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수업에서 학인들을 "작가님"이라 부를 때마다 그들은 "저는 아직 책도 내지 않았는데요..."라며 부끄러워한다. 나는 “작가는 책을 낸 사람이 아니고,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사람입니다."라고 말하며 함께 쓰는 삶을 살아가자고 권한다.
"작가란 쓰지 않는 때에도 쓰고 있는 사람이다. 내가 내린 작가의 정의는 이것이다. 작가와 작가가 아닌 사람의 차이는 글을 쓰지 않는 시간에 있다. 작가가 아닌 사람은 글을 쓸 때만 작가가 된다. 그의 쓰기에는 시작과 끝이 확실히 있다. 그런데 작가는 글을 쓰고 있거나 글을 쓰고 있지 않거나 언제나 쓰기의 도중에 있다. 시작과 끝이 따로 없다.
그런 걸 일컬어 '쓰기를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래서 '살아가는 과 '사랑하는'은 확실히 동의어가 맞다.”
림태주 작가의 에세이 에 나오는 대목이다. 《오늘 사랑한 것》 작가 정의를 이렇게 완벽하게 할 수 있다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내가 알고 있는 좋은 글 요소를 다 갖추었다. 문장이 쉽고, 명료하고, 짧고, 간결하다. 주어와 술어가 분명하다. 있다,이다, 된다, 없다, 한다, 맞다. 동사가 선명하다. 부사, 형용사 등 불필요한 수식어가 없다. 적절한 비교로 이해하기 쉽다.
p195에는 왜 글을 써야 하는 의미를 이야기하고 있다. 쓰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한 줄의 문장에 하나의 인생을 담을 수 있다고. 우리는 그제께, 일주일 전 뭘 했는지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쓰지 않는 오늘은 연기처럼 사라진다.
《오늘 사랑한 것》 책을 읽으면서 ‘림태주’작가를 훔쳐보고 싶었다. 문체를 닮고 싶었다. 좋은 문장 필사 할까 망설이다 그의 책을 네 권을 샀다. 세 권이 먼저 도착했다.
“글을 쓸 때 이 글이 누구를 위한 글인지, 전달하려는 내용이 무엇인지 명확해야 한다. 문장은 짧게 써라. 쉽게 써라!"라며 목에 핏대 주던 자이언트북컨설팅 이은대 스승 얼굴이 떠오른다.
‘쓰지 않을 때도 쓰고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메모수첩과 펜을 챙겨 집을 나선다. 보고, 듣고, 맛보고, 느낀 것을 모조리 적으리라!
아침 7시. 백양산 터널 입구의 고속도로 진입로에 차들이 빼곡하다. 영하의 추위 때문일까, 차들은 서로 몸을 맞댄 채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흰색 소렌토 운전자가 차 문을 열고 담배 연기를 내뿜는다.
"늦었다! 좀 가자!"
그의 한숨 같은 담배 연기는 벌써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월요일 아침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말했다. "글을 쓰지 않고도 살 수 있다고 믿는다면, 글을 쓰지 마라." 작가는 쓰기를 살아가는 사람이다. 매 순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다. 이런 삶은 좋아지지 않을 수 없다.
작가 자격증을 취득하는 방법? ‘쓰지 않을 때도 쓰고 있는 당신이 작가입니다!‘
"오늘도 최고로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