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봐도 괜찮고, 가까이 보면 따뜻하다. 너도 그렇다

by 정글


"다행히 부러진 안경테와 똑같은 안경테가 있네요."

안경점 직원은 부러진 안경테와 똑같은 안경테 두 종류를 보여주며 고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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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쯤 전인 걸로 기억한다. 선배를 만나러 약속 장소에 가는 길, 툭 안경알이 바닥에 떨어졌다. 안경 유리를 둘러싸고 있던 안경테 아랫부분이 부러졌다.


약속 시각이 임박해 인근 편의점에 들러 강력 본드로 떨어진 부분을 붙였다. 강력 본드가 붙은 주변 안경알 밑부분에 하얀 얼룩이 조금 있었지만 보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2년 전, 다초점렌즈 안경을 구입했었다. 책과 컴퓨터를 많이 봐서 가까이 잘 보이도록 아랫부분에는 돋보기 기능이 있고, 위쪽 부분은 먼 거리가 잘 보이도록 세팅되어 있다.



강력 본드가 묻은 안경알 아랫부분을 세척하고 안경테를 바꾸었더니 새것 같았다. 안경을 쓰고 밖으로 나왔다. 은행잎이 더 노랗게 보이고 하늘은 더 푸르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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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아침에 전화 한 통을 받고 기분이 상한 모양이다.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화가 난 게 틀림없다. 이럴 때는 최대한 눈치를 살펴야 한다. 잘 못 보였다가는 하루가 피곤하다.



민생 쿠폰이 11월 말로 만료 기간이 다 되어 간다. 민생 쿠폰도 쓰고 안경테도 갈고 나들이 가자고 말했었다. 아내가 씻는 동안 옷을 갈아입고, 나들이 준비하고 기다렸다. 씻고 나온 아내가 외출할 기분이 아닌 모양이다. 그냥 집에 있겠다고 한다.



혼자 집을 나섰다. 안경테를 갈고 근처 도서관에 밀린 일이나 하고 올 요량으로 밖으로 나왔지만 집에 혼자 있는 아내가 마음에 걸렸다. 안경테를 교체하고 자연드림에 가서 소고기와 딸기 등 먹을거리를 샀다. 아내가 좋아하는 감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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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봐서 일찍 온 나를 보고 아내가 놀랐다. 딸기를 보더니 표정이 금세 밝아졌다. 딸기를 씻어 함께 먹었다.



살다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짜증이 날 때가 있다. 나를 비난하는 한마디를 듣고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인생이 무너질 정도로 힘든 하루도 있다. 죽을 것 같이 힘들었던 일이 수십 년이 지나면 기억조차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인생은 다초점 안경이다. 때로는 가까이서 볼 줄도 알아야 하고 인생 전체를 볼 줄 아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멀리 보는 연습과 가까이 보는 연습의 연속이 인생인 것 같다. 좋다고 방방 뛰거나 힘들다고 주눅들 필요 없다. 어떤 마음의 렌즈로 보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오늘도 최고로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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