의를 이어갔다. 역시 일방적인 지시사항이었다. 이런 식으로 월요일 오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13개 부서 140여 명의 직원이 지난주 금요일부터 회의가 있는 월요일 오전까지 회의자료 준비와 회의로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해야만 했다. 주간경영전략회의는 '회의를 위한 회의', '보고서를 위한 보고서'에 불과했다. 회의가 끝나고 나면 모두의 얼굴에는 피로감만 남았다. 청장에게 보고하며 긴장했던 부서장과 그 부서장에 의해 다시 진행된 일방적인 지시 회의. 무언가를 성취했다는 느낌보다는 '또 끝냈다'는 안도감만 있을 뿐이었다.


성과가 좋은 사람에 대한 칭찬은 없고, 부진한 사람에 대한 질책만 있었다. 오로지 실적 그래프만 존재했고, 조직의 화합과 직원에 대한 배려나 관심은 없는 메마른 회의였다.


현업 우체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월요일 주간회의 시간은 늘 긴장되고 불안했다. 상사의 질책이 두려웠다. 한 주간 있었던 일을 최대한 잘 포장하여 질책을 받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주간 보고를 마치고 나면 월요일 오전이 훅 지나갔다. 월요일 오전에 에너지를 다 쏟다 보면 오후에 맥이 빠진다. 활기차게 시작하는 월요일인데 말이다.

회의실을 무대로 바꾸다

우체국장으로 발령받으면서 '주간경영전략회의'를 바꾸기로 했다. 금요일 오전부터 자료를 준비하고, 집계하고, 또 수정하는 과정에서 정작 중요한 '왜 이 회의를 하는가'에 대한 본질은 흐릿해지고, 에너지만 잔뜩 소진되는 경험이 있었기에. 보고보다는 공유, 실적보다는 의미, 형식보다는 소통하는 회의 문화. 재미, 의미, 아카데미가 있는 축제 같은 회의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


내가 진행했던 주간경영전략회의를 소개한다.


첫째, '한 가지 칭찬 릴레이' 시간

각 부서장이 돌아가며 옆 부서에 감사하거나 고마운 일을 나누도록 했다. 업무로 얽힌 관계가 자연스럽게 풀리는 순간이었다. 자신이 가정이나 회사에서 감사했던 일을 공유하기도 했다. 발표하기 전에는 발표자의 이름을 호명하며 응원을 보냈다.(모든 행사에서 시행)

"정찬양, 정찬양, 정찬양 힘!"

이런 순간이 마음의 문을 여는 시간이었다. 칭찬과 감사로 이어지는 이 시간을 통해 마음이 따뜻해지고 열리게 되었다.

둘째, 보고서 부담을 줄이고 페이퍼 없는 회의 문화

30여 페이지가 넘는 보고자료를 없앴다. 대신 국장실에 설치된 빔프로젝터로 PPT를 활용해 회의를 진행했다. 특이사항이 없는 부서는 굳이 발표하지 않아도 됐다.


보고 내용은 각 부서에서 이룬 성과 한 가지와 한 주 동안 집중할 목표를 한 문장으로 발표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두꺼운 회의자료 없이도 방향은 또렷해지고, 실천은 간결해졌다. 슬로건처럼 명확한 한 문장이 회의장을 나서는 모두의 머릿속에 박히며 팀을 움직이게 했다.


셋째, '이번 주 주인공' 발표하기

성과나 고객 칭찬 사례를 중심으로 각 부서에서 주간 'MVP'를 추천하도록 했다. 업무실적보다는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줄 수 있는 사례 위주로 추천하도록 했다. 가령 '배달하다가 쓰러진 노인을 응급처치해서 병원에 인계한 선행사례, 홈페이지에 올라온 고객친절직원 추천 사례"등.


또한 생일이나 자격시험 합격, 자녀의 대학 입학, 입사, 결혼 등 축하할 일이 있으면 함께 축하하는 회의 문화를 만들었다. 실적 위주가 아니기에 누구나 조명을 받을 수 있고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회의장은 박수와 웃음으로 가득 찼다.

회의를 마치기 전 '5분 미니 특강'을 했다. 동기부여될만한 책 속 문장으로, 'TED 강연, 나를 바꾸는 시간 15분' 등 좋은 내용을 골라 영상으로 편집하여 함께 시청하는 시간으로 마무리했다.


실적보다는 사람 중심의 우체국을 만들려고 힘썼다. 우체국 슬로건 "가정과 일터를 즐겁게!"로 정했다. 우체국의 즐거움이 가정으로 이어지고 가정의 즐거움이 우체국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되는 조직문화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사람이 살아나니 성과도 살아났다

"직원을 그렇게 풀어놔서 실적이 좋아지겠냐"라며 걱정하는 동료 국장도 있었다. 그럴 때면 이렇게 말했다. "보고서 열심히 만들고 회의 열심히 하고 직원 닦달한다고 실적이 좋아지느냐"라고.


조직은 물건이 아니라 사람이 움직인다. 간부들의 표정이 밝아지니 자연스럽게 직원들 표정도 밝아졌다. 이런 변화가 몇 달 이어지자, 신기하게도 실적보다 사람 중심의 우체국 문화가 자리 잡기 시작했다. 발령받는 곳마다.


주간경영전략회의는 일주일의 시작이자 기대되는 시간이 되었다. 회의장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는 어떤 실적 보고보다도 조직을 움직이는 힘이 강했다. 그리고 성과 지표도 좋아졌다.

회의 형식과 관례를 완전히 없애자는 건 아니다. 회의를 위한 회의가 되지 말자는 말이다. 회의는 절대 목적이 아니다. 조직이 건강해지고, 서로의 업무를 격려하고 응원할 수 있는 회의이어야 한다.


나는 월요일 아침이 의무가 아닌 기쁨이 되기를. 주간 경영전략회의가 숫자보다 사람을 남기는 작은 축제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직원 모두가 주인이라는 마음으로 기꺼이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회의 문화를 만들려고 애썼다.


숫자는 차가워도 사람은 따뜻하다. 월요일 아침 회의실에 따뜻함이 있어야 그 조직에 생명력이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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