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후에도 삶은 계속된다

by 정글


"저 애인하고 헤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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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에 흐르던 경쾌한 음악이 갑자기 멀어졌다. 100평 남짓한 공간. 땀 흘리는 사람들의 열기와 은은한 커피 향 사이로, 20대 후반 코치의 목소리만 유독 또렷하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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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얼굴, 180센티미터의 훤칠한 키. 아들 또래인 그 청년과 PT를 받으며 나는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쉬는 시간마다 주고받던 소소한 이야기들. 애인 생일 선물로 월급이 줄었다는 푸념, 차를 사려는데 부모님을 어떻게 설득할지 고민하는 모습, 여름휴가 자랑까지. 나 역시 아내와의 일상, 마음대로 안 되는 아들 이야기, 6개월 된 손녀 자랑, 젊은 시절 술 먹고 벌였던 해프닝까지 스스럼없이 나눴다.


그날도 평소처럼 물었다. 주말에 애인하고 데이트는 어땠어요? 달콤한 이야기를 기대하며 던진 질문이었다.


"저 애인하고 헤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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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문이 막혔다. 왜 헤어졌는지 묻고 싶었다.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삼켰다. 이유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 그 자체가 고통이었다. 더는 물을 수 없었다. 급히 화제를 돌렸지만, PT를 받는 내내 괜한 말을 꺼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흘이 지났다. 어제 그가 말했다. 곧 그만둔다고. 당분간 쉬면서 다른 일을 해볼 거라고. 이별의 충격 때문인지, 코치 일이 힘들어서인지 알 수 없었다. 아들 같아서 마음이 더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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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아직 마르지 않는 어머니 묘소. 왠지 "인구야" 하며 어머니가 흙을 박차고 나와 나를 와락 끓어 안을 것만 같았다.


초점을 잃은 채 우산도 쓰지 않고 신작로를 따라 터벅터벅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아 저러다 죽겠다, 엄마 따라가겠다, 아이구 산사람은 살아야지......"

지나가던 동네 아주머니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25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자고 일어났더니. 아무리 흔들어도 일어나지 않았다. 몸이 뻣뻣하게 굳어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의 고통도 시간이 지나니 사라졌다. 40년 전 일이다.


그때 죽을 것 같이 힘들었는데, 까맣게 잊고 있다가 글을 쓰면서 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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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 하늘에 슈퍼문이 떠 있었다. 일반 달보다 7% 크고, 15퍼센트나 밝다고 했다. 그 달이 오늘도 은은하고 맑은 빛을 내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걸음을 멈추고 달님에게 부탁했다. 그 청년의 이별의 아픔을 어루만져 달라고. 빨리 회복해서 예전처럼 활달하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돌아오게 해달라고.


그리고 코치에게 끝내 못 했던 말을 달님에게 했다.


"살아보니 아무리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라도, 1년 지나고 5년 지나고 10년 지나면 기억조차 나지 않더라고요. 완전히 잊을 수는 없겠지만, 그녀와의 행복했던 추억만 기억하라고, 그녀가 잘 되기를 빌라고요."


그리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소중한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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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많은 이별을 경험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직장과의 이별, 꿈과의 이별. 그 순간은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다. 아픔이 영원할 것만 같다.


하지만 1년, 5년, 10년이 흐르면 그토록 아팠던 상처도 흐릿해진다.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지만, 더 이상 나를 힘들게 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그 시간 동안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느냐다. 아픔에 갇혀 있을 것인가, 아니면 좋았던 기억을 간직하며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헤어진 사람의 불행을 바랄 것인가, 그의 행복을 빌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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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모든 이별은 새로운 시작의 문이다. 헬스장 코치는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난다고 했다. 아픔을 딛고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하는 가 보다. 그게 청춘이고, 그게 살아가는 방법이다.



혹시 지금 어떤 이별의 한가운데 서 있는가요? 그렇다면 오늘 밤 달을 보십시오. 은은하고 맑은 빛으로 당신을 내려다보는 달에게 말씀하십시오.



괜찮아질 거라고. 시간이 지나면 이 아픔도 추억이 될 거라고.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한 나 자신을 사랑하겠다고.



오늘도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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