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과 미련함 사이

by 정글


위대함이란 시작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하는 데 있다.


"선배님, 노션 강의 좀 해 주실 수 있나요?"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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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 문미영 선배(독서모임에서는 교학상장 의미로 '선배'라 호칭)로부터 전화를 받고 선뜻 대답했지만, 전화를 끊자마자 후회가 밀려왔다. 한동안 노션을 손에서 놓았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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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노션을 처음 접했을 때의 전율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렇게 좋은 도구가 세상에 있다니. 유료 강의를 여러 개 들으며 미친 듯이 공부했다. 나만 알고 있기 아까워 주변 지인들에게 강의까지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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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솜씨지만 나만의 대시보드를 만들었다. 강의 자료, 영상, 자기 계발 자료, 도서 목록, 회사 자료, 일정, 공동체 활동, 교회 활동, 프로필까지. 내 삶의 모든 것을 담은 종합 지식 창고였다.



그런데, 어느새 열정은 식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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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앞두고 지난 자료를 꺼내 다시 공부했다. 예전 기억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어차피 하는 강의, 다른 사람들도 함께 들으면 좋겠다 싶어 지인들에게 연락했다.


결혼식, 행사 등으로 참석이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다음 강의 때 꼭 알려달라"는 메시지와 함께.


유튜브 강의를 수시로 들으며 준비했다. 예전엔 없던 AI 기능까지 추가되어 있었다. 강의를 준비하면서 문득 깨달았다. 이렇게 편리한 도구를 왜 그냥 뒀을까. 아쉬움이 밀려왔다.


강의 당일, 강의장 바닥과 책상을 쓸고 닦았다. 수목에 물을 주고 난방을 최대한 올렸다. 출입문을 고정해 띵동 소리 없이 바로 들어올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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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월 31일 오후 1시. 문미영 선배가 도착했다. 그냥 와도 되는데 빵과 케이크, 생전 처음 보는 달콤새콤 한 병 음료까지 챙겨 왔다.


강의에 몰입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좀 쉬었다 해요." 선배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쉬는 시간도 없이 나 혼자 강의 속에 풍덩 빠져 있었던 것이다. 더듬거리며 헤맸던 부분도 있었다. 미안했다. 더 많은 걸 전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부족했다. "다음 기회에 후속 과정을 하자"라며 3시간 20분 동안 강의, 오후 4시 20분 수업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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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강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문미영 선배가 인사를 건넸다. 늘 열정적인 선배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봤다. 진심으로 선배가 잘 되길 빌었다.


나는 정리정돈하는 걸 싫어한다. notion을 꾸준히 계속했더라면 효율적인 자료 관리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았을 텐데. 이번 기회에 꾸준히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요즘 억지로라도 매일 글을 한 편씩 쓴다. 가끔 누군가 묻는다. "글을 쓴다고 뭐가 달라지는데?" 나도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꾸준함은 미련함의 다른 이름일까. 아니다. 미련해서 꾸준한 게 아니라, 흔들리지 않기에 꾸준할 수 있는 것이다. 흥청망청 허비했던 지난날의 과오를 너무나 잘 알기에, 더 이상 삶을 낭비하고 싶지 않기에 열심히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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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글쓰기 1,190일, 미라클 모닝 1,640일째다. 별로 변한 것 없는 것 같다. 중간 포기하려고 했지만 꾸역꾸역 지속해 오고 있다.


무언가를 지속할 수 있다는 건 나를 사랑한다는 증거다. 성취하는 기쁨, 나를 알아가는 기쁨. 그리고 이번엔 노션의 기쁨까지 덤으로 얻었다.



"낙숫물이 댓돌을 뚫는다(水滴穿石)."


작은 물방울도 한 곳에 떨어지면 결국 단단한 돌을 뚫는다는 말. 우리는 알고 있지만 쉽게 잊는다. 오늘 당신의 하루가 밑거름이 되어 싹을 틔우고 열매 맺는 그런 오늘이 되길 소망한다.


오늘도 최고로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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