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의 작가수업
자다가 벌떡 일어났다.
점심을 먹고 잠깐 벽에 기대 있다가
잠들었다. 시계를 보니 한 시간이나 잤다.
집에 있으면 안 되겠다 싶었다.
오후 2시. 강의 준비하러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부암스 카페로 향했다.
찬바람이 휭 불어 내 스웨터 안으로 스며들었다.
몸을 웅크리고 손을 아래 주머니에 넣었다.
종종걸음으로 뛰었다.
외투를 입고 올걸.
카페 안으로 들어서자 3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여성 3명이 차를 마시며 수다 떨고 있었다.
간간이 웃음소리가 카페 안에 울려 퍼졌다.
15여 개 테이블 중 나도 한 테이블을 차지해서 앉았다.
은은한 커피 향기와 잔잔한 클래식 노래가
빈자리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따뜻한 라테를 주문했다.
자리에 앉아 노트북과 아이패드를 꺼내 놓았다.
어제 읽다가 접어 둔
아날드 새뮤얼슨의 《헤밍웨이의 작가 수업》
책을 펼쳤다.
이 책은 헤밍웨이가 인정한 유일한 문하생인
저자가 헤밍웨이와 함께 필라호를 타고 1년간
케웨스트와 쿠바, 멕시코만류가 흐르는
바다 위에서 낚시를 하며 내내 헤밍웨이에게
작가 수업을 받는 내용을 기록한 책이다.
"무엇을 본다는 것과 그것에 대해 쓴다는 건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네.
누군들 못 보겠나.
그러나 있는 그대로 보고 벌어진 그대로
쓸 수 있어야 모름지기 작가라고 할 수 있지.
항해일지를 쓰다 보면,
내가 어떻게 기록하는지 보게 되고,
무얼 주의 깊게 봐야 하는지 배우게 되고,
치밀해지는 법을 배우고,
문장 다루는 요령 같은 것도 배우게 될 걸세.
내게도 도움이 되고 말이야......, "
"뜨겁습니다, 조심해서 드세요!"
종업원 검은색 앞치마를 입고 미소 지었다.
가지런한 하얀 이가 드러났다.
카페라테가 든 쟁반을 내 쪽으로 밀었다.
컵에 가득 담긴 카페라테가
금방이라도 흘러넘칠 것 같았다.
카페라테가 든 컵 위쪽에 하트 모양이
컵 뚜껑처럼 덮여 넘칠 듯했다.
조심스럽게 쟁반을 양손으로 들었다.
내 자리로 오면서 넘칠 듯 하트 모양 카페라테를
후후 불며 한 모금 마셨다.
뜨끈한 라테가 목구멍으로 흘러내려갔다.
금세 몸이 따뜻해지며 기분이 몽글몽글해졌다.
졸음이 한순간에 날아가고 정신이 맑아진다.
뭔가 하고 싶은 의욕이 생기는 듯했다.
문득 헤밍웨이의 말이 떠올랐다.
있는 그대로 보고 벌어진 그대로 쓸 수 있어야 작가라고.
나는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
컵에 담긴 카페라테? 하트 모양 라테 아트?
아니다. 나는 카페라테 한 잔이 아니라
이 분위기를 마시러 온 것이다.
따뜻한 안내, 은은한 음악, 사람들의 웃음소리,
이 모든 것이 만들어낸 온기를.
때때로 장소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선물한다.
단순히 공간이 아니라 기운을,
다짐을, 위로를 건넨다.
나도 누군가에게 카페 같은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소연을 받아주고, 맞장구쳐주고,
따뜻한 음료와 감미로운 음악처럼
기분을 풀어주고,
입천장이 델까 봐 돌봐주는 그런 사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내 마음의 컵을 채워야 한다.
아널드 새뮤얼슨처럼 배움 기 위해 1년간
승선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비어 있는 사람은 아무것도 나눠줄 수 없으니까.
있는 그대로 보고 벌어진 그대로 쓸 수 있어야
모름지기 작가라고 할 수 있다는데,
나는 언제쯤 그럴 수 있을까.
오늘 그러려 흉내 내 봤다.
종업원의 미소, 넘칠 듯한 하트 모양 라테,
수다 떠는 여성들의 웃음소리.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만들어낸 따뜻한 분위기를.
카페가 나에게 그랬듯이,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먼저 내 마음의 컵을 가득 채워,
누군가에게 따뜻한 한 잔을 건넬 수 있는 사람.
오늘도 읽고 쓴다. 누군가의 카페가 되기 위해서.
오늘도 최고로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