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은 '시간을 내어 준다' 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은 생명과 같다고들 합니다. 시간을 내어준다는 말은 내 생명을 내어준다는 말과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파주의보가 내렸습니다.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길에 마스크를 깜빡하고 못 가져온 것을 알았지만, 다행히 목도리로 얼굴을 가릴 수 있었습니다. 동의대역에서 2호선을 타고 서면역에서 1호선 노포동행으로 갈아탔습니다. 목적지는 스타벅스 온천장 역 DT점. 온천장 역 5번 출구에서 420미터 거리였습니다.
5번 출구에서 카페로 향하는 골목길, 매서운 바람이 목도리 사이로 파고들었습니다. 결국 바람을 피해 뒷걸음질로 걸었습니다.
"아씨, 그냥 차 가지고 올걸..."
차로 오면 30분 거리인데, 대중교통으로 한 시간 거리입니다. 쓸데 없는 데 돈 펑펑 쓰면서 교통비 아낀다고 이 고생입니다. 내가 슬슬 미워집니다. 게다가 노트북 2대와 아이패드, 물통 2개, 책까지 든 백팩이 어깨를 무겁게 눌렀지요.
오후 5시 30분, 드디어 스타벅스에 도착했습니다. 약속 시간까지는 1시간 30분이 남았네요. 저녁 대용으로 초코케이크와 차를 주문했습니다. 5명이 앉을 테이블을 찾았지만 마땅한 자리가 없었습니다. 다른 카페로 옮길까 고민도 했지만, 이미 약속한 장소라 그대로 있기로 했습니다.
시간이 남아 블로그 대문 작업을 하며 기다렸습니다. 픽사베이에서 받은 무료 이미지로 작업했는데 영 마음에 들지 않았고, ChatGPT로 몇 개 이미지를 만들었더니 유료 결제하라고 하네요.
K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감기 때문에 불참한다고 했고, 함께 오기로 한 다른 분도 못 온다고 합니다. 결국 네 명 중 두 명만 참석했습니다.
자리를 마련해 제가 가운데 앉고 양옆으로 두 분이 앉았습니다. 블로그 기초부터 PC와 스마트폰 앱 대문 설정, 글 편집 방법까지 번갈아가며 설명해 드렸습니다. 더 가르쳐드리고 싶었지만, 두 분 중 한 분이 9시 이후 약속이 있다고 해서 서둘러 마쳤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하얗게 웃으며 감사 인사를 건네는 두 분을 보니 내 가슴도 하얗게 물들었습니다. 두 분 다 집이 근처여서 다행이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 올 때보다 추위가 덜 느껴졌습니다. 뭔가 부듯하고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했고요.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제시간을 내어준다고만 생각했지,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두 시간 넘게 시간을 내어준 그분들의 소중한 시간은 생각하지 못했다는걸요. 세상 모든 문제는 내 입장만 생각하는 데서 시작되나 봅니다.
이번 강의를 준비하면서 유튜브도 보고 실습도 하며 공부했습니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내용도 가르치려니 새로웠습니다.
뭔가를 준다는 말은, 받는다는 말에 염색되어 있다는 걸 알게 한 하루였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 '시간을 내어준다'는 의미를 생각하는 아침입니다.
"학인들이 내어주는 시간을 낭비한 것은 아닌지!"
오늘도 최고로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