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위험을 수반하지 않는 행복은 없습니다. 문제는, 위험이 두려워 도전하는 것을 포기하고 그 자리에 안주하는 사람에게 성장과 행복은 없다는 것입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인 하워드 스티븐슨은 “익숙한 불편함이 오히려 덜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지 않는 덫'에 빠져 자신을 더더욱 위험한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카톡~"
메시지를 열어보니 반가운 소식이 들어있었습니다.
'인천공항 도착 10시 20분 리무진 타고 갈 거야^^'
아내가 우즈베키스탄 14일간의 선교여행을 마치고 돌아온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번이 세 번째 선교여행인데, 특별했습니다. 처음 두 번은 다른 인솔자를 따라다녔지만, 이번에는 직접 6명의 팀원을 이끄는 팀장을 맡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나라였는데도 무사히 임무를 마쳤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평소 같은 장소를 여러 번 가도 길을 헤매는 길치인 아내인데 아직도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매일 기도를 했었지요. 하지만 3개월 동안 기도와 성경공부로 준비했던 그 열정을 생각하면, 이해가 갔습니다.
지난번 카자흐스탄에서 돌아올 때는 비에 젖은 생쥐처럼 초라한 모습이었습니다. 평소 교장 선생님처럼 카리스마 넘치던 아내가 ‘고분고분 여사’가 되어 돌아와 좋았었는데 이번에도 그러길 바랐습니다.
아내가 떠나던 날 "야호, 자유다!"라고 외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4일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제 마음대로 살았던 흔적이 집안 곳곳에 넘쳐났습니다. 침대 위에는 수건과 양말이 널브러져 있고, 식탁과 책상은 어질러져 있었으며, 설거지통에는 그릇들이 가득했습니다.
서둘러 빨래를 돌리고, 바닥의 휴지와 음식물 자국을 치웠습니다.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을 세 번이나 했습니다. 밀린 설거지를 해서 식기건조기에 넣고, 침대 시트도 깔끔하게 정리했습니다. 완전히 새집이 된 것 같아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진작 청소할걸...' 하는 생각과 함께, 깨끗해진 집을 보고 환하게 웃을 아내의 얼굴을 떠올리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지난달, 목사님께서 특별한 부탁을 하셨습니다. 출판사에 투고하기 전 책의 교정 작업을 맡아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이라 처음에는 망설였습니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원고를 받아 들였고, 그때부터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었습니다. 보름이라는 시간 동안 제목을 다듬고, 목차를 정리하고, 꼼꼼히 편집하는 작업을 거쳤습니다. 그 결과 오늘, 95퍼센트 정도의 완성도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교정 작업은 제게 뜻밖의 선물이 되었습니다. 책의 전체 구성을 살피고 내용을 정리하면서, 저 역시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막막하고 힘들어 보였던 일도,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 보니 결국 해낼 수 있었습니다.
만약 그때 목사님의 부탁을 거절했다면, 이런 값진 경험과 배움의 기회를 놓쳤을 것입니다. 새로운 도전 앞에서 망설이지 않은 것이 오늘의 작은 성공을 만들어냈습니다.
<하워드의 선물>이라는 책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젊은이들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삽니다. 반면 나이 든 사람들은 과거에 하지 못했던 일들에 대한 후회를 안고 삽니다."
이 글이 내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저 역시 그랬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도전 앞에서 수없이 망설였고, 때로는 아예 포기해버리기도 했습니다. 술에 취해 허랑방탕하게 보낸 시간들... 8년 전 마침내 술을 끊으면서 지나간 날들을 돌아보았습니다. 그때 보였습니다. 도전하지 않았던 순간들,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수많은 기회들, 포기했던 모든 가능성이 가슴을 후벼 팠습니다.
"두 번 다시 그렇게 살지 않겠다. 도전이 두려워 뒤로 물러서지 않겠다." 이제는 후회 없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우리는 매일 조금씩 성장합니다. 아침에 출근할 때의 나와 저녁에 퇴근할 때의 나는 같은 사람이 아닙니다. 하루 동안 수많은 도전을 마주하고,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하나씩 극복하면서 조금씩 단단해지기 때문입니다.
이런 작은 변화들이 모여 큰 성장이 됩니다. 아내가 선교여행을 떠나기 전과 돌아온 지금의 모습이 다른 것처럼, 제가 교정작업을 시작하기 전과 마친 후의 모습도 분명 다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변화가 바로 성장의 증거입니다.
안주하는 삶은 위험합니다. 위험이 두려워 도전을 포기하고 현재에 안주하는 순간, 우리의 성장도 멈춰버리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성장할 때 진정한 행복을 느낍니다. 행복과 성장은 뗄 수 없는 동반자입니다.
서면역 버스정류장에서 아내를 마중 나갔습니다. 멀리서 아내가 보입니다. 큰 18인치 캐리어를 끌고 가방을 메고 걸어오는 뒷모습에 석양이 비칩니다. 마치 개선장군처럼 당당해 보입니다.
"여보! 선교여행을 많이 다녀봤지만, 팀장님(아내)처럼 똑 부러지게 하는 팀장은 처음 봤대!"
아내의 자랑스러운 말에 가슴이 뿌듯해집니다. 환하게 웃는 아내 모습이 여느 때보다 당당해 보입니다. 마치 왕 교장선생님 같습니다. '청소해두길 정말 잘했어'라고 속으로 되뇌며 페달을 힘차게 밟았습니다.
"오늘도 최고로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