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전에 먼저 내게 책을 읽어 줘야 해."
그녀를 만났을 때
그녀에게 키스하려고 하자, 그녀는 몸을 뺐다.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책 읽어주는 남자》소설 속 여인은
사랑보다 먼저 책 읽기를 요구했습니다.
책 읽어 주기, 샤워, 사랑 행위.
그러고 나서 잠시 같이 누워 있기.
이것이 그들 만남의 의식이었습니다.
연애가 그러하듯, 독서도 의식이 되어야 합니다.
33년간 거의 매일 술과 함께했습니다.
제 삶은 겉으로는 멀쩡해 보였지만,
속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야근하고 주말에도 출근하며
바쁘게 직장 생활했습니다.
퇴근 후 술잔을 기울이다 고주망태가 되어
하루를 마감하는 것이 제 삶의 전부였습니다.
가정을 내팽개치고 술독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나를 보며, 참다못한 아내는
결국 집을 나가고야 말았습니다.
그때도 저를 탓하기보다 아내를 원망했습니다.
그렇게 33년을 술과 함께 보냈습니다.
55세,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는 걸
책을 만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55세에 술을 끊고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어색했습니다.
연애 초기의 서툰 키스처럼 말이죠.
집을 나갔던 아내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내와 함께 《부산큰솔나비 독서 포럼》을
만들어 203회째 이어가고 있습니다.
책은 제 삶의 동반자이자 애인이 되었습니다.
은퇴한 후에도 책은 애인처럼 늘 내 곁에
있습니다. 책 읽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며
새로운 인생을 살아갑니다.
연애는 의식입니다. 매일 만나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독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일 책을 펼치는 것, 그것이 독서와의 데이트입니다.
문장과 입맞춤하고, 행간의 의미와 대화하고,
책의 지혜와 하나가 되는 과정이
독서와의 연애입니다.
식물학자에 따르면
나무 밑동의 살아 있는 부분은
지름의 10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바깥쪽이고,
그 안쪽은 대부분 생명의 기능을
소멸한 상태라고 합니다.
이 중심부는 물기가 닿지 않아
무기질로 되어 있어, 나무가 사는 일에
관여하지 않지만 나무의 전 존재를
수직으로 버티게 해 준다고 합니다.
나무가 수직으로 서지 못하면 나무는 죽게 됩니다.
김훈 작가는 독서를 나무에 빗대어
이렇게 말합니다.
독서는 생존과 번식에 직접 기여하지는 않지만,
삶의 뼈대가 되고 수직으로 세워주는 힘이라고!
우리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먹고사는 일로 바쁘지만,
정작 우리를 서 있게 하는 것은 독서입니다.
"나는 셀 수 없이 많은 서점에 다녔고,
서점에 들어설 때마다 첫사랑 같은 열 명에
다시 빠졌다."라고 고백하는 앤 후드처럼
연애하듯, 책을 사랑하면
그 사랑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리라 확신합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요약 독서법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