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수면모드'
문제는 늘 밖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전화가 오지 않아요! 벌써 몇 번째입니까?"
보험회사 콜 센터 직원에게 소리를 쳤다.
분명히 휴대폰 벨이 진동모드가 아닌 데,
전화벨이 울리지 않았는데,
통화내역에는
부재중 전화 흔적(빨간색 표시)이 있었다.
"죄송합니다. 해당 부서에 연락해서
다시 전화드리라고 하겠습니다"
콜센터 직원은 화난 내 목소리를
듣고 공손 모드로 말했다.
운전자 보험을 새로 가입하려다 문제가 생겼다.
알고 보니 11년 전, 20년 만기로
이미 가입된 보험이 있었다.
아내가 가입해 둔 것이었다.
일부 특약을 해지해야만 새 보험을 들 수 있었고,
나는 이미 계약서에 사인하고
보험료까지 송금한 상태였다.
오후 6시.
퇴근 시간이 다가오는데 일은 해결되지 않았다.
벌써 여섯 번째 통화 시도였다.
도서관 옥상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휴대폰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벨이 울리기만을 기다리면서.
진동모드인지 휴대폰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벨 소리가 울리길 애원했지만 기미가 없었다.
콜센터가 원망스럽다.
휴대폰 통화내역을 보니
또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아~씨ㅂ, 미치겠네"
휴대폰을 바닥에 던져버리고 싶었다.
그제야 '내 휴대폰이 문제 있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폰 콜센터에 전화해서
원격 지원을 받았다.
문제는 단순했다.
내 휴대폰이 ‘수면모드’로 설정돼 있었다.
나도 모르게 버튼을 눌러둔 것이다.
그제야 모든 상황이 이해됐다.
보험회사 직원은 계속 전화를 했고,
나는 계속 받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그들을 원망했고,
목소리를 높였고,
찬 바람 부는 옥상에서
한 시간을 허비했다.
문제의 원인은 처음부터
내 안에 있었는데도.
전화를 받을 수 있게 되자
보험 해지는 금세 처리됐다.
문제가 해결되자 마음이 허탈했다.
콜센터 직원에게 미안했다.
나는 원인이 내가 아닌 보험회사
콜센터 직원에게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화살을 외부가 아닌 나에게
돌려야겠다고 반성했다.
다음에도 또 그럴지 모르지만.
살아가면서 싫은 사람이나
듣기 싫은 상황이 닥치면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다.
마음이 닫히면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바로 휴대폰 ‘수면 모드’처럼.
어쩌면 우리는 인간관계 속에서,
세상의 소리 앞에서,
마음의 문에 ‘수면 모드’를 걸어 둔 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오늘도 최고로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