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 뭐 뜨거운 커피에 미세플라스틱이 2만5천개라고

세상은 왜 부하직원 편만 드는가

by 정글


“익숙한 세상 규칙을 파괴하면 삶이 흥미로워진다. 편안함 뒤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을 의심하는 순간, 일터는 혁신의 무대가 된다.”


머그잔, 불편한 진실을 직면하다

우리 모두에게 종이컵 사용은 당연한 관습이었다. 믹스커피를 좋아했던 나는 출근하자마자, 점심 먹고, 오후에 또 한 잔. 하루 최소 3잔 이상 종이컵을 사용했다. 각 부서에 방문하면 과장, 실장, 팀장이 모인다. 5명이 모이면 5잔의 종이컵이 사용된다. 관내 우체국 방문 때도 마찬가지였다. 회의할 때도 어김없이 차를 마시게 되고, 종이컵이 사용되었다.


변화혁글쓰기 책쓰기_자전적글쓰기_뱐화와 성장 (1).jpg


그러다가 2023년 11월 9일 자 뉴스 기사를 보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248억 개의 종이컵이 사용되었다. 식당이나 커피전문점에서 사용을 금지해 이 수치가 줄어들 예정이었지만, 시행 보름을 앞두고 없던 일이 됐다. 환경부는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1회 용품 규제 대상에서 종이컵을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종이컵 관련 기사와 연관된 내용을 검색했다. 좋지 않은 내용만 있었다. 우리가 편리해서 사용하는 종이컵은 편리하지만, 종이컵 안에는 우리가 모르는 위험이 숨어있다. 종이컵 안쪽에 얇은 플라스틱이 코팅되어 뜨거운 물이 닿을 경우 미세플라스틱이 녹아 인체에 흡수된다. 내부 코팅된 안감 때문에 재활용이 어려워 매립지로 보내진다. 분해에 수십 년이 걸리고 온실가스인 메탄이 방출되어 환경에도 좋지 않다 등.

시간_인생_책쓰기글쓰기_자전적글쓰기브런치스토리커버 (8).jpg

‘나는 하루 평균 일곱 잔 정도 커피를 마시는 데 내 몸에 미세플라스틱이 쌓인다고?’ 덜컹 겁이 났다. 건강에 좋지 않은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종이컵을 '편리한 일회용품'이 아닌, '건강과 환경을 해치고 예산을 낭비하는 문제점'으로 새롭게 바라보았다. 우리 우체국만이라도 종이 잔을 사용하지 않고, 머그잔 사용하는 문화를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머그잔을 사용하면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먼저 건강을 지킬 수 있다. 두 번째 환경오염을 예방할 수 있다. 셋째,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SE-b964df73-ab5d-4e09-b684-db1fdaee36fc.png?type=w1

종이컵 사용하지 말자는 의견 제안

월요일 주간 경영전략회의에서 "우리 몸에도 좋지 않은 종이컵 대신 머그잔을 사용하자"라고 제안했다. 뜬금없는 국장 제안에 간부들이 멀뚱멀뚱 내 눈만 쳐다보았다. 종이컵 사용의 폐해를 설명했다. 반론을 제기하는 직원은 없었지만 흔쾌히 수용하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개인에게 머그잔을 구입해서 사용하라면 사용하지 않을 것 같았다. 영업과장과 지원과장에게 예산을 파악해 보라고 했다. '머그잔 구입을 위한 별도 예산은 없다'라는 답변. 머그잔을 구입할 항목이 예산 항복이 별도 배정될 리 없다. 개인에게 머그잔을 사서 활용하라고 한다면 흐지부지될 것이 뻔했다.


예산 문제 해결

예산을 사용하려면 항목별 용도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 영업과장과 상의 ‘예금·보험 홍보예산’을 사용하기로 했다. 머그잔에 예금보험 홍보문구를 새겨 구입하면 가능했다. 홍보문구를 새긴 컵을 사용하여 전 직원에게 배부하고 고객에게도 홍보용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지원과장이 더욱 놀라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컵에 인쇄하는 기계를 구입하자고 했다. 이미지 없는 컵을 구입해서 그림이나 홍보문구 자체 제작하자고. 기계 가격도 적정했다. 기계를 사서 인쇄하는 비용이나 업체에 의뢰해서 제작하는 비용이나 별 차이가 없었다. 더구나 기계는 계속 사용할 수 있었다.


작은 혁신이 만든 큰 변화

컵 외부 표면에 인쇄하는 기계를 구입했다. 이미지가 거의 원안대로 인쇄되었다. 인쇄 화질도 시중에 나오는 컵 못지않게 좋았다. 예금·보험 홍보문구를 시험해서 인쇄했다. 원하는 이미지가 새겨진 머그잔이 완성되었다.


예금·보험 홍보문구가 있는 컵을 제작해서 전 직원에게 배부했다. 직원 책상 위에는 머그잔이 비치되었다. 그 잔으로 커피나 음료를 마실 때 활용했다. 회의할 때도 본인이 마시고 싶은 차를 타거나 평소에 마시던 차를 가지고 와서 회의 탁자에 놓기만 하면 된다.

변화혁글쓰기 책쓰기_자전적글쓰기_뱐화와 성장.jpg

세상에 하나뿐인 맞춤형 머그잔

컵 인쇄기계는 여러 방면으로 활용되었다. 직원 생일 때는 직원 가족사진을 인쇄해서 제공했다. 회사 우수직원에게 시상할 때는 사랑하는 연인, 가족사진, 자신이 좋아하는 사진을 제출받아 컵 5개 세트를 제공하기도 했다. 인기 폭발이었다. 나에게 맞는 유일한 컵을 만들어 사용하는 직원이 하나 둘 늘어갔다. 우체국을 방문하는 고객 선물용을 만들어 제공하기도 했다.


익숙한 세상 규칙을 파괴하려고 노력하자 아이디어가 모아졌다. 예산이라는 장애물은 해결됐다. 예산 절감과 효율성뿐 아니라 직원 만족도까지 높이는 흥미로운 변화를 경험했다.


삶을 놀이터로 만드는 생각의 변화

술을 끊고 자기 계발 공부한답시고 부산에서 서울 수서행 SRT를 무수히 이용했다. 그 과정에서 얻는 꿀팁을 공개한다. SRT 열차 1호 차 제일 뒤쪽에는 장애인 석이 있고 뒤쪽에는 넓은 공간도 있다. 장애인 석 바로 옆에는 비어 있다. 그 앞 좌석을 예매하면 뒷좌석을 의식하지 않고 등받이를 젖힐 수 있다. 1호 차 2호 차 사이에 화장실이 있다.


비행기를 탈 때도 가능한 늦게 타면 좋다. 탑승 신호가 울리면 일제히 사람들이 일어서서 줄을 선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거의 다 들어갈 때가 되면 마지막으로 타면 된다. 좁고 답답한 비행기 안에 굳이 먼저 타서 비좁은 공간에 오래 머물 필요가 없다.


머그잔 하나가 가져온 변화, SRT 탈 때와 비행기 늦은 탑승처럼 익숙한 규칙을 의심하고 바꿀 때, 세상은 흥미로운 놀이터가 되고 가치 있는 변화의 주인공이 된다.


당연하게 생각하던 일을 의심하는 순간 지루했던 일터를 신나는 놀이터로 되고, 삶은 더욱 흥미로워진다.



내일, 28화, 대면보고는 사양합니다. 에서 봬요.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23화26화, 주간회의를 축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