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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자리에서 만난 공자

by 정글

'삐~웅, 삐~웅’, 차를 앞뒤로 몇 번이나 움직였다. 누군가 차 문을 두드렸다.


“선생님 RV차량은 RV차량 전용카트에 넣어야 됩니다. 우리 차 빼고 넣으면 안 되겠습니까?”


차를 빼서 비좁은 통로 한켠에 세웠다. 뒤에는 이미 다섯 대의 차가 줄지어 서 있었다. 뒤차 운전자들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져 어색한 웃음과 함께 양해를 구했다. 바쁜 출근길이다.


문득 김종원 작가 책 <어떻게 글은 삶이 되는가> 내용이 떠올랐다. 그는 낯선 곳에서 차선을 잘못 들었을 때면 무리하게 끼어들지 않고 멀리 돌아가더라도 올바른 차선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나도 그렇게 맨 뒤로 가서 기다렸어야 했을까. 주차를 마치고 기다리던 차들 옆을 지나며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지하철문이 열렸다. 억지로 몸을 쑤셔 넣었다. 앞에 선 남자 승객이 콧김을 내 이마에 연신 품어댔다. 부산 ‘서면’ 환승역. 내렸다 타야 했다.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다시 탔다. 다행히 자리가 하나 있었다. 앉을까 말까 망설이다 앉았다. 사람들이 내린 만큼 탔다. 내 앞에 서있는 사람 다리가 내 무릎에 닿았다.


몇 정거장을 지나자 조금 한산해졌다. 책을 꺼내 읽으려 했지만,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사람들이 모두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새로운 승객이 탈 때마다 그들의 배를 흘끔거리는 나를 발견했다. 산부인과 의사도 아닌데 말이다. 임산부석은 비워두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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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자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일생동안 행해야만 하는 일을 한 마디로 표현해 주실 수 있습니까?"

공자가 답했다.

"그것은 '서(恕)이다.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명령이니까? 혹은 어쩔 도리가 없기 때문에'라는 핑계를 대며 남에게 시켜서는 안 된다.

내가 하고 싶지 않은 바를 남에게 베풀지 않는 것, 그것이 서(恕)이다" <위령공 편. 24>


서(恕)는 같을 여(如)와 마음심(心)이 합쳐진 글자다. 글자만 보면 마음을 같이하는 것을 말한다. 동정하는 마음, 인자한 마음도 恕의 해석에는 들어있다. 恕는 결국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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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일생동안 해야만 하는 일이 한마디로 ‘배려’라고 했다. 임삼부석은 배부른 사람을 위해 비워두는 배려석이다. 오늘 하루, 핑크색 좌석이 내 머리를 떠나지 않을 것 같다. 출근길에 시간을 빼앗긴 운전자들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오늘도 최고로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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