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마지막 선물

기도는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

by 정글

"작가님 잘 계시죠? 못 본 지 오래됐는데 한 번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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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작가에게서 전화가 왔다. 독서모임에서 함께했던 인연, 2~3년쯤 연락이 끊겼던 사이였다. 반가움에 흔쾌히 만남을 약속했다.


84세 아버지가 대장암 진단을 받았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건강한 아버지에게 이런 일이. 한동안 믿어지지 않았다.


일을 마치면 곧장 병원으로 달려가는 나날이었다. 일하는 중에도 아버지 생각이 나면 눈앞이 흐려졌다. 병원과 집을 오가며 약물치료를 받는 아버지는 수시로 음식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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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로 전이되었습니다."

의사의 말에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수술 날짜를 잡았다. 할 수 있는 일은 기도뿐이었다. 새벽마다 교회로 향했다. 수술 당일 새벽, 더 간절히 기도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돌아가시기 전 땀이 피가 되도록 빌었다는 말이, 그날은 조금 이해되는 것 같았다.


대학병원 침대에 누워 수술실로 들어가는 아버지의 모습이 흐릿했다. 나는 엄마의 손을 꼭 잡았다. 나무껍질처럼 딱딱했다. 세상 누구보다 강한 어머니였는데 손이 떨리고 있었다. 나는 엄마 손을 더 세게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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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30분도 지나지 않아 의사가 수술실에서 나왔다. "암이 퍼져 더 이상 수술할 수 없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아버지를 집 근처 S 병원으로 옮겼다. 다행히 그곳에서는 수술이 가능하다고 했고, 아버지는 그곳에서 수술을 받았다. 입원 기간 동안 간호사와 의사들이 수시로 찾아와 기도했다. 평생 신앙과 거리가 멀었던 아버지는 강하게 거부했다.


"기도하고 전도하려면 만나지 않겠어요!"


그럼에도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방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자 추운 겨울날, 문고리를 잡고 문 앞에서 아버지를 위해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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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들은 왜 알지도 못하는 나한테 저러는 건데?"

"예수님의 은혜에 감사해서 그래요. 아버지도 그 사랑을 알기 원해서요."


아버지는 멀뚱히 나를 쳐다보며 눈만 껌벅거렸다.


한 성도가 아버지를 위한 지정 헌금 봉투를 가져왔을 때, 아버지는 더욱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목사님의 방문, 의사와 간호사들의 기도. 굳게 닫혔던 아버지의 마음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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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예수님을 구원자로 시인하고 선포하셔야 해요...,"


결국 아버지는 영접 기도를 받고 예수님을 구원자로 믿게 되었다. 아버지는 의사들의 예상보다 훨씬 더 오래 견디셨다. 의료대란으로 한 달간 병원비가 무료가 되는 기적도 일어났다.


아버지는 가족들이 보는 가운데 천사 같은 얼굴로 조용히 하나님 품에 안겼다. 닭똥 같은 뜨거운 눈물이 내 손 등을 타고 아버지와 내가 맞잡은 손안으로 스며들었다. 이 모든 것이 아버지를 구원하기 위한 하나님의 계획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우리 집안 최초의 기독교 장례였다. 생각지도 못한 교회 성도들이 와서 장례식장은 비좁았다. 믿지 않던 친척들이 더 놀라는 눈치였다. 경주 선산까지 목사님이 동행하며 마지막 길을 기도해 주셨다.


"기도는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


나는 그것을 확인했다. 신실하신 하나님, 내 생에 최고의 선택이라고 믿으며 오늘도 새벽 기도를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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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약속대로 오늘 H 작가 부부와의 만났다. 몇 년 만에 만났지만 두 사람은 예전 그대로였다. 더 젊어 보이기까지 했다. 열정적이고 개구쟁이 같은 H 작가의 모습도 그대로였다.


우리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인근 카페로 옮겼다. 카페는 연말 성탄 분위기로 곳곳에 트리가 있고 아늑했다. 커피향에 내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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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마시며 그동안 근황을 이야기하다가 아버지가 올해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 그동안 연락도, 조문도 못 한 것을 미안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무언가 말하려는 듯 머뭇거리던 그들이 입을 열었다.

"작가님, 우리와 함께 보험 일해요!"

그제야 알았다. 왜 생뚱맞게 연락이 왔는지.

복잡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 또한 하나님의 계획입니다. 작가님."

확신에 찬 그들 표정과 그 말이 내내 목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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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구원하신 하나님의 계획은 그토록 명확했는데, 이 만남은 어떤 의미일까. 기도가 이룬 기적을 믿는 사람에게도 여전히 남는 질문들이 있다. 어쩌면 그 질문 앞에 서는 것이, 믿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진짜 모습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최고로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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