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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보다 순종

by 정글


아내가 야간대학교 교수의 전도로 교회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학점과 관련된 계산된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내는 평소 음주를 즐기던 저를 설득하여 함께 가자고 했지만, 저는 완강히 거절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된 거액의 술값 카드 영수증 때문에, 아내의 용서 조건으로 교회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교회에서는 새가족 한 달 과정을 이수하게 했는데, 아내는 과정을 마치고 더 이상 나가지 않았습니다. 반면 저는 L순장님의 헌신적인 심방으로 계속 교회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주중에는 술을 마시고 주일에만 교회에 나가는 전형적인 '선데이크리스천'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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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교회에서 '교회건축을 위한 40일 새벽기도' 공지가 있었고, L순장님은 매일 새벽 봉고차로 저를 데리러 왔습니다. 때로는 출장을 핑계로, 회사행사 핑계로 빠지기도 했지만, 순장님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찾아왔습니다.


그즈음 회사에서 각 해당 분야에서 우수직원을 뽑아 포상하는 제도가 생겼습니다. 최 우수직원에게는 800만 원 상금과 메달을 수여한다고 해서 응모했습니다. 새벽기도 시간 나라와 선교, 교회와 건축을 위해 기도하기보다 상금 받게 해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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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걸요. ‘경영지원 분야’ 대상자로 선정, 상금 800만 원과 메달을 받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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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일조 80만 원 할까? 반 올림 해서 100만 원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근데, 새벽 기도 시간 자꾸 건축헌금으로 800만 원 하라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상금 전액을 헌금하는 게 말이나 되느냐며 애써 외면하려 했습니다.


이후 기도 때마다 건축헌금하라는 마음이 나도 모르게 들었습니다. 어느 날 새벽까지 술 마시고 L 순장에 이끌려 새벽 기도에 가게 되었습니다. 술이 덜 깼는지 덜컥 건축헌금 800만 원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이후 하나님의 은혜인지 대통령 상도 받게 되었고, 승진도 하게 되었습니다. 뇌물 사건에 연루되어 검찰에 불려가는 등 고비마다 하나님이 지켜 주셔서 무사히 정년퇴직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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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영국의 대표적인 설교가 찰스 스펄전 목사님 일화입니다.


어느 날, 스펄전 목사님은 자신이 돌보는 고아들을 위해 300파운드의 금화를 모금했습니다. 이는 당시로서는 상당한 금액이었고, 고아원 운영에 꼭 필요한 자금이었습니다. 감사 기도를 드리던 중, 하나님께서는 그에게 뜻밖의 지시를 하셨습니다. 바로 그 돈을 조지 뮐러 목사에게 전하라는 것이었죠.

800px-Charles_Haddon_Spurgeon_by_Alexander_Melville.jpg 찰스 스펄전 목사


인간적인 생각으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습니다. 스펄전 목사님 역시 고아들을 돌보는 사역을 하고 있었고, 그 자금이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음성에 순종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뮐러 목사님을 찾아간 스펄전은 놀라운 하나님의 섭리를 목격하게 됩니다. 뮐러 목사님은 바로 그 순간 기도실에서 나오는 중이었는데, 정확히 300파운드가 필요해서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두 목사님은 함께 하나님의 놀라운 인도하심에 감사와 찬양을 드렸습니다.


조지 뮐러 목사

그러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사무실로 돌아온 스펄전 목사님은 자신의 책상 위에서 315파운드가 담긴 봉투를 발견합니다. 하나님께서는 그의 순종을 보시고 원금에 이자까지 더하여 돌려주신 것입니다.


신앙깊이가 간장 종지같이 작은 나로서는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아직도 그때 상금 전액(800만 원)을 왜 헌금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성경에서, 목사님 설교 때 ‘순종’하라는 말씀을 종종 합니다. ‘순종이 제사(예배)보다 낫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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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펄즌 목사님과 뮐러 목사님 일화를 통해 순종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첫째, 하나님의 음성에 대한 즉각적인 순종의 중요성입니다.

둘째, 우리의 필요를 아시는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믿음으로 순종할 때 더 큰 축복으로 응답하신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님께서는 그의 일꾼들을 통해 서로를 돕게 하심으로써 더 큰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어 가신다는 것입니다.


오늘도 내 삶 가운데 들려오는 하나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고, 담대한 믿음으로 순종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때로는 그 순종이 나의 이해를 뛰어넘는 것일지라도, 하나님께서는 나의 필요를 아시고 더 좋은 것으로 채워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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