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쉽게 단정하지 않은 3가지 원칙
"여자 친구 있으세요?"
"저 여자인데요"
2주 전 강의실에서 있었던 이야기입니다. 강사는 중요하다는 부분에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예시를 들려는 듯 제일 앞쪽에 앉은 수강생에게 물었지요. 강사는, '여자'라는 수강생의 답에 말을 더듬거렸습니다. 순식간에 강의실은 정적이 흘렀고, 강사는 당황하며 급히 수습하려 했습니다. 마치 소개팅 첫 만남에 물컵을 쏟아 우당탕탕 실수를 저지른 것처럼. 성급한 판단이 만들어낸 불편한 분위기는 쉽게 가시지 않았습니다.
강의 듣던 우리도 놀랐습니다. 단정하게 2:8로 가르마를 탄 짧은 갈색 머리, 감색 슈트, 검은색 구두, 하늘색 넥타이, 검은 테 안경. 누가 봐도 20대 남자임에 틀림없었지요. 외모로만 봐서는.
요즘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쉽게, 빠르게 사람을 단정 지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 뇌는 어떤 사물이나 말을 들으면 빨리 단정 짓고 결론을 내리려고 합니다. 눈에 보이는 외모를 보고 그 사람의 성별, 직업, 나이, 성향....., 심지어 인격까지.
저 역시 그랬습니다. 책을 읽지 않고 술만 마시던 시절 '김훈'작가가 강연하는 모습을 보고 섣부른 판단을 했습니다. 모자를 쓰고, 허름한 점퍼와 바지. 샌들을 신고 다니는 동네에 흔히 보는 아저씨 같은 사람이라고. 나중에서야 거장 김훈 작가라는 걸 알고 얼마나 당황을 했던지.
이처럼 우리는 타인의 의도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오판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오판을 바꿀 수 있을까요?
단순히 편견을 버려야지라고 다짐하는 것은 사실상 실패하기 쉽습니다. 우리의 인지적 본능은 보이는 것을 즉각 판단하려 하기 때문이죠. 지레 판단하지 말고 판단을 유보합니다. 눈으로 본 시각 정보(슈트, 구두, 안경 등)를 결론이 아닌, 그 사람의 배경을 이루는 하나의 요소로만 인정하는 것이지요.
섣부르게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 3가지 방법입니다.
첫째, 외모를 결론이 아니라 배경으로 보기
옷차림만 보고 그 사람의 성격이나 정체성을 단정할 때가 많아요. 옷은 그저 오늘 선택한 스타일일 뿐, 그 사람 자체를 보여주는 건 아닙니다. 외모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지 말고 참고 정보 정도로 가볍게 여기면 좋습니다.
둘째, 단정하지 말고 '왜'라는 질문하기
판단은 상대를 하나의 결론으로 묶고 대화를 끝내지만, 질문은 상대를 이해할 기회를 열어 줍니다.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보면 바로 저 사람은 원래 저런 사람이야라고 생각하지 말고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 하고 이유를 떠올려 보세요.
셋째, 내 기준이 아니라 상대의 관점에서 보기
우리는 대부분 자기 경험을 기준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합니다. 잠시 내 기준을 내려놓고 상대의 상황을 헤아리면 그 사람의 행동이 다르게 보일 때가 많습니다. ‘내가 저 사람의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라고. 상대의 렌즈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렌즈로 세상을 봅니다. 내 경험, 내 기준, 내 상처로 만들어진 이 렌즈를 통해 타인을 바라봅니다. 이 렌즈를 잠시 벗어두지 않으면, 상대의 행동은 그저 '내 기준에서 벗어난 실수'로만 보일 뿐입니다.
진짜 이해는 그 사람의 신발을 신어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내가 저 사람의 상황이라면 어땠을까?'이 한 문장이 판단을 멈추고 이해를 시작하게 만듭니다.
요즘 우리는 유튜브 쇼츠 시대를 살아갑니다. 알고리즘은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내가 생각하는 걸 알고 끊임없이 보여줍니다. 우리는 모르는 사이 확증편향의 덫에 갇히고 맙니다.
사람을 쉽게 판단하지 않는 세 가지 방법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하여 흑백논리를 벗어나 타인의 본질을 알려는 진심 어린 노력이 필요합니다.
세상에는 '남자'와 '여자',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만 있는 게 아닙니다. 각자의 서사와 복잡한 감정으로 엮인,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들이 있을 뿐입니다. 그들 모두는 존중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다음번 누군가를 만날 때, 섣부른 판단으로 결론을 내리기 전에 잠시 멈춰보세요.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이 사람의 겉모습이 말해주지 않는, 진짜 이야기는 무엇일까?"
나태주 시인의 말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당신은 풀꽃보다 존귀한 존재입니다.
자세히 보면 이쁘고 사랑스럽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당신도 그렇고, 당신이 만나는 모든 이들도 그렇습니다.
오늘도 최고로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