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토요일 오후, 사무실에서 그녀와 함께 차를 마시며 네 시간 넘게 수다 떨었습니다. 저녁시간 코다리 찜 식당에서 매운 코다리 찜을 호호 먹으며, 호호하하 떠드는 동안 우리 가슴은 서로 빨갛게 물들어갔습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새벽길을 달려 독서모임 장소에 도착, 강의장 불을 켰습니다. 제일 먼저 온 다섯 사람과 함께 사진을 찍고 응원영상을 만들어 그녀에게 보냈습니다. 그녀가 미소 지을 수 있도록.
독서모임 책 원포인트를 발표하던 중 G선배가 울먹였습니다. 그녀가 완치되어 간다며 눈물을 훔쳤습니다. 우리는 그녀가 완치될 수 있도록 “김**!, 김**!, 김**!, 힘!”을 외치며 손을 위로 올려 하트 표시하며 “사랑해~” 외치는 영상을 담아 보냈습니다.
아침부터 내린 비가 그치지 않습니다. 횡단보도를 건너고, 부산대역 지하철 역사를 지나 도로를 건너고 모퉁이를 돌고 돌았습니다. 발자국소리 자동차 소리가 잦아드는 골목에 ‘서문국수‘라는 간판이 보였습니다.
비빔국수, 파전, 가는 국수, 동글동글 구슬처럼 생긴 김밥..., 음식이 맛깔스럽고 푸짐했습니다. ’ 지난번 그녀와 함께 여기 왔다고..., ‘ K선배가 지난 시간을 떠올리며 그녀를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33년 전 갑자기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매년 산소에 벌초하러 갈 때면 엄마와 함께 했던 섬진강 모래사장, 모래밭, 과수원 배밭, 나물 캐러 함께 갔던 야산에 들러 엄마와의 추억을 더듬곤 했습니다. 지난해도 오늘처럼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돌아오려는 데 발걸음이 떼지지 않았습니다. 뜨거운 게 볼을 타고 내렸습니다.
“찌이잉~~”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습니다. 그녑니다. 반갑고 떨리는 손으로 얼른 통화음을 눌렀습니다. “선배님!, 고맙습니다. 저를 위해 독서모임 회원들이 기도해 주신 거 잘 알고 있습니다. 너무 감사해요. 덕분에 완치되어 가고 있다고...,”
갑자기 사무실이 환해졌습니다. 예전처럼 밝은 그녀 목소리가 사이다 뚜껑 따는 소리처럼 청량하게 들리고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인생이 어떻고, 삶이 어떻고, 행운이 어떻고..., 주저리주저리 조언모드로 변하는 나를 보고 흠칫 놀라 주둥이를 닫았습니다. 그녀 이야기를 들으려고 애썼습니다.
갑작스럽게 뇌출혈로 수술하고 의식 없던 그녀가 중환자실에서 일반실로 옮겨 회복되고 있습니다. 엄마 산소에가서 추억을 더듬으며 눈물을 흘리지 않고 다시 볼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서문국수' 집에 모여 후루룩후루룩 깔깔 거리며 국수 먹을 날을 기다려 봅니다. 예로부터 잔치날 국수를 먹는 이유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라는 의미라고 하지요. 국수면발처럼 뒤엉켜 오래 오래 행복한 인연 이어가자고! 얼른 그날이 오면 좋겠다고! 그날은 마음껏 수다 떨어보렵니다.
당신은 누군가에게 기쁨이고, 사랑이고, 살아갈 이유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은 누군가의 그림이고, 음악이고, 시(詩)라는 걸!
“오늘도 최고로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