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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사! 운전해~, 어~서~

by 정글


“여보, 초량교회 데려다주고

사무실 가서 가스계량기

검침해서 보내줘.

몇 번이나 보내 달라고 문자 왔더라.

나중 내가 사무실 갈 테니 그때

부암로 교회로 데려다줘!”


“그냥 당신이 차 가져가라”


“아니야, 당신이 차 가져가

거기 주차장이 없어

주차비가 9천 원이나 되더라”


‘그냥, 주차비 내면 되지,

나 오늘 바쁜데’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걸 간신히 삼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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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차를 빼서 교회로 향했습니다.

아내는 휴대폰을 보고 뭔가를

열심히 입력하고 있네요.

부암로 교회 도착될 때쯤 되어서야

폰에서 눈을 뗐습니다.



“어~ 여보, 내가 초량교회 가라고 했는데

왜 여기로 와.

당신은 내 말을 맨날 건성건성 듣더라...,”



“우 씨~”

뉴턴 해서 다시 왔던 방향으로

운전했습니다.

터널을 지나고 초량교회 도착할 때까지

한마디도 안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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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초량교회에 짐짝 내리듯

내려주고 휑하니 엑셀을 밟아 사무실로 향했어요.



‘초량교회, 부암로 교회,

부암로 교회, 초량교회

분명 부암로 교회라고 했는데...,’

사무실 오는 내내 기억을 더듬었습니다.

탄핵심판 법정에서 기억 안 난다는

증인들을 욕했는데 이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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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아내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여보, 지금 지하철 타고 사무실로 가니까

도착할 때쯤 전화할 테니 차 빼서

부전 지하철역으로 와!”



“넵 사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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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하던 강의 자료 마무리가 덜 됐지만

저장 버튼을 누르고 노트북을 챙겨

주차장으로 갔습니다.




주차타워에서 차를 빼는 중

아내 전화입니다.


“오고 있나, 나 부전역 도착했다.

추워서 밖에 못 나가니

도착하면 전화해!”


“넵, 사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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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역 앞이다. 빨리 나온 나”



사모님(?)이 지하철 계단을 빠져나와서

차를 탔습니다.



“부암로 교회 가면 되나?”

“아니, 시간이 남아서 집에 갔다가

가야겠다.”


"넵, 사모님!"


1513956.jpg?type=w966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여보, 나 강의자료 덜 끝나서

진구 문화센터에서 자료 만들고

갈 테니 나 내려 주고 당신이 운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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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기사 업무는 끝났다.

다음과 같이 기사일지를 썼습니다.



첫째, 아내 말씀은 녹음해두자

둘째, 차라리 주차비 9천 원 내자

셋째, '넵, 사모님'은 만능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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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사와 사모님 하루는

이렇게 또 흘러갑니다.

실수투성이 나와

카리스마 넘치는 사모님!



초량교회였다 부암로교회였다

증인 심문이 계속되는 동안 내 심장

게이지가 슬슬 올라가고,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말을

억지로 삼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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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란 내비게이션 없이 하는

드라이브 같은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목적지가 수시로 바뀌어도,

길을 잃어도 결국 함께 가는

여정이니까요.



아, 근데 아침에

진짜 초량교회라고 했는지 물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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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냥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느끼고

견디고 욕망하는 것입니다.

그것만이 옳고 그것만이 옹호됩니다.

이것이 요즘 내가 알고 있는

사랑의 정체입니다."


림태주 작가《오늘 사랑한 것》중에서


"오늘도 최고로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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