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주일 아침. 새벽 루틴을 마치고 이것저것 챙기다 보니 어느덧 9시 7분. 교회까지는 걸어서 30분 거리인데, 9시 30분 예배가 시작된다. 마음이 급해졌다. 걷다 보니 등줄기로 땀이 흘렀다. 걸음걸이를 재촉했다. ‘미리 좀 나올걸…’ 이대로 가다간 예배시간에 늦을 것 같다.
택시 타려고 두리번거렸다.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멀리서 달려오는 빈 차를 보고 손을 번쩍 들었다. “얼마 안 되는 거리지만 지금은 타야 한다.” 택시비만큼의 반성하는 마음이 들었다.
예배의 주제는 ‘겉모습과 진실’이었다.
“하나님은 네 속을 다 아신다. 감추지 말고 기도하라.”
가슴이 뜨끔했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 성숙한 척, 착한 척 하지만 정작 내 안엔 거짓과 이기심이 가득하다. 나는 정말 진실한 사람인가. 목사님의 말씀에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다른 길을 알게 하옵소서, 내 실체를 보게 하옵소, 나보다 나를 더 아시는 하나님께 나를 맡깁니다."
예배 끝나고 식당 봉사했다. 소고깃국이 가득 담긴 들통을 날랐다. 뜨거운 김이 안경에 서려 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하마터면 바닥에 쏟을 뻔했다. 주방에서 쟁반에 식판을 세 개씩 담아 경로석에 있는 어르신들에게로 갔다. 흰머리가 눈처럼 앉은 어르신들이 일제히 손을 든다. "먼저 달라고." 앞 좌석부터 30여 개 테이블에 밥을 날랐다. 중간중간 “밥 좀 더 줘요.” “반찬 하나만 더.” 요구가 많았다. 마치 유치원 아이들처럼 해맑고 정겨운 얼굴이다. 곧 나도 저 자리에 앉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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