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있는 그대로 두면 안될까요?

by 정글


"작가님, 그냥 그대로 두면 안 될까요?"


공저 작업 중 보내온 초고를 수정해 보냈더니 이런 답장이 왔다. 남의 글에 손을 대는 일은 늘 조심스럽다. 정성스레 써 내려간 글인데 내가 감히 어떻게 수정할 수 있을까? 글공부를 하면서 비문이나 부적절한 표현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나도 초보 작가라 수정할 때마다 망설여진다. 내 글의 큰 허점은 보지 못하면서 남의 글의 작은 실수만 보게 된다.


글쓰기 수업에서 스승은 늘 강조했다. '적, 의, 것, 들'은 피해야 할 표현이라고. 처음엔 글쓰기도 버거운데 문법까지 신경 쓰라니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수업마다 되풀이한 말이 있다. "글은 독자를 돕기 위해 쓴다." 그러려면 글은 쉽게 쓰고 짧게 써야 한다.

쉽게 쓰고 짧게 쓰려면 군더더기 없는 문장, 깔끔한 표현으로 써야 독자가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적, 의, 것, 들' 단어는 안 쓰면 좋다. 블로그나 초고 다듬을 때마다 점검하려 하지만 가끔은 미처 발견하지 못한다.


오늘은 이런 불필요한 표현을 쓰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다양한 예시로 설명한 책을 읽었다. 한 번에 술술 읽어 내려갔다.


김정선 작가가 쓴《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에서 쓰지 말아야 한 단어를 ‘적• 의를 보이는 것•들’이라고 문장으로 외우기 쉽게 표현했다. 아래는 이 책의 주요 내용을 요약했다.



첫째, 쓰지 않으면 좋은 단어 ‘적’


<예시>

우리가 자주 쓰는 사회적 현상, 경제적 문제, 정치적 세력 국제적 관계

-> 사회 현상, 경제 문제, 정치 세력, 국제 관계


‘적’을 빼면 훨씬 깔끔해 보인다. 뜻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둘째, 쓰지 않으면 좋은 단어 ‘의’

조사 ‘의’도 마찬가지다. 의도 적처럼 습관적으로 반복해서 자주 쓴다.

<예시>

문제의 해결 ->문제 해결


노조 지도부와의 협력

->노조 지도부와 협력


부모와의 화해가 우선이다.

->부모와 화해가 우선이다.


음악 취향의 형성 시기

-> 음악 취향 형성 시기


‘의’를 빼도 전혀 지장이 없다.


셋째, 쓰지 않으면 좋은 단어 ‘것’


의존 명사 '것'을 사전은 이렇게 설명한다.

① 사물, 일, 현상 따위를 추상적으로 이르는 말.

② 사람을 낮추어 이르거나 동물을 이르는 말.

③ 그 사람의 소유물임을 나타내는 말.

②, ③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①의 용례를 변형해서 쓸 때가 문제다.


<예시>

내가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증거

->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


상상하는 것은 즐거운 것이다.

-> 상상은 즐거운 일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를 배려한다는 것이다.

->사랑이란 서로를 배려하는 것이다.


내일은 갈 것이라고 믿었다.

->내일 가리라고 믿었다.


것을 빼면 문장이 훨씬 깔끔해 보인다.


넷째, 쓰지 않으면 좋은 단어 ‘들’


의존 명사 '들'은 한자어로 치면 '등'等에 해당한다. 사전에는 이렇게 설명돼 있다.

두 개 이상의 사물을 나열할 때, 그 열거한 사물 가리키거나, 그 밖에 같은 종류의 사물이 더 있음을 내는 말.


<예시>

사과들과 배들과 포도들이 풍성하게 열렸다.

->사과•배•포도들이 풍성하게 열렸다.


수많은 무리들이 열을 지어 행진해 갔다.

->수많은 무리가 열을 지어 행진해 갔다.


모든 아이들이 손에 꽃들을 들고 자신들의 부모들을 향해 뛰어갔다.

->모든 아이가 손에 꽃을 들고 자기 부모를 향해 뛰어갔다.


글 한 편 쓰기도 쉽지 않은데 이런 복잡한 규칙까지 지켜야 할까? 처음엔 나도 이런 불만이 있었다. 하지만 작가가 고민하고 노력할수록 독자는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우리가 글을 쓰는 궁극적인 목적은 독자를 돕기 위해서다.


‘적• 의를 보이는 것•들’이라는 간단한 문장을 외운다. '적•의•것•들'이 들어간 문장을 만나면 간단한 방법이 있다. 이 표현을 뺐을 때 의미가 그대로 통한다면 과감히 지우면 된다. 불필요한 말을 덧붙여 독자의 시간을 뺏을 필요가 없다.



좋은 글의 기본은 단순하다.

첫째, 쉽게 쓴다.

둘째, 짧게 쓴다.


"오늘도 최고로 행복하세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안주하는 순간, 당신은 죽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