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위로는 말이 아니라 곁에 있어주는 마음이다.
아랫니가 아려 동네 치과병원에 갔다. 간호사가 엑스레이 실로 안내했다. 휴대폰 여기 두시고 아래 손잡이를 잡고 턱을 괴고 입을 벌리세요. 가만히 계세요. 잠시 후 잉~ 소리를 내더니 내 양머리를 기계가 고정했다. 촬영 준비 중입니다........,
입을 벌리세요. 어금니 3개가 썩어서 빼고 임플란트를 해야 해요. 60년을 넘게 온갖 음식을 견뎌내며 나를 건강하게 만들었던 어금니. 33년 넘게 술 마시고 정신줄은 놓고 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양치를 하고 잤을 리 없다. 벌써 이빨이 성한 곳이 별로 없다.
발치가 시작되었다. 마치 주사를 6군데나 찔렀다. 양손으로 바지를 꽉 움켜쥐었다. 잠시 후 잉잉 기계 소리와 함께 발치 작업이 시작되었다. 아프면 아프다고 하세요.라는 의사 말. '아~ ' 아프다는 비명을 몇 번이나 질렀다.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끝날 줄을 몰랐다. 두발에 힘들 줘서 그런지 뻣뻣했다. 의자에 내려와 절뚝거리며 걸었다. 3개 중 겨우 1개가 발치됐단다.
"환자분 치아 2개는 사랑니 전문병원에 가서 빼고 오세요!"라며 의뢰서를 적어주었다. 어금니 하나 빼는 데 1시간 넘게 걸렸다. 아프기도 아팠지만 이 병원이 임플란트는 제대로 할지 의심이 들었다.
또 이 고통을 다른 병원에서 가서 해야 한다니. 한마디 하려다가 참았다. 내 치아가 얼마나 약하면 그랬을까. 빼느라 진땀을 뺀 의사인데 감사는 못할망정 그럴 수 없다.
다음날, 부산 서면 최원혁 사랑니 전문 병원 접수대에 의뢰서를 접수했다. 탁자 위에는 사랑니 발췌에 대한 안내와 주의 사항이 곳곳에 비치되어 있었다. 진료 청구에 대한 안내문이 벽면에 붙어 있었다. 화장실 가는 쪽에는 수목 4개가 서있었다. 병원은 깨끗하고 푸근했다.
간호사가 엑스레이 실로 안내해서 앞에 와 마찬가지로 또 사진을 찍었다. 30여 분 후 간호사 안내에 따라 치과진료의자에 앉았다. 옆 탁자에 곰인형 하나가 아이를 안고 누워있었다. 곰인형과 눈이 마주쳤다.
간호사가 입안을 청소하며 물었다. "곰인형 안고 치료받을래요?" 순간 웃음이 났다. 환갑을 넘어 경상도 사나이가 무슨 곰인형을. 하지만 어제 어금니를 빼며 하도 고생을 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환갑 넘은 할배가 곰인형을 안고 누워 있는 꼴이라니......,
의사가 왔다. 좀 고생할 겁니다. 니 뿌리가 약해서 부러질 수 있어요. 1시간 정도 걸립니다. 가격은 0만 원입니다. 친절한 안내에 믿음이 갔다. 마취주사입니다. 좀 아픕니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마취 주삿바늘이 5곳 넘게 찔렀다. 참느라 눈에 눈물이 났다. 아플 때마다 곰인형 가슴을 나도 모르게 양손으로 쥐어짰다.
"아~ " 중간중간 비명을 몇 번 질렀는지 모른다. 그때마다 의사가 중단하고 마취제인지 뭔가를 처치하고 어금니 빼는 일을 계속했다. 이제 하나 뺐습니다. 두 번째 어금니는 더 시간이 많이 걸렸다. 내가 아프면 아픔만큼 곰인형을 양손으로 쥐어짰다.
1시간여 사투(?) 끝에 어금니 두 개를 뺐다. 팔다리가 뻣뻣했다. 휴지로 눈물을 닦았다. 곰인형이 내 눈을 바라봤다. 잘 견뎌냈다고 위로하는 것 같았다. 곰인형도 나처럼 너덜너덜해졌다. 탁자에 곰인형을 두고 진료실을 빠져나왔다.
접수대에서 계산을 하고 병원출입문을 나오는 데 문에 '우산!'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병원의 배려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누구나 치과 진료의자에 앉으면 긴장되고 두렵다. 별거 아닌 곰인형이지만 1시간을 내 품에 안겨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함께 견디어주었다.
나에게 곰 인형을 안겨주고, 출입문에 '우산!'이라는 안내문을 부착해서 병원 찾는 사람이 잃고 가지 않게 하려는 병원 측의 마음이 종일 내 마음을 따듯하게 해 주었고 발치된 어금니 빈 곳을 채워주었다.
우리는 때때로 위로나 공감이 거창한 물건이나 행위를 해야 되는 줄 생각할 때가 있다. 곰인형처럼 가만히 곁에 있어 주는 존재만으로 사람은 견딜힘을 얻는다. 말없이 손만 잡아주는 사람이 때로는 더 위로가 되기도 한다.
나는 '곰인형'과 '우산!'을 통해 공감과 위로를 배웠다. 오늘도 누군가의 가슴에 안겨 가슴을 쥐어뜯는 아픔을 견딜 곰인형과 환자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병원을 나서며 휴대폰을 꺼냈다. 이번 승진에 떨어진 후배의 이름이 보였다.
공감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곁에 있어주는 마음이다.
오늘도 최고로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