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시인의 사회

시인이 없는 세상이 올지 모릅니다

by 정글


'시인이 없는 세상'이 올지 모릅니다. AI는 발전하면 할수록 사람들은 생각하기를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시(詩)는 단순한 문학 장르를 넘어, 사유를 통한 최고의 언어예술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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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남들이 좋다 하면 아무 생각 없이 그걸 합니다. 세상 주파수에 따라 순응하면 살아갑니다.


AI가 삶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봄에 관한 시 한 편 작성해 줘'라고 키보드를 두드리면, 그럴듯한 시 한 편을 척척 만들어 냅니다. 불과 1분도 안되어 수십 개의 시가 뚝딱 만들어집니다.


시뿐이겠습니까? 음악 작곡, 글쓰기, 논문, 그림 등 AI가 우리가 생각하지 않게 만듭니다. 사람들도 생각하는 걸 싫어합니다.


저도 생각하는 걸 무지 싫어합니다. 한 번씩 아내에게 이런 소리를 자주 듣습니다.


"당신 머리는 액세서리로 달고 다니냐?"라고. 아무 생각 없이 산다며 나무랍니다.


말기 암 환자를 돌보았던 호주 간호사 브로니 웨어는 수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들이 후회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습니다. 다름 사람이 나에게 기대하는 삶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충실한 삶을 살지 않았던 것이 후회된다고 했습니다. '사고의 부족'때문입니다. 나를 돌아보지 않고 남들이 만들어 놓은 틀에 따라 주관 없이 이리저리 휩쓸리다 보면 결국 선택당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2014년 미국 하버드 대학과 버지니아 연구팀 연구 결과 사람들의 교육 수준, 나이, 성별, 소득, 스마트폰을 즐기는 정도와 상관없이 사람들은 아예 생각하는 자체를 싫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어제는 독서모임을 했습니다. 독서모임 장소에 가면 벽면에 현수막을 붙입니다. 항상 제일 먼저 오는 강**선배 모자(母子)가 테이프로 양쪽 모서리를 붙입니다. 독서모임을 마치고 나면 다시 테이프를 제거합니다. 그게 늘 불편해 보였습니다. 그렇다고 강의 장소에 상시로 붙여둘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다가 쉽게 할 수 없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현수막을 꼭 달아야 돼? 안 달려고 하니 뭔가 밋밋한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현수막 양 끝에 붙이는 큐방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현수막 제작한 곳에 현수막 모서리에 규방을 달 수 있도록 재단을 해 달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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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착하고 떼는 데 채 1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떼고 붙이는 수고를 덜 수 있어 좋았습니다.

진즉 생각을 좀 했더라면...,


대추 한 알

장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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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AI가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절대 이런 시를 쓸 수 없습니다. 하여, 시인이 없는 사회는 오지 않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래도 장석주 작가 같은 걸출한 시인이 점점 줄어들지는 않을지 걱정됩니다.


2026년이 오려면 10일쯤 남았네요. 휴일. 오늘. '생각'이라는 걸 한 번 해 보면 좋겠습니다. 아무 쓸데없는 생각도 좋구요. 내 삶이 며칠이나 남았는지 세어보기도 해 보구요.


오늘도 최고로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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